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공통적인 특징은 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질문에 대해 60대 이상 응답자가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20, 30대 젊은층의 답변과 비교해볼 때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성문화에 대해 20대의 절반 이상이 폐쇄적이라 답해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낸 데 반해 60대 이상의 응답자들은 정반대로 76%가 개방적이라 답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반 이상이 ‘변태’ 혹은 ‘병의 일종’으로 인식했으나 세부결과는 달랐다. 20, 30대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라고 답해 동성애에 대한 젊은층의 열린 시각을 보여줬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동성애에 대해 좀 더 관대했다. 하지만 60대 이상에서는 ‘변태 같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야한 동영상이나 소설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에 대한 답변도 흥미롭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한 시트콤에서 노장 탤런트 이순재 씨는 ‘야동 순재’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조사결과 남성들의 58.4%가 가끔 본다고 응답했고, 여성 응답자도 25.9%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40, 50대의 40%가 넘는 이들이 야동과 야설을 본다고 응답, 장년층들의 식지 않은 성적 욕망을 드러냈다. 또 60대 이상 응답자도 27% 이상이었다.
엔조이를 위한 인터넷채팅 경험 여부에 대한 설문결과는 뜻밖이었다. 섹스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 인터넷 채팅을 해본 사람 중 무려 전체의 42.1%가 실제로 1~2회 정도 만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예상과 달리 40대(54.5%)와 50대(28.3%)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론조사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설문조사의 핵심은 응답자들이 얼마나 진실된 답변을 했는지 여부다. 익명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성과 관련됐거나 비윤리적이고 비일반화된 경험 등에 대한 설문일 경우 진실된 답변에 대한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낯 뜨거운 질문이 다수 포함된 이번 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문 결과에 대해 상당수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응답자들이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는 좀 더 파격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외도경험이나 섹스파트너 여부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답변이 높았다. 65.6%가 외도사실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는 81.2%, 40대는 53.1%, 50대는 71.9%였다. 설문결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애인 없는 기혼자는 바보’로 여겨지는 불륜공화국과는 거리가 멀다. 또 뉴스에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불륜으로 인한 치정사건들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얘기인 듯 보인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국민들은 드물다는 점이다. 지난주 기사가 나간 후 많은 이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불륜’이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대로’ 불륜경험을 기재한 응답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률이 높다. ‘자유뷰인’이나 ‘카사노바’는 아니더라도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도 외도를 경험한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또 부부간 정조 의무를 목숨처럼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고정 파트너와 지속적인 외도가 아니더라도 배우자 외 타인과의 성경험은 기성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불륜 주체는 항상 남성이며 바람피우는 것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도 끝났다. 분명한 것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성적으로 화끈하고 과감해진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가정과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가족 이데올로기를 과감히 벗어던진 여성들은 문란하고 비도덕적인 여자라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현실속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무응답률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실제로 오럴섹스나 항문섹스, 스와핑, 동성애, 성기구 사용, 발기유발약 복용, 성행위 동영상 촬영 경험 등 지극히 개인적 비밀이 요구되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 과반수 이상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특정 질문에 대해 YES인지 NO인지 구분할 수 없는 부류들이 많다는 것은 조사결과의 정확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꺼려지는 질문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통계를 산출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