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정국을 대비한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의원의 친위대 구축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
전당대회 결과를 씁쓸하게 지켜봤을 친이 의원들은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는 한편, 향후 정치적 스탠스에 대한 장고에 들어갔다. 이상득 의원계는 진작부터 박 전 대표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분간 이러한 관계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 의원과 함께 친이 주축을 이루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재기’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우세한 관측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친박 내부에서는 이 장관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많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장관으로선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장파는 당 쇄신을 외치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친박 진영이 ‘신주류’로서 당 전면에 나선 가운데 여권의 모든 정치 스케줄은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에 맞춰지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싼 잡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천을 둘러싼 각 계파 간 경쟁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특히 이상득 의원 공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 의원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소장파 의원들과 당 일각에서 ‘이상득 공천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이 의원 공천 배제를 요구했던 정두언 의원은 “이 의원이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는 순간 수도권에서 전멸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의원의 ‘정치적 양아들’로까지 불렸던 원희룡 의원도 “한나라당이 총선·대선에서 나가야 할 길이 나오면 (이 의원도) 예외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계는 불쾌해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7월 13일 경북지역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자신을 ‘10년이 지나도 깨끗한 차’로 비유하면서 “연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1년 만에 고장 나는 차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사석에서도 “나이를 공천 기준으로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지역과 나라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더 많이 남았다”며 자신을 타깃으로 한 ‘영남 중진 물갈이론’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차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의원계는 그동안 우호적으로 지내 온 친박이 공천 과정에서 지원사격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의원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주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의원 공천을 밀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친박과 이 의원계 사이의 공조가 내년 총선까지 계속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꿔 말하면 박 전 대표가 이 의원 공천에 힘을 실어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대권이 최종 목표인 박 전 대표로서는 만약 이 의원 총선 불출마 여론이 높게 형성되면 그것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면서 “박 전 대표가 뭐가 아쉬워 이 의원 공천을 놓고 소장파와 갈등을 빚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핵심부가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박 전 대표가 현 정권과 거리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이 대통령 참모진 사이에서 “박 전 대표 믿다가 뒤통수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 때문에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 정국에서 이 대통령과 이 의원을 보호할 국회 내 ‘친위대’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전직 관료는 “그래도 정권을 탄생시킨 주류인데 끌려 다닐 수만은 없지 않느냐. 우선 총선 전에 독자적인 세를 결집해 소장파와의 일전을 대비할 것이다. 그 후 정권 재창출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래야 다음 정부에서도 일정 지분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 대통령 임기 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도 이러한 방안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몇몇 여권 인사들이 구체적인 틀을 짜는 데 착수했는데, 여기엔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 및 전문가그룹도 참여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들은 향후 총선에서 여권 핵심부의 ‘인재풀’로도 활용될 것이 유력해 그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이긴 하지만 여권 핵심부 친위 세력은 이 의원 최측근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이끌 것이란 게 정치권의 우세한 관측이다. 임 실장은 로열패밀리에 대한 충성도, 대중적 인지도 등 여러 측면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한 계파를 가리지 않고 친화력이 좋다는 점도 임 실장 장점으로 꼽힌다. 보좌관 출신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임 실장의 경우 이 의원계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임에 분명하다”면서 “국회로 복귀해 대선을 잘 치러 정치력을 입증하면 차차기 주자로도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임 실장 거취에 남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 실장 사퇴가 이명박 정부 마지막 개각과 맞물려 있는 까닭도 있지만 그의 ‘컴백’ 시기에 따라 한나라당 권력 구도가 요동을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다 하더라도 정치 일선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임 실장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임 실장과 함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도 주목받고 있다.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차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향인 경북지역에서 공천을 받는다면 당선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박 전 차관이 국회 안에서 힘을 보태준다면 이 의원으로선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이를 놓고 이 의원계 현역 의원은 “임 실장이 앞에서 이끌고 박 전 차관이 뒤를 받쳐준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기 주자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 친이계의 성공 여부는) 총선에서 어느 정도의 당선자를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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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친서민 정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청와대와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쿨(Cool) 보수론’을 들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 위원장은 “기득권만 지키는 따분한 보수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쿨한 보수를 추구해야 한다”고 ‘쿨 보수론’을 설명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곽 위원장 발언에 이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 한 관계자는 “곽 위원장이 내세운 쿨 보수는 이 대통령이 평소 생각하는 보수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최근 변화의 물결을 탄 한나라당이 청와대발 ‘쿨 보수론’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게 될지 주목된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