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수 STX 회장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배경은 STX그룹이 스폰서십을 맺은 경남 FC 선수단. 사진제공=경남FC |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평사원에서 재계 14위 그룹의 총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30년간 몸담았던 쌍용그룹이 외환위기 여파로 붕괴되자 그는 전 재산 20억 원을 투자해 퇴출 명단에 오른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M&A(인수·합병)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철저한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한 강 회장은 조선·해운 경기 상승세에 힘입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에 이른다.
지난 2007년 중국 다롄(大連)에 일관조선소를 짓고, 세계 최대 크루즈 및 해양플랜트 업체인 노르웨이의 아커야즈(현 STX유럽)도 인수했다. 그는 브라질 대형 철광석업체와 7조 원 규모의 장기 운송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STX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다.
기계 조선 해운 등 관련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STX는 스포츠 후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스포츠 마니아인 강 회장의 지시 덕분이었다. 때마침 프로축구단 창단 문제가 경상남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이 공약으로 입안되고 2005년 7월 박창식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이 축구단 대표이사로 오르면서 창단 작업이 본격화된 것. 경남 진해와 창원에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TX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를 타고 경남 프로축구단 창단 작업이 가시화됐지만 무산된 바 있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도 적자에 허덕이는 마당에 지자체의 도움만으로 축구단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컸죠. 2005년에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던 STX가 후원을 자청한 덕분에 비로소 경남 FC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경남 FC 관계자의 전언이다. 2005년 9월, STX는 5년간 2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경남 FC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경남 주민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경남 FC는 2005년 10월 도민주 공모에 성공, 77억 원(3만 7000여 건)을 모금했다. 이에 힘을 얻은 경남 FC는 2008년 FA컵 준우승, 2007년과 2010년 K리그 6강에 진출하는 등 시민구단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이에 보답하듯 STX는 올해 1월, 경남 FC와 4년간 총 160억 원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하며 후원 계약을 연장했다.
STX그룹 내 반응도 좋았다. 경남 FC는 STX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편, ‘STX의 날’을 지정해 직원들의 경기 관람을 유도했다. 경남 FC 서장욱 단장은 “강 회장께서 축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STX가 오랫동안 경남 FC의 후원을 계속해온 것도 회장님의 애정 덕분”이라고 밝혔다.
▲ 프로 게임단 STX 소울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STX 소울 홈페이지 |
“소울이란 이름으로 프로게임단을 만들어 오랜 기간 활동을 했지만 사비를 들여 운영을 하고 있던 터라 어려움이 많았어요. 거의 모든 대기업에 찾아가 후원을 요청했습니다. 그중 STX가 선뜻 후원 의사를 보이더군요. 마침 축구 외의 종목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저희와 그 뜻이 맞았던 거죠. STX가 경남 FC를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STX 입사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e스포츠는 10대에서 30대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종목입니다. 축구와 e스포츠를 동시에 후원함으로써 얻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간 10억 원에 달하는 STX의 지원 덕분에 재정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단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하는 만큼 팬들에게 더 재미난 경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재창단 과정에서 프로게임단 명칭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소울’이 다른 기업을 떠올릴 수 있는 명칭이었기 때문이다. STX는 게임단이 소울이란 명칭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점을 배려해 STX 소울로 그 이름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큰 경기 때마다 STX 임원 분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을 해준다. 사무국 분들은 정규시즌에도 경기를 관람하러 자주 오신다”고 전했다.
축구와 e스포츠를 통해 스포츠 후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STX. 그러나 사실 강 회장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진 종목은 야구로 알려져 있다. 강 회장은 야구 명문인 동대문상고(현 청원고)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2007년 STX가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인수를 검토했던 것도 강 회장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강 회장이 그룹 임직원 앞에서 ‘야구단을 곧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STX가 현대 야구단을 인수하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경남 FC 후원을 통해 20~30대의 큰 호응을 이끈 STX가 야구단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그룹 내에선 강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협상을 진행하는 STX 측에서 “그룹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던 것. 당시 STX는 계열사 고위 임원이 경쟁사의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고, 그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선 프로야구단 인수에 부정적인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었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KBO는 STX와의 인수 협상을 철회하고 만다.
그 여파는 프로배구에까지 미쳤다. 지난 2007년 10월, 프로배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한 강 회장이 한 달 만에 갑자기 마음을 바꿔 타이틀스폰서를 철회했다. 프로배구 시즌 개막을 열흘 앞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배구계의 충격은 컸다. 당시 STX가 약속했던 스폰서 비용은 15억 원. 프로배구는 STX의 약속 파기로 타이틀 스폰서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부랴부랴 다른 기업에 접촉을 시도하는 등 수습에 애를 먹었다.
이후 중국 다롄에 대규모 엔진공장을 준공하며 한 걸음 도약한 STX는 중국과의 스포츠 문화 교류도 주선하고 있다. 경남 FC와 중국 프로축구팀 다롄 스더의 친선경기를 성사시키고, 한·중 양국의 온라인 게임 선수들이 참가하는 ‘STX배 한·중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진행한 것. 1년의 대부분을 해외 산업 현장에서 보내며 STX의 글로벌 선진 도약을 위해 적극 뛰어든 강 회장. 경남 FC, STX 소울에 이어 그가 스포츠 마케팅을 위해 꺼내들 세 번째 카드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무도> 조정특집 회장님 아이디어
“회장님이 부임하시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지원 규모가 10억 원 이상 늘었습니다. 조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공중파 방송을 통한 홍보 방안도 직접 내셨습니다. MBC <무한도전>팀의 ‘조정특집’도 회장님 아이디어의 일환입니다. 조정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늘어야 인프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셨던 거죠.”
대한조정협회 현문식 부장은 이종철 부회장이 협회장에 취임한 뒤 조정계의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2009년까지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던 대한조정협회는 진용남 충북 조정협회장을 통해 STX에 접촉을 시도했고, 이전부터 조정에 관심이 많던 이 부회장이 협회장에 낙점됐다. 이 부회장이 조정 선수로 뛴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내 피트니스센터에 250만 원에 달하는 조정훈련기구 ‘에르고메타’ 여러 대를 들여놓고 사내 조정대회를 개최하는 등 조정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굵직굵직한 대회가 국내에서 연달아 개최되는 만큼 조정협회도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대한조정협회 김문현 사무국장은 “‘조정 종목의 인기를 끌어올리겠다’는 협회장님의 의지 덕분에 큰 대회를 앞두고 준비가 수월해졌다. 올해는 선수 23명 전원이 46박 47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대표팀 지원도 늘어났다”면서 “조정이 대표적인 바다스포츠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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