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만발한 경기도청 옥상공원에서 포즈를 취한 김문수 지사.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그는 최근 자서전 격인 <김문수 스토리 靑>을 펴내고 대권을 향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난 6월 22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 지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전히 패기 넘치는 목소리와 자신에 찬 눈빛을 보여주었다. 기자와는 벌써 다섯 번째 만남. 그는 경기도청 옥상정원에서의 사진촬영 도중에는 예쁘게 가꾸어진 다육식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그 순간엔, ‘도지사’가 아닌 ‘동네 아저씨’와 같은 푸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소 ‘까칠했던’ 질문에는 에둘러 갔으나, 큰 꿈에 대한 포부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는 7월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은 7명의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하고 당대표 도전에 나선 상태다. 경기도정을 맡고 있으나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한 김문수 지사에게도 전당대회는 주된 관심사안일 터. 먼저 전대에 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깊은 한숨을 내쉰 뒤) 결과는 잘 모르겠다(웃음). 누가 되시든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당을 통합해 내년 총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훌륭한 리더십과 소통의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당대표의 책임이 무거운데 어떤 후보가 선출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내가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을 거 같아 사실 조심스럽다. 계파를 초월해 당을 통합하고 한나라당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분이어야만 현재의 위기로부터 당을 구하고 내년 총선, 대선을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 전날, 한 지방일간지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홍준표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측 사이에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보도를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며 여기엔 박 전 대표와 홍 전 최고위원 간 ‘간접접촉’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 박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에 관한 김 지사의 시각이 궁금했다.
―홍준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는데.
▲(김 지사는 관련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워낙에 신비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허허. ‘만났다, 안 만났다’고 하는 부분 자체가… ‘기다, 아니다’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웃음).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 후보로는 유일하게 출마 선언을 했는데, 친박계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나.
▲안 그렇겠나. 더구나 혼자 나왔으니 아무래도 응집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김 지사에게 “밝힐 수는 없겠지만 속내에는 지지하고 있는 후보가 있는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아직은 봐야지. 저도 대의원이니까 투표해야지”라며 웃음을 보인다.
―당권, 대권 분리규정 때문에 유력 후보들이 출마하지 않아 전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나도 그렇게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출마를 하고 우리도 가고 다 나가서 했으면 좀 더 구경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다면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당대표로 출마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 전 대표는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을 바꾸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지 않나. 본인이 직접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현재대로 가도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번 전당대회라는 것이 정기 전당대회가 아니라 이른바 ‘비상전당대회’를 하는 것 아닌가. 그만큼 당이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총력 출마를 하고, 당이 총력을 동원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 가장 영향력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다 뒤로 빠져 있으니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을 것이라 본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화해무드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당의 중심인 이 대통령과 당에 영향력이 막강한 박 전 대표의 만남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두 분이 잘 협조해야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그래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분이 만났다고 해서 후보 경쟁에 영향을 주기야 하겠는가. 지금은 누구에 의해서 정치판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본다.
김 지사는 이어 전당대회와 관련해 “요즘 시청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나는 가수다>와 같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되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빗대어 거론하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를 본 적이 있나.
▲집사람이 좋아해서 나도 한두 번 본 적이 있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위대한 탄생>)에서 1위를 했던 백청강 역시 관심 있게 지켜봤었다. <나가수>가 완전국민경선과 같은 것 아닌가. 완전경쟁, 국민심판이라는 점에서 정치권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최근 김 지사와 정몽준 의원의 연대설이 나돌기도 했는데.
▲정몽준 의원과는 서울대 같은 학번 동창이고 동갑내기고, 서로 지향하는 목표나 생각하는 방향에 있어 공유하는 점이 많다. 지금 한나라당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힘을 합쳐 만든 정당으로 둘 다 당의 소중한 가치다. 나는 민주화세력에 깊은 뿌리를 갖고 있고 정 전 대표는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실 수 있는 분이어서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정 전 대표와는 협력 속에 경쟁하는 것이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중수부 폐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중수부가 없어진다면 다른 강력한 수사기능이 있어야 될 것이다. 중수부가 없어지고 지검에서 다해라, 그런다면 현재 지검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국가의 기소권, 수사권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대안 없는 중수부 폐지는 반대다. 대안이라고 해도 이름만 바뀔 뿐 특별히 바뀔 건 없다고 본다. 중수부와 같은 강력한 수사처는 필요하다고 본다.
―오세훈 시장이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 주장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실시 전에 찬반 논의를 하는 건 좋은데 지금 이미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해서 반대쪽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않나. 투표에 이긴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어떻게 할지도 문제다. 내년에 두 개의 큰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타이밍이 참 좋지 않다고 본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지지율을 위협할 만한 수치가 나오는데, 이에 한나라당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저쪽이 뭉치면 우리도 다 뭉쳐야 하지 않겠나. 최종적으로 경선을 해서 다 합치게 되지 않겠나.
―김 지사도 경선에 나가 만약 박 전 대표에게 패한다면 박 전 대표를 지원할 것인가.
▲물론이지만, 패하는 경우는 생각해보지 않았다(웃음).
―야권 후보 중에서는 누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손학규 대표가 전임 경기도지사이고 유시민 대표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직을 놓고 겨뤘기 때문에 두 분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 두 분 다 특색이 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 있던 분이고, 유 대표는 재야에서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문재인 이사장에 대해선.
▲그분에 대한 좋은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밥 한 끼 먹어본 적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대선 출마에 관해 얼마 전 ‘내년 총선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는데. 총선 결과를 본 뒤 결정할 것인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적 계기 중에 대선 이전에는 내년 총선이 가장 큰 계기가 될 것이다. 크게 판이 한 번 바뀌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무조건 지금 내가 ‘나가겠습니다’ 하면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정해지고 난 뒤에는 대선으로 가는 본격적인 길목이 정해지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현재로선 도지사 직에 충실하고 그때쯤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문수 지사의 자서전 격인 <김문수 스토리, 靑> 속에는 그동안 걸어왔던 인생사가 소소한 부분까지 잘 녹아 있다. 얼마 전 외동딸을 시집보낼 때 김 지사는 ‘조용히’ 결혼식을 치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내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모셔다가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끝으로 ‘대권’을 꿈꾸는 이로서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어봤다. “나는 늘 나의 가족들에게 가해자 입장이다. 내가 정치한다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시간도 못 보내고 욕은 많이 듣고 피해를 본다. 그래서 항상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것 또한 운명이지… 허허.”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부부 동시입장 ‘파격’ 결혼식 소형차 탓 국회앞 제지 당해
1981년 9월 26일, 노조위원장 출신 두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한 주된 하객은 바로 전경들이었다. 김 지사는 “경찰 철망차 다섯 대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결혼식을 핑계로 혹시 데모를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지사는 검소한 결혼식을 치렀다고 한다. 김 지사는 “아내는 웨딩드레스도 입지 않고 평상복인 원피스를 입었고 동시에 입장했다”며 “남녀가 평등한 민주적인 가정을 이루자는 약속이기도 했다.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결혼식이었다”고 회고했다.
1996년 5월 부천 소사구에서 금배지를 달며 국회에 입성한 그는 처음 국회의원이 된 뒤, 한동안 국회 정문에서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김 지사가 소형차 ‘아반떼’를 몰고 다니는 게 그 원인이었다고 한다. 경비대원은 그가 탄 승용차를 보고 방문객 차인 줄 알고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번번이 세웠던 것.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형고급승용차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웃지못할 에피소드였던 것이다.
이러한 김 지사의 검소한 생활은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은 올 초 대권주자들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일이 있었는데, 김 지사의 자택은 지역구인 부천의 30평 남짓한 낡은 아파트였다. 현재 김 지사는 경기도 지사로 지사 공관에 거주하고 있으나 임기가 끝나면 부천의 낡은 아파트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보이지 않는 견제’ 신경 썼다?
―지난 10일경 통화에서 총회 연기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취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저 공부하려고 모이고 있는 건데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덧붙여져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7월 4일)를 앞둔 시점인 것이 부담이 되었나.
▲전당대회를 그날에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정치적인 일정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출범 이후 6월 말까지의 6개월 동안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정이 잡혔던 것뿐이다.
―전당대회에 끼칠 여파 때문에 논란이 있던 것이 사실인데.
▲그런 거(전당대회) 생각 안 하고 정한 거다.
애초 이번 총회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때문에 특히 한나라당 친이계 일각에서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총회 개최에 대해 불만과 뒷말이 무성했던 것이 사실. 한나라당의 한 친이계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코앞인데 총회를 감행했더라면 반발이 거셌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친박계 내에서도 “(총회로 인해) 전당대회에서 친이계 표가 오히려 더 결집될 가능성이 있다”며 역시 전당대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역시 이 점을 의식한 듯 총회 연기에 대해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와 총회 연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나.
▲총회 날짜를 정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하는 일이다. 이사회를 열고 안 하기로 결정했고, 회원들에게 통보했다. 박 전 대표 역시 회원이기 때문에 연기 결정을 내린 뒤 연락을 했다.
―박 전 대표와는 연구 활동을 함께 하지 않나.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현재 국가미래연구원은 회원이 200여 명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싱크탱크이자 자문조직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총회 연기’는 결국 박 전 대표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가 반영된 것이어서, 박 전 대표 측의 행보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