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세종시 건설에 따른 첫마을 아파트 분양 등으로 대전지역 부동산 시장에 ‘투자 열풍’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분양상담 사무실 인근에 속칭 ‘떴다방’이 들어선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수도권 집값은 1% 떨어진 반면 지방 5개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집값은 평균 15.6% 뛰었다. 국민은행에서 집값 동향을 조사한 1986년 이후 지방 집값 상승률이 수도권을 추월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집값 상승폭 차이가 심해졌다. 올 6월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8% 오른 반면, 5대광역시 아파트값은 10%나 뛰었다.
이전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원정 투자를 했으나 지금은 수도권 투자자들이 지방으로 가고 있다. 올 상반기 분양한 부산 금정산 2차 쌍용예가, 이지더원 2차, 정관롯데캐슬 2차 등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10 대 1을 넘기며 100% 계약을 마쳤다. 강원도 춘천 아이파크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단기간에 계약률 90%를 돌파했다. 춘천 아이파크 김창수 분양소장은 “지역 우선 공급 규칙 때문에 수도권에서 청약을 많이 할 수는 없었지만, 경춘선 개통 호재로 수도권 수요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세비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대구 광주 등엔 원정 투자자도 몰린다. 이들 지역은 전세비율이 70% 이상이기 때문에 전세를 끼면 소액으로 주택을 살 수 있다. 예컨대 지난 3월 서울에 거주하는 조 아무개 씨(45)는 친구와 함께 평소 관심 있게 봐왔던 대구 북구 침산동 건영아파트 79㎡형을 1000만 원에 2채씩 모두 4채 계약했다. 이 아파트는 전세비율이 90% 이상인 곳으로 매매가가 1억 2000만 원인데 전세가는 무려 1억 1000만 원이나 됐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이 아파트 매매가는 1억 4000만 원까지 올랐다. 조 씨와 친구는 각각 1채당 2000만 원씩 모두 4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지방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있는 부동산차트연구소 안동건 대표는 “수도권에서 전세비율이 높은 부산 광주 대구 등 지방을 돌며 원정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며 “큰돈이 없어도 2~3채 주택을 살 수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수도권보다 주택 보급률이 더 높은 지방 집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뭘까. 최근 3년 내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7년 말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이듬해 금융위기 이후 지방의 신규 주택 분양은 급감했다. 지방 분양은 2008년 12만 가구, 2009년과 2010년 각각 7만 6000여 가구에 그쳤다. 지방은 통상 연평균 20만 가구 정도 신규 수요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연평균 신혼부부 증가비율 등 수요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 3년째 매년 10만 가구 전후로 새 주택 공급이 안 된 셈이다.
집값을 자극하는 개발 호재가 지방에 몰린 탓도 있다. 대전 등 충청권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세종시 개발로 들썩이고, 부산 등 경남권이나 광주·전남권은 전철·도로개통, 관광단지·신도시개발 등 각종 호재가 잇따른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많은 개발 계획에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한 반면, 지방은 최근 신도시 개발 등 각종 호재가 잇따라 발표되고 사업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강원도 부동산 시장이 향후 크게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평창군 봉평면 오성공인 장재석 사장은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평창까지 도달할 수 있는 철도 건설이 추진되는 만큼 강원도 토지는 물론 주택시장도 최대 호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지난해 경춘선 개통만으로 춘천 부동산이 크게 뛴 것처럼 원주~강릉 복선철도, 제2영동고속도로, 동서고속도로 등의 건설이 속도를 내면서 강원도 지역 부동산 시장이 크게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방 주택시장이 지금처럼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보급률이 100% 이상이고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1년간 부산 인구는 2만 2600여 명 줄었다. 전남은 1만 2400여 명이 감소했고, 대구도 9800여 명 줄었다.
반면 주택공급은 최근 급증세다. 정부는 올해 공공주택만 지방 광역시에 5만 9000여 가구를 공급해 지난해보다 61% 더 늘릴 예정이다. 민간도 올 들어 부산 등 지방에 분양을 집중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부산에서만 올 상반기 벌써 1만 3000여 가구의 민간 분양물량을 쏟아냈다”며 “건설업체마다 향후 1~2년간 주택을 집중 공급할 계획이어서 이후 지방 집값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럼에도 세종시 건설과 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대전·충청권이나 평창 동계올림픽 결정으로 지역 개발이 가속도를 내는 강원도 지역 부동산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뛸 가능성이 크다. 클리코컨설팅 한문도 대표는 “지방 가운데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기반과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는 곳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세가 뛸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다른 지역은 경제 구조가 취약하고 인구가 감소해 최근 열기를 계속 이어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