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여 일 만에 600만, 설 연휴 전 1000만 달성 가능…‘경관의 피’ ‘특송’ 등 한국영화가 변수
사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 탁월하다. ‘코시국’이 아니었다면 손쉽게 1000만 관객이 가능하고, ‘명량’이 갖고 있는 우리나라 역대 최다 관객 기록까지 위협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지만 흥행은 단순히 영화의 경쟁력만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같은 기간에 개봉한 경쟁작에 밀려 스크린조차 잡기 어려울 수도 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흥행을 가로 막기도 한다. 영화 자체의 경쟁력은 기본이고, 운도 따라줘야 비로소 1000만 관객 영화가 탄생하는 셈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연말 시즌 즈음에는 어느 정도 일상 회복이 됐을 거라는 기대감 속에 마블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국 개봉 일정을 12월 15일로 미리 잡아 놨었다. 11월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다. 하지만 12월 들어 방역 상황이 악화하면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들려왔다.
나쁜 소식은 방역당국이 방역 대응 비상조치를 시작하면서 12월 18일부터 극장 운영 시간이 밤 10시로 제한된 것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러닝타임이 148분이니 저녁 6시 30분 즈음에 마지막 회 상영을 시작해야 한다. 극장가에서 가장 골든타임인 저녁 7시 이후에는 아예 관객을 못 받는다.
좋은 소식은 이런 방역대응 비상조치로 경쟁작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히 연말 극장가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뜨거운 한 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기대됐던 한국 영화 ‘킹메이커’가 설 연휴인 1월 26일로 개봉을 늦췄다. 그렇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라이벌이 될 것으로 여겨지던 ‘킹메이커’는 일찌감치 1월 26일 개봉을 확정 짓고 있던 한국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의 라이벌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극장가의 대목인 연말 시즌이라 좋은 영화들이 몇 편 개봉하기는 했다.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 영화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와 ‘매트릭스: 리저렉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비롯해 한국 영화 ‘해피 뉴 이어’도 있다. 그렇지만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77만 6397명,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62만 6631명으로 어느 정도 관객을 확보한 데 반해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20만 2905명, ‘해피 뉴 이어’는 18만 6215명에 그쳤다.
‘해피 뉴 이어’의 경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동시 개봉을 한 여파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엔칸토: 마법의 세계’ 역시 OTT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개봉했지만 관객 수가 60만 명을 넘겼다. 고정 극장 관객층이 존재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힘이 재확인된 순간이다.
극장 관객수 감소에는 OTT 열풍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IPTV 등 VOD 시장이 활성화돼 있을 당시에도 극장과 VOD 동시 개봉이 존재했지만 극장 관람료와 큰 차이 없는 이용료를 내야 했다. 반면 월정액인 OTT에선 개별 영화에 대해 추가 결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내 OTT에는 이렇게 VOD 시장이 혼재된 경향이 엿보이지만 글로벌 OTT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극장 개봉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이유는 ‘극장에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부분의 극장 개봉 영화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는 의미다.
개봉 20여 일, 그 사이에 세 번의 주말을 보내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제 설 연휴 대작들이 개봉하는 1월 26일까지는 다시 20여 일에 세 번의 주말이 남았다. 지금 추세만 이어가도 설 연휴 전에 1000만 관객 동원도 가능해 보인다.
호재도 있다. 1월 3일부터는 극장의 밤 10시 영업제한이 밤 9시까지 입장으로 완화되는 것. 다만 영화 종료 시간은 자정을 넘기면 안 되는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러닝타임이 148분이라 9시에 시작하면 충분히 12시 전에 끝난다.
변수는 1월 5일 개봉하는 ‘경관의 피’와 1월 12일 개봉하는 ‘특송’ 등 한국 영화들이다. ‘경관의 피’는 경찰과 언더커버 경찰 등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범죄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 기대감이 크다. 대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몰이로 인해 스크린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이지만 충분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독주를 막아 설 수 있는 매력을 갖춘 영화라는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역시 범죄물인 ‘특송’은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도심 추격전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주인공 박소담의 변신도 눈길을 끌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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