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스튜디오 벗어나 OTT·종편으로…비 연예인 출연 관찰카메라 거침없는 자기표현 눈길
#탈 지상파, 오히려 기회?
짝짓기 예능의 원조는 1994년 방송된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후 SBS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 유사 프로그램이 나왔으나 2014년 SBS ‘짝’에 출연한 여성 출연자가 사망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시간이 지나 채널A ‘하트시그널’로 부활했고, 시청률을 넘어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tvN ‘선다방’,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러브캐처’ 등 후속작들이 잇따라 론칭됐다.
시간이 더 흐른 지금, 넷플릭스 ‘솔로지옥’과 티빙 ‘환승연애’ 등 OT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과 SBS플러스·NQQ ‘나는 솔로’, MBN ‘돌싱글즈’ 등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에 편성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환승연애’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다시금 짝짓기 예능을 향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솔로지옥’은 1월 3일 글로벌 스트리밍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전 세계 TV쇼 부문 10위에 올랐다. 주로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던 이 차트 톱10에 한국 예능이 진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만남의 형태가 바뀐 것도 눈길을 끈다. 이미 방송을 마친 ‘환승연애’는 ‘환승’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별한 커플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2021년 8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387만 명을 기록했고,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시즌2도 계획 중이다.
이미 시즌제로 접어든 ‘돌싱글즈’는 아예 ‘돌아온 싱글’이 주인공이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스스럼없이 얼굴과 자신의 사연을 드러낸다. 그중에는 아이가 있는 이들도 있다. 싱글맘, 싱글파파가 새로운 짝을 만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를 TV를 통해 직접 눈으로 지켜본다는 건 시청자 입장에서 새로운 자극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여러 방송 관계자들은 “지상파를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고 말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경직된 부분이 있다.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 어느 수위를 넘어가면 ‘불편하다’고 반응한다”면서 “반면 OTT나 케이블 예능의 경우 대중이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자극적인 설정과 표현 역시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내 예능에서 관찰 예능으로
짝짓기 예능의 주인공은 비 연예인이다. TV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뒤늦게 그런 부담을 느껴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비 연예인을 두고 적잖은 PD와 작가들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이를 활용해 SNS를 통한 자기표현에 능한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훨씬 더 적극적이다. 결별, 이혼과 같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용기 있게 고백하며 사랑을 찾는 모습을 통해 응원을 받는다.
과거 ‘사랑의 스튜디오’ 등에서는 정장을 차려입은 남녀가 나와 상투적인 인사를 주고받고 매력을 뽐내는 시간을 가졌다.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출연진들의 직업군 또한 대기업 직장인이나 공무원, 전문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나와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낸다. 이런 참가자들의 변화와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 인식의 변화는 짝짓기 예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만든 주요 요소다.
프로그램 제작 방식의 변화 역시 주목해야 한다. 1세대 짝짓기 예능은 대부분 스튜디오 물이었다. 수많은 카메라와 조명, 스태프 등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자기를 던져 넣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관찰 카메라’가 대세다. 자신의 생활공간 안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보다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인성 논란을 비롯해 각종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나는 솔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4기 남성 출연자 ‘영철’(가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가 또 다른 여성 출연자인 ‘정자’(가명)를 향해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잡음을 보며 출연자 선정 과정에 대한 문제가 또 다시 제기됐다. 이런 부분은 한계가 분명하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유명인이 아닌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참가자를 결정하고, 최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돌발 사태까지 미리 예측하긴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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