▲ 크게 다쳐 누워있는 훤일스님과 봉은사의 새 주지 진화스님. 연합뉴스 |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봉은사 주지 진화스님이 같은 봉은사 소속의 훤일스님을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놀라운 글이 올라왔다. 게재된 글에는 피범벅으로 구급차에 실려 가고 있는 스님의 충격적인 사진까지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이 글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관한 갖가지 무성한 소문들이 오가고 있다.
성스러운 법당에서 벌어졌다는 이 끔찍한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일요신문>은 사건 당사자들과 직접 접촉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봤다.
지난 3월 10일 봉은사 주지 자리에서 물러난 명진스님의 팬클럽 카페에 놀라운 글이 올라왔다. 봉은사의 주지 진화스님이 같은 절 소속의 훤일스님을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올린 이는 자신을 ‘봉은사 평신도회’ 간사 홍법이라고 밝혔다. 글을 올린 홍법은 폭행을 당한 훤일스님과 직접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홍법은 사건의 전말과 관련해 매우 상세한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그가 게재한 글에는 피범벅이 된 훤일스님이 구급차에 실려 나가는 생생한 현장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
홍법의 글에 따르면 3월 10일 오전 9시 30분경 봉은사 주지 진화스님이 주지실에서 경호원 2명과 함께 같은 절 소속 훤일스님을 집단폭행했다는 것이었다. 폭행을 당한 훤일스님은 유리컵 등 흉기로 맞아 심한 출혈이 발생했으며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 홍법이 주장한 폭행 이유는 더 놀라웠다. 폭행이 벌어지기 전인 3월 5일 봉은사를 떠난 명진스님에게 인사를 간 훤일스님의 태도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말다툼 도중에 일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기자는 글을 올린 홍법과 직접 접촉해보기로 했다. 홍법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명진스님을 지지하는 불자이며 지난해 출범한 봉은사 평신도회의 간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폭행은 사실이다. 내가 직접 훤일스님과 통화를 해서 들은 내용이다. 또 글에 게재된 이마의 상처 이외에도 사타구니 가격으로 스님의 고환에도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사진도 올리지 않았나. 다만 명진스님과의 조우 때문에 화를 입었다는 것은 우리의 추측이다. 원래 오래전부터 불자들 사이에서는 명진스님과 친분이 있는 훤일스님과 가해자 주지 진화스님은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추측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이번 사건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 훤일스님은 실제 경기도 고양시 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봉은사 측은 즉각적으로 항변에 나서고 있다. 기자와 통화한 봉은사 측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글을 올린 평신도회라는 단체는 우리 절의 공식단체가 아니다. 카페 이름이 ‘명진스님 팬클럽’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들의 실체를 잘 모른다. 현재 우리는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상태다. 황당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폭행 여부 및 원인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훤일스님은 지금 주지스님께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훤일스님이 당시 외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주지스님의 가격이 아닌 훤일스님 스스로에 의한 자해 때문에 난 외상이다.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 지금 조계종 호법부에서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다. 우리는 훤일스님이 자해한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했고 이를 호법부에 넘겼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훤일스님의 외상은 주지스님의 일방적인 폭행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자해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조계종 호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와 통화한 조계종 호법부 관계자는 “우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일주일 뒤인 3월 17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양 측의 주장은 그야말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만간 훤일스님이 건강을 회복하면 면담을 통해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실제와는 다르게 과장이 많다. 글을 올린 이들은 봉은사의 반대 측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상당부분 사건 본질과는 다른 것들이 많다. 더 이상은 말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진실은 쉽게 풀리지 않을 모양새다. 양측의 주장이 모든 면에서 완전히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봉은사 측에서는 자해를 한 CCTV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측에서는 이를 두고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계종 호법부가 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그 실효성도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훤일스님이 직접 나서지 않고 있고, 사법당국의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호법부 판단 봐서 입 열 것”
<일요신문>은 봉은사 주지 진화스님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훤일스님을 직접 찾아가봤다. 3월 22일 그가 입원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종합병원에 찾았을 때, 그는 예고하지 않은 기자의 방문에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였다. 모자와 환자복 때문에 외상을 직접 확인할 순 없었지만 그는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나.
▲괜찮을 리 없지 않나. 보다시피 너무 힘들다. 각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제의가 연이어 오고 있지만 몸이 힘들어 계속 피하고 있다.
―인터넷에 스님의 폭행사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줄 수 없다. 이해해 달라.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아니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
―폭행 원인이 뭔가. 명진스님과 관련 있나.
▲계속 말하지만 지금 당장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지금 조계종 호법부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다. 기다리면 답이 나올 것이다. 우선 조계종 호법부의 판단을 믿어 보겠다. 답이 나오지 않겠나.
―만약 호법부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호법부에서 진실이 밝히지 못한다면 당연히 다음 단계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언론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알릴 계획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 지금은 몸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