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까지 한 조당 90만 장씩 총 630만 장을 발행했는데 온라인 전자복권 사이트에 배정된 35만 장은 당첨일 전날인 5일 매진됐다. 또 편의점과 가판대, 복권방 등 오프라인 매장에 배정된 595만 장도 구하기 어려워 1회차 당첨일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2회 차를 미리 판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근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연금복권의 허와 실을 따져봤다.
예상을 뛰어넘는 연금복권의 인기에 대해 한국연합복권 관계자는 “당첨금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금식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40∼50대, 주부층,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대까지 몰려 품귀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인기와 함께 연금복권 520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도 커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연금복권 520에 대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일시불로 받았을 때보다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연금복권 520 1등 당첨금의 가치는 4억 원 이하인 듯’이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1등이 500만 원씩 20년 동안 12억 원을 받는다는 발표와 달리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20년 후 500만 원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세금과 물가상승률, 이자를 받지 못하는 손실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4억 원 수준일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연금식으로 받는 것은 일시불로 받는 것에 비해 손해인 것이 사실이다. 20년간 매달 5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500만 원에 붙는 세금이 소득세 20%와 주민세 2%, 총 22%이기 때문에 실제 매달 지급되는 금액은 390만 원이다. 390만 원을 20년간 받는 것으로 치면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12억 원이 아닌 9억 3600만 원이다.
12억 원을 일시불로 받는다고 치면 3억 원 이상의 복권 당첨금에 붙는 세금이 33%이기 때문에 실제 일시로 받는 금액은 8억 400만 원이 된다. 일시적으로 받는 것이 연금식으로 받는 것보다 일단 1억 3200만 원이 손해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연리 4%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은행에 넣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8억 400만 원을 은행에 넣으면 연간 3216만 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이를 연금이라고 생각하고 은행에서 인출하면 매달 268만 원을 받을 수 있다. 390만 원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꽤 쏠쏠한 수입이 된다. 이를 20년간 할 경우 6억 4320만 원이나 된다. 게다가 이렇게 이자만 받아가도 원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자에 원금을 합할 경우 총액은 14억 4720만 원. 연금식으로 받는 것보다 5억 1220만 원이나 많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계산은 연금식 복권의 도입취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박도 적지 않다. 당초 연금복권을 도입키로 한 이유가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과 준비 없이 갑작스레 주어진 거액의 당첨금 때문에 불행해지는 일 등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복권 당첨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거나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발생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당첨자가 장기간 걱정 없이 안정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도입 취지였던 만큼 당첨금을 일시불로 주는 기존 복권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복권의 종류가 12개나 되기 때문에 연금식 복권을 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11가지 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도 여전하다.
한국연합복권 관계자는 “노후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1등 당첨금에 한해 연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당첨금이 1억 원인 2등 이하부터는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연금복권은 당첨자가 두 명으로, 당첨확률이 315만분의 1로 로또(814만분의 1)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정부가 지급을 책임지기 때문에 중간에 돈을 못 받게 되는 일이 없다는 점도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