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고맙다.”

1944년 10월 19일에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오영수는 황해도 해주의 훈장 집안 출신으로 꽤 부유했지만 한국전쟁 당시 부친이 인민군에게 살해당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훈장 집안 출신이라 어린 시절 붓글씨를 배웠던 까닭에 2003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출연 당시 오영수는 고양이 꼬리로 반야심경을 쓰는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낼 수 있었다.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군 전역 이후 취업을 준비 중이던 20대 초반 극단 광장 단원이 되면서부터다. 1963년이다. 극단 단원이던 친구의 제안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그렇듯 극단 단원이 돼 청소 등 궂은 일을 시작한 그는 3년여 만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이 되면서 연극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오영수의 ‘오징어 게임’ 최고 명장면 가운데 하나는 줄다리기 신이다. 촬영 현장에서 오영수가 장문의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뒤 감독의 ‘컷’이 나오자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한다. 오랜 기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쌓아온 내공 덕분이다.
오영수의 평소 취미는 바둑으로 요즘에는 온라인 바둑을 즐기는 데 아마추어 6단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취미 역시 두뇌를 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랜 연극배우 활동을 이어가려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 왔는데 특히 10대 시절부터 평행봉을 즐겨 해왔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연극 ‘장판’에서 ‘매일 아침 평행봉 하는 도둑’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01년엔 연극 ‘오코치의 화려한 외출’에서 배구 코치 역할을 맡았다. 이 연극의 희곡을 쓴 고 이근삼 작가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오영수를 직접 언급하며 “내 갸(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거던”이라고 말했다. 당시 58세이던 오영수는 연극계에서 제법 키가 크고 마른 체형으로 유명해 이 작가가 그를 배구 코치 역할로 제격이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오영수가 1987년 국립극단 배우가 된 데에는 부인의 영향이 컸다. 오영수의 부인은 그의 연극을 자주 관람하던 팬으로 2년가량 연애를 했는데 예비 처가에서 연극배우라는 이유로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안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국립극단 소속 배우가 돼 결혼에 성공한다.
예나 지금이나 연극배우는 배고픈 길이었다. 국립극단에 들어가기 전에는 오영수 역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래서 돈벌이를 위해 했던 부업이 성우다. 배우인 만큼 연기력은 기본,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좋았던 오영수는 EBS(당시 KBS 3TV) 등에서 성우로 활동했다.

사실 2003년 당시 오영수는 이미 연극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배우였지만 대중에게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그가 두 편의 영화에 연이어 승려 역할로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도 그 방향으로 형성된다. 2006년에는 아예 조계사 대웅전에서 삭발식을 갖기도 한다. 정말 승려가 되기 위한 삭발식은 아니고 당시 조계사 주지이던 원담 스님이 극본을 쓴 연극 ‘지대방’에 출연하게 돼 출연배우들의 삭발식이 열린 것이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드라마 출연도 종종 있었다. 1981년 MBC ‘제1공화국’에 군 검사 역할로 출연했으며 1988년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해 최불암과 술을 나눠 마시는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2003년 이후 드라마에서도 승려 역할이 주류를 이룬다. 첫 작품은 2004년 MBC ‘베스트극장 577회 소림사에는 형님이 산다’였다. 2009년 MBC ‘돌아온 일지매’의 열공 스님 역할과 같은 해 MBC ‘선덕여왕’의 월천대사 역할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흥행한 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CF 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렇다고 배우에만 전념하기 위해 CF 출연을 마다한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CF에 출연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승려 이미지를 CF에 활용하는 데에는 흔쾌했던 그이지만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라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인지를 감안해 이를 활용한 CF만큼은 완곡히 거절한 것이다.
SK텔레콤 광고 출연으로 화제를 양산했던 2015년에 오영수는 연극 ‘아버지와 아들’ 개막을 앞두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연기 변신을 선언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방송에선 주로 스님 역을 많이 해서인지 진짜 스님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며 “이제 연기 변신도 시도해봐야겠다”고 말했는데 이미 그는 70대 초중반이었다. 노배우의 변신 역시 무죄다.

바로 그가 황동혁 감독이고 오영수가 캐스팅을 받아들인 작품이 ‘오징어 게임’이다. 그렇게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시청자들이 ‘오일남’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선물 받게 된다. 승려와는 정반대 이미지를 가진 오일남이라는 캐릭터, 그의 말처럼 완벽한 연기 변신이다.
월드스타가 됐지만 ‘오징어 게임’이 끝난 뒤 그가 돌아간 곳은 연극 무대다.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할을 맡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천생 연극배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