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주택가 전경.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사는 순간부터 값이 떨어진다’고 말할 정도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연립·다세대가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기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일 강도 높은 규제가 쏟아지는 반면 연립·다세대 재건축, 재개발은 오히려 활성화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 있는 연립·다세대 재건축 활성화=부동산시장에서 ‘정부의 정책과 맞서지 마라’라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이익의 사유화 근절’이다. 그렇다면 노 정부가 지목하고 있는 투기이익 발생지는 어딜까? 강남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재건축이 바로 그곳일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2개월간 ‘초고층 재건축 불허’, ‘고분양가 건설사 세무조사’, ‘분양승인 보류’ 등 강남 재건축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파트 재건축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는 ‘꼼작 마라’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연립·다세대 재건축에 대해서는 이상하리 만큼 너그럽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연일 쏟아지던 지난 6일, 단독주택, 연립·다세대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확정, 발표됐다.
우선 연립·다세대를 포함한 노후·불량주택이 전체 건물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가능했던 재건축 요건이 2분의 1 이상으로 낮아졌다. 특히 준공 후 15년이 경과한 단독, 연립·다세대 주택이 전체 건물의 30% 이상이면 재건축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지난 4월, 건교부가 “중층 아파트 재건축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20∼30년 된 아파트는 재건축 판정을 받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지난 90년대 초반 주택 2백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대거 지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립·다세대 밀집지역의 경우 곧 재건축 가능 연한을 넘기게 된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가뜩이나 일꺼리가 없는 건설사들의 최근 사정을 감안할 때 낡은 연립·다세대 밀집지역이 소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실장은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은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로 간주하고 있지만 연립·다세대 재건축의 경우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의 한 방편으로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립·다세대 재개발, 이젠 건설사가 주도=소규모 재건축은 물론 대규모 재개발에서도 연립·다세대의 투자매력은 돋보인다.
지난 3월 초,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비록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날 개정안의 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바로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간의 ‘공동사업제도’가 도입됐고 건설사 선정 시기도 사업초기로 크게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개발 사업은 재개발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고 건설사는 단순 시공사에 불과했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해 구역지정 신청을 하고 사업시행인가도 직접 받아야 됐다. 당연히 사업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도정법 개정으로 민간 건설업체가 재개발 사업 초기부터 참여, 자금 및 전문 인력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공동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시기도 종전의 사업시행인가 시점에서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로 크게 앞당겨졌다. 재개발 사업의 주도권이 지역 주민에서 건설사로 사실상 넘어간 셈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재개발 가능성 있는 곳은 건설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공동사업자라는 형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데만 수년씩 걸려온 옛 재개발 사례와 비교하면 정말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그동안 재개발의 가장 큰 단점은 주민의 이합집산과 이로 인한 지지부진한 사업추진”이라며 “공동사업제도가 활성화되면 이 같은 단점이 한꺼번에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연립·다세대 주택 주목할 만=서울 주요지역 재개발 지분 가격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과도한 투자열기로 인해 실제 재개발이 이뤄져도 손에 쥐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발품을 팔아서 향후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이제 시작되는 곳을 찾아 나서야 한다. 서울지역의 경우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사업가능성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은 서울의 노후, 불량주택 지역의 계획적인 정비를 위한 주택재개발사업과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위해서 만든 법이다. 지난해 2백99곳을 선정했고 이는 서울시 주택국 주거정비과와 각 자치구 재개발업무 담당부서에서 열람할 수 있고, 인터넷(http://housing.seoul.go.kr)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지역 가운데 각 건설사 재개발 책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중순 <파이낸셜뉴스>가 주요 건설사 재개발 책임자에게 투자 유망지를 설문한 결과 마포구 상수동·대흥동·아현동 등이 투자 1순위로 꼽혔고 서대문구 가좌뉴타운, 성동구 왕십리, 용산구 보광동, 은평구 수색역 일대, 강동구 천호동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라도 발품을 팔다보면 주민들 자체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연립·다세대 밀집지역을 찾아 낼 수 있다. 특히 주변 아파트 값이 비싼 강남권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 그만큼 개발 매력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가 끝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강남에 산재해 있는 단독주택 지역과 자투리땅을 잘 재개발하면 대규모 주택단지는 아니더라도 집적도가 높은 주택단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현재 강남권에서 재건축·재개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으로 강남구에서는 논현동과 역삼동, 일원동 일대, 송파구에서는 문정동과 삼전동, 석촌동 일대, 강동구는 성내동과 강일동 일대 등이다. 특히 강남 삼성병원 맞은편 일원동 일대와 강동구 고덕주공 단지 인근 강일동 일대는 재건축 기대감에 지분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연립·다세대 주택의 가장 큰 단점인 환금성 문제도 전혀 없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재건축·재개발을 염두에 둔 연립·다세대 주택 매입은 재테크보다는 내집마련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