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여왕 ‘꿈틀’ 지난 15일 박근혜 전 대표가 당 특위 고문 자격으로 강원도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잦은 강원도행이 평창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
사실상 강원지사 선거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뿐 아니라 총력 선거전을 펼치고 있는 손학규 대표, 유시민 대표 모두 재보선을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명운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들 세 명의 잠룡들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심으로부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별 민심의 향배는 어떨지 분석해 보고, 이들 잠룡들의 재보선 이해득실을 따져보았다.
# 박근혜 지지율과 강원도 민심
박근혜 전 대표의 잇따른 강원행에 강원지사 선거전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애초 박 전 대표가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은 사실만으로도, 강원지사 선거 ‘지원 효과’에 정가의 촉각이 곤두세워졌던 상황.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 3월 15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특위 발족식에 참석한 데 이어 3월 29일 또 한 번 강원을 방문할 계획이라 그 여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애초 재보선 직접 지원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박계 인사는 “당에서부터 강력한 지원요청을 받기도 했지만, 재보선으로 인한 득실을 따져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만약 한나라당이 질 경우 박 전 대표로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당을 위해 힘썼다는 것은 알아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패할 경우라도 박 전 대표가 입을 손실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대권주자로서 공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박 전 대표이기에, 한나라당이 받을 타격을 고스란히 함께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강원지역 여론이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라는 점도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긍정적 요인이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근 강원 지역에서 눈에 띄게 상승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14일~18일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표의 강원지역 지지율은 36.3%로 전국 평균 지지율 30.9%를 훨씬 웃돌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조사(2월 29~3월 4일)에서는 29.4%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여론분석가들은 박 전 대표가 강원 지역을 직접 방문한다는 소식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과연 박 전 대표에 대한 강원지역 민심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가져오게 될까. 이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지난해와는 달리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직접 선거를 돕는다는 점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박 전 대표의 강원지역 지지율은 30% 초중반대로 높은 편이었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두 배 가까이 앞섰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광재 지사가 당선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 강원지역에 박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보았듯이 한나라당이나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표심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유시민 김해을 승산 높일까
지난 3월 19일 당대표로 선출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대선가도의 중요한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2위를 이어가며 ‘야권주자’로는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유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이번 재보선이 기회이자 고비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19일에 열린 전당대회의 ‘컨벤션효과’가 유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9일 이후에 실시된 여론조사 수치는 아직 공개되기 전이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유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리얼미터의 정기 조사에서 지난 2월까지 10%대 초반을 기록해 오다가 3월의 조사에서는 15.1%(2월 28일~3월 4일 조사), 14.8%(3월 7일~11일), 14.3%(3월 14일~18일) 등 10%대 중반 가까이 올라선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한동안 정치행보를 하지 않으면서도 지지율 2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유 대표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정치적 발언을 시작하면서부터 지지율이 좀 더 오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유 대표가 사활을 걸고 있는 재보선 지역인 김해 을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관문을 뚫고 선전할 수 있을까. 이봉수 후보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 선거는 사실상 ‘유시민’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김해 을 지역이 있는 경남 지역에서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그다지 안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3월 14일~18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유시민 대표 지지율은 14.1%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4.4%)에 비해 3배 가까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소속 정당의 지지율은 손 대표의 민주당이 12.4%로, 유 대표의 국민참여당(3.7%)보다 3배가량 앞서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난전’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만약 유 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로 선 출된다 해도 한나라당 유력 예비후보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의 대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유 대표로서는 ‘예선전’과 ‘본선’ 모두 힘겨운 선거전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상대후보로 유력한 김태호 전 지사의 ‘이름값’도 경쟁하기엔 버거운 대목이다.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면 사실상 유시민 대 김태호의 선거전이라고 볼 수 있다.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 을은 ‘친노’ 상징성이 매우 큰 지역이기 때문에 만약 패할 경우 유시민 대표와 친노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손학규 ‘이광재 효과’는 얼마
손 대표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전력투구 지역으로 삼고 있는 강원지사 선거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까지 더해져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3월 14일~1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손 대표의 강원지역 지지세를 살펴보면, 박 전 대표(36.3%)에 이어 10.8%를 기록했다. 손 대표의 전국 평균 지지율 9.8%에 비해 높고, 가장 지지율이 높은 지역인 광주·전남(14.8%)에 이어 두 번째 수치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10.6%)보다도 강원에서 손 대표의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강원지사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손 대표에겐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이전 조사(3월 7일~11일)에서 4.5%를 기록했던 지지율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동안 강원지역에서는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이 손 대표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었는데 재보선 국면이 시작되며 손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강원지사 선거가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며 숨어있던 야권표가 민주당 손 대표의 지지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원지사 선거의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점은 ‘이광재 동정론’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7일 이광재 전 지사가 손학규 대표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면서 손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3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점. 리얼미터의 3월 14일~16일 조사에서 손 대표는 전국 평균 지지율 8.4%를 기록해 박근혜 전 대표(30.9%), 유시민 대표(14.3%)의 뒤를 이었다. 이전 조사(3월 7일~11일)에서 손 대표는 김문수 지사(6.9%)에 이어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여의도의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광재 전 지사가 힘을 실어준 것이 당내에서 열악했던 손학규 대표의 입지 강화에도 도움이 되었다. 친노계의 대표적 인사인 이 전 지사가 공개적으로 손 대표 지지를 선언한 것은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에게는 아쉬운 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야권주자’ 경쟁 역시 재보선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손 대표는 강원지사 선거에, 유 대표는 김해 을 선거에 ‘올인’하고 있지만 최근 새 변수로 떠오른 것은 손 대표의 ‘분당 을 출마’ 여부다. 손 대표가 결단을 내려 ‘선수’로 나서게 되면 두 사람의 전선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