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사·리.’
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라(離).
지난해 일본에서 30만 부 이상 팔리며 ‘단샤리(일본어 발음)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바로 ‘행복한책장’에서 펴낸 책 <버림의 행복론-단·사·리>다. 단사리는 글자 그대로 ‘끊고, 버리고, 이별하다’라는 뜻의 조어. 집착을 버리고 심적 평온 상태를 유지하는 요가 수행법의 하나인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에서 유래했다.
“단사리는 단순히 청소나 정리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아깝다’, ‘쓸모 있을까’, ‘쓸모없을까’라는 식으로 물건을 축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 물건은 나에게 어울리는 것일까’라는 질문, 즉 주인공은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므로, ‘물건과 나와의 관련성’을 축으로 물건을 취사선택하는 기술입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저자 야마시타 히데코(山下秀子) 씨는 대학 시절 심취했던 요가 철학을 물건 수납과 정리정돈에 적용시켜 ‘단사리’라는 새로운 원칙과 기술로 발전시켰다. 집 정리를 하는데 무슨 지침서까지 필요할까 싶다. 하지만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적게 소비하고 최소한의 것만 취하자는 ‘단사리’ 사상은 일본에서 단순한 정리 수납법을 넘어서 소비가 미덕인 대중소비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하나의 행동철학이자 삶의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식이다.
“그녀의 냉장고는 ‘언제 쇼핑할 시간이 날지 몰라 생긴 불안감’ 때문에 마트에 갈 때마다 사두었던 대량의 식료품으로 꽉 차 있었다. 나는 냉장고 한 칸에 들어 있는 식료품 재료만을 꺼내 마루에 늘어놓아 보았다. 이것은 일종의 쇼크 치료법이다. 상상을 초월한 물량에 놀라는 유미코 씨. 발굴된 식료품 재료 대부분이 3년 전, 책임감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필사적으로 일하던 때 산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먼저 시작한 것은 ‘단’이다. 냉장고 식료품 재료를 다 먹어치우기 전까지 새로운 식료품 재료는 되도록 사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마쳤을 때 ‘단사리’ 흐름이 형성되어 물건을 매개로 한 자기 개혁이 시작되었다.”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 적게 소유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요즘, 버림의 행복론을 담은 단사리가 우리에게도 살아 있는 생활지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