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 | ||
최 사장의 경질 소식은 신한금융지주 내에서도 ‘너무 심했다’라는 반응을 얻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당시 최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IR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또 대표이사 해임사유가 있을 경우 17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이런 갑작스런 최 사장의 해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합병 방식을 두고 그간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의 ‘원뱅크(one bank)’론과 최 사장의 ‘뉴뱅크(new bank)’론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라 회장을 지지하는 재일교포 주주 세력과 최 사장을 지지하는 BNP파리바 등 해외자본 사이의 갈등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라 회장의 원뱅크론은 실질적으로 한 은행이 주도권을 가지고 합병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 반면 최 전 사장의 뉴뱅크론은 통합은행이 신한은행도 조흥은행도 아닌 새로운 조직과 구성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 전 사장의 뉴뱅크론은 신한금융지주 내에서 견제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무부 사무관을 거쳐 38세에 신한은행에 입사한 최 전 사장은 정통 신한맨이 아니면서도 신한지주 사장으로 선임되어 조흥은행과의 합병작업을 지휘했다. 반면 라 회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그리고 최 전 사장의 후임으로 예정된 이인호 신한은행 부회장은 모두 은행원 출신으로 신한은행장을 지냈다. 최 전 사장만 비행장 출신이었던 것.
그럼에도 최 전 사장이 금융지주사의 사장으로 선임된 데에는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원만하게 진행하는 데 적임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통합작업이 구체화되면서 라 회장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최 전 사장이 진행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최 전 사장의 뉴뱅크론은 두 은행이 통합되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과 성원을 축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이는 조흥은행 노조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뱅크론으로 가닥을 잡으면 신한보다 행원 규모나 점포규모가 많은 조흥 위주의 통합작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신한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라 회장 등 인수주체인 신한은행쪽에겐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인 것이다.
설립 당시 100%였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은 현재 17%가량으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재일교포들의 입김은 상당히 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사진에서도 일본계 업체 출신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신한은행 뉴욕지점장 출신의 최 전 사장은 BNP파리바(현재 4.25%로 국민연금에 이은 대주주) 등 해외투자자본의 입장에 서는 등 라 회장과는 달랐다.
2003년 조흥은행의 지분을 매입한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겪으며 통합은행 출범을 3년 뒤로 미루었다. 두 은행은 독립적인 경영을 하다 올 9월 통합은행추진위원회에서 통합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동경영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올해 초 뉴뱅크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실질적인 통합은행 추진은 이미 시작됐다.
▲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 ||
신한은행 중심의 통합은행 추진이 이루어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최 전 사장은 4월26일 업무지원실의 기획재무팀장을 신한은행 출신인 이백순 상무에서 조흥은행 출신인 조병재 상무로 전격 교체했다. 비서실격의 업무지원실에서 기획재무팀은 재일교포 주주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최 전 사장은 지난 5월2일 전직원이 모인 월례조회에서도 통합작업이 신한은행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합병 관련 컨설팅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최 회장은 신한은행측이 자신들에 유리한 회사가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듯 최 전 사장이 라 회장의 방식에 반대하는 행동을 보인 것이 갑작스런 경질을 불러온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또 신상훈 현 신한은행장과 향후 통합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을 미리 교통정리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이 경질되자 조흥은행 노조는 “2003년의 노사정 합의나 최영휘 사장 체제는 결국 조흥은행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써먹은 카드였을 뿐, 통합작업이 본격화하자 신한은행이 주도권을 쥐려고 하고 있다”며 지난 12일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노조의 반발 때문에 통합은행 출범을 3년 미룬 신한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내부에 사고가 터지면서 그동안 조흥은행 노조가 ‘약화됐다’는 관측도 있었는데, 이번 신한지주의 사장 경질건이 터지면서 조흥은행 노조에 다시 힘이 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신한-조흥 통합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신한금융지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를 두고 ‘최영휘 쇼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신한금융지주측은 내부갈등설이 불거지자 “통합은행은 신한은행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도나 관측은 일부의 추측이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 통합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흡수합병 방식은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