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초반엔 정치 성향 논란…‘그날들’로 찬사 받고 어머니께 바치는 자작곡 ‘엄마’로 우승
1993년부터 가수로 활동해온 박창근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민중가수로 알려져 있었다. 정식 데뷔는 1999년 1집 앨범 ‘Anti Mythos’인데 밴드 ‘가객’의 보컬로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1년에 결성한 가객은 꽃다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 클럽 록밴드 출신 연주인들과 함께 결성한 밴드다. ‘가객’ 2집 음반은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 비평가 추천음반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민중가수’로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보다 정확히 당시의 박창근을 설명하는 단어는 ‘길거리 가수’다. 2005년까지 동대구역 앞 등에서 9년 동안 길거리 공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무장한 전형적인 포크 가수 외길을 걸어왔다.
박창근은 대학 시절 노래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박창근이 소속된 대학 노래패는 대구 부산 등을 오가며 공연을 벌였는데 민중가요만 부르는 대학 노래패가 아닌 김광석, 한동준의 노래나 창작가요 등을 부르는 노래패였다. 당시의 박창근을 단순히 민중가수로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 시절 박창근을 기사에서 몇 차례 다룬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는 그를 ‘변방가수’라고 표현했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국민가수)’에 출연하면서 다시 박창근의 민중가수 시절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박창근이 오랫동안 민중가요 진영에서 활동한 성향의 참가자가 ‘국민가수’에 출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하차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가수’ 제작진은 5회 방송을 며칠 앞둔 11월 1일 “박창근 씨는 오래도록 그려온 대중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국민가수’에 지원한 일반적인 참가자들 중 한 명일 뿐이며,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경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식입장을 냈다.
박창근에 대해 “노래에 대한 간절한 마음 하나로, 2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음지의 무명 가수로서 활동해왔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고 바람 부는 길거리에서 기타 하나를 메고 노래를 부르며, 숱한 갈등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노래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은 결과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참가자가 긴 시간 품어온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 또 어렵게 참가를 결정한 경연에 대한 진의가 지나온 과거 중 겪은 몇몇 특정한 일화로 인해 폄훼되어서는 안된다”며 박창근을 적극 보호했다.
박창근의 또 다른 별칭은 ‘제2의 김광석’이다. 민중가수, 변방가수, 대구가수 등으로 불리던 박창근이 이런 별칭을 얻게 된 계기는 2012년 김광석 노래로 만든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주인공 이풍세 역할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사실 그 전부터 박창근은 고음과 미성이 돋보이는 포크 가수인 터라 고 김광석과 비슷하다는 평을 자주 받아왔다. 심지어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 박창근에게 김광석 모창가수로 출연 섭외까지 들어왔을 정도인데 박창근은 이를 고사했다.
10월 7일 방송된 ‘국민가수’ 첫 회에서부터 박창근은 고 김광석의 ‘그날들’을 불러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3년째 노래라는 길을 꾸준히 묵묵하게 걸어왔다. 조금 다른 용기를 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노래해 온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가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힌 박창근은 기타 연주와 함께 고 김광석의 ‘그날들’을 불렀고 바로 마스터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첫 소절에 바로 8하트가 나왔고, 곧 최단 시간 올하트 기록까지 세웠다.
마스터 박선주는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다. 박선주는 “음악을 처음 시작한 게 고 김광석 선배님 때문인데 대학로에서 (김광석) 오빠를 처음 봤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박창근 씨 노래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감동적이다. 김광석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되는 무대가 됐을 것 같다”는 심사평을 들려줬을 정도다.
김범수는 “원곡자가 생각이 안 나는 커버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는데 원곡자가 너무 생각나는데도 정말 좋았다”며 “원곡자를 마음껏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 김광석의 ‘그날들’로 시작된 박창근의 ‘국민가수’ 행보는 최종회인 12회까지 이어졌고 결국 1위 자리에 오르며 ‘국민가수’ 타이틀을 얻어냈다. 박창근은 상금 3억 원과 황금 트로피, 건강의료기, 멀티밤(화장품) 등을 받았다.
박창근의 마지막 무대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자작곡 ‘엄마’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최종 무대에서 자작곡을 부르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었지만 박창근이 진심을 담아 담담하게 속내를 전달하는 무대에 현장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큰 감동을 받았다.
박창근은 “노래하겠다는 자존심 하나로 늘 주변을 힘들게 했는데, 엄마는 힘들지 않아 보였다. 늘 나를 응원해줬다”고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많은 국민들이 보는 방송에서 얼굴 한번 보여주는 생일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온 것 같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위로해달라는 말씀 같다. 죽을 때까지 노래해서 올려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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