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검사까지 압수수색 논란…수사팀 “영장 허위 기재, 표적수사” 공수처 “절차상 문제 없다”
공수처가 현재 전·현직 검사들을 겨누고 있는 사건은 크게 2건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과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이다. 이 가운데 공소장 유출 사건을 놓고 현직 검사들의 분위기가 들끓고 있다. 공수처를 향한 수사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소속 검사들이 수사기관에 고발될 경우, 수사 주체는 다시 검찰이다. 때문에 공수처는 검찰을 수사하고, 검찰은 공수처를 수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압수수색만 하면 잡음? 검찰 반발
공수처가 대검에 처음 들이닥친 것은 11월 26일.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해 대검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수원지검 소속이었던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팀이 주고받은 내부 메신저 내용을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공무상기밀누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당사자가 받아보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보도가 됐는데, 당시 수사팀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와 자료 공유 등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공수처는 26일 오전 10시쯤,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에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 명을 보내 참관인과의 협의 후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협의가 길어졌고, 야간 집행 영장을 따로 받지 않아 절차를 중단해야 했다.
특히 기소 시점에 수사팀을 떠난 검사들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반발을 샀다. 이성윤 수사팀 검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A 검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사전 고지 절차를 빠뜨리기도 했다. 이에 “절차 위반”이라고 검찰 측이 항의하자, “압수수색을 안 한 것으로 하자”고 답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실상 빈손으로 물러나야 했는데, 공수처는 “해당 검사의 문제 제기로 압수수색을 재집행하기로 했지만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결국 공수처는 사흘 뒤인 29일 다시 압수수색을 진행해 해당 자료를 확보했다.
기소 전 수사팀을 떠났다가 압수수색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는 2명으로 임세진 부산지검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다. 이 가운데 김경목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가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우려와 의문을 주셨다”며 “공수처 논리대로라면 기소 이후에 공소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공수처가 해당 사건 수사팀을 상대로 언제든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이 수사팀을 떠난 것은 기소 시점 두 달 전이었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때 두 사람의 인적사항에 원 소속을 적으면서 ‘파견’이라고 적시했다. 임세진, 김경목 검사가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사팀 파견 상태로 인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임세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이미 ‘파견’이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그분(공수처 부장검사)에게 ‘제가 이 고검장 기소일에는 이미 소속 청인 평택지청으로 복귀해서 수원지검 수사팀에 속해 있지 않았다는 건 아시죠?’라고 물었는데 한참 대답을 못 하더니 ‘수사보고서로 남겨 놓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수처가 허위 공문서로 법원을 속였다며 고소를 검토 중인 이유다. 당시 수사팀 소속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법원을 기망하여 받은 것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고, 이는 허위 공문서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압수수색 전부터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사건을 입건한 것을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11월 24일 수사팀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표적수사’라고 공수처 수사 자체를 비판했다. 수사팀은 올린 글에서 “공소장은 기소되면 즉시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돼 구성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공수처의 수사를 비판했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이정섭 부장검사는 ‘두 검사에 대해 수사팀 파견 연장 신청을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허락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공수처와 법무부 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압수수색을 하려면 피의자를 특정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대상 정도는 특정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냥 수사팀 전체를 다 의심하겠다고 하면서 성명불상으로 명시된 영장을 들고 와서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공수처의 수사 의도가 검찰 흠집내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실제 공수처가 검찰에 들이민 영장 범죄사실에 피의자는 ‘형사사법공무원으로서, 일체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자’라고, 범죄 행위는 ‘공소장 편집본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받아 SNS를 통해 기자들에게 전송했다’ 등의 막연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공수처가 검찰 관련 사건 압수수색으로 잡음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 준항고가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어렵게 확보한 증거물들의 증거능력이 무효가 됐다.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에도 ‘성명불상’이란 용어를 남발해 영장이 기각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수처 검사의 수사·기소권 검찰에 있어
실제 내부망 등에서만 공수처 수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던 검사들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는 자신과 김경목 검사가 압수수색 대상자가 된 이유를 확인하겠다며 정부과천청사 민원동을 방문해 수사기록 열람 등사도 신청한 상황이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압수수색 대상자가 불명확하고 잘못 지정돼 있었기에, 법적 대응을 하기 전에 정확한 자료를 보겠다는 취지다.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기소권은 검찰에 있기에, 공수처의 수사를 놓고 검찰이 수사를 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질지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논란이 커지자 “영장 청구 시 첨부된 수사보고서 등에 법무부의 검사 파견 및 직무대리 연장 불허에 따른 수사팀 구성원 변동 내용이 포함돼 있고, ‘전·현직 수사팀’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했기 때문에 임 부장검사 등이 전출된 내용을 법원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확인해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그동안 유출에 대해 ‘아니다’라고 답을 줘도 결국 공수처는 압수수색 등 수사를 통해 확인하겠다며 별다른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도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냐”며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하면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 역시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하면 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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