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시사회에서 이례적 탄성, 소문의 실체에 관심 집중…오프닝 스코어 63만, 극장 운영 시간 제한이 흥행 변수
‘어벤져스’ 시리즈로 대표되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인피니티 사가 페이즈3까지의 기세는 정말 대단했다. 그렇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는 끝났고 상징적인 존재인 ‘아이언맨’도 MCU를 떠났다. 더 결정적인 위기는 스파이더맨이 페이즈4에 동행하지 못할 뻔한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갖고 있는 소니픽쳐스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스파이더맨의 MCU 하차가 결정됐었지만 막후 협상을 통해 겨우 계약이 이뤄졌다. 그렇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제작돼 12월 15일 개봉됐다. (※기사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신선도를 무려 97%라고 소개했다. 역대 마블 영화 역대 최고 기록으로 ‘이터널스’(48%)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국내 관객들도 큰 기대치를 75만 장이 넘는 사전 예매량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12월 15일 개봉 첫날 관객 수는 무려 63만 4955명. ‘코시국’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40만 372명은 물론이고, 코시국 이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54만 5302명도 넘어선 기록적인 수치다.
소니와의 판권 계약으로 난항을 겪으며 어렵게 촬영이 시작되면서 스파이더맨에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다. ‘노 웨이 홈’이라는 구체적인 작품 이름도 공개되기 전, 그래서 ‘스파이더맨 3편’ 정도로 불리던 시절부터 다양한 소문이 나돌았는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3명의 스파이더맨이 동시에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일렉트로’ 역할로 캐스팅된 제이미 폭스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역대 세 명의 스파이더맨 뒷모습 사진을 올린 것이 시발점이었다. 2014년 개봉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일렉트로 역할을 했던 제이미 폭스가 다시 일렉트로 역할로 스파이더맨 3편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도 화제였는데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토비 맥과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앤드류 가필드가 톰 홀랜드와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마블과 소니는 모두 3명의 스파이더맨 동시 출연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심지어 앤드류 가필드는 NBC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직접 자신의 출연설을 부인했다. 과연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정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출연할까. 이에 대한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적어도 국내 영화 정보에 기재된 출연 배우 명단에는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없다. 정답은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가 최초로 공개된 기자시사회에서 정답과 관련된 장면이 나오자 기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박수 소리도 들렸다. 참고로 평소 기자시사회장은 보통 탄성, 박수, 울음, 웃음 등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공간으로 탄성과 박수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리고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리자드, 일렉트로 등 역대 빌런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런 설정이 가능한 까닭은 MCU 페이즈 4의 핵심 소재인 ‘멀티버스’에서 비롯된다. 다중 우주를 의미하는 멀티버스는 쉽게 풀이해 ‘우리가 사는 지구 이외의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인 세계, 앤드류 가필드가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인 세계, 그리고 톰 홀랜드가 피터 파커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세계가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영화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마지막 장면에서 정체가 탄로 난 피터 파커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멀티버스를 활용해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모르도록 상황을 되돌리려 하는 것. 이 과정에서 시공간의 균열이 생겨 역대 빌런들을 비롯한 다른 공간의 존재들이 지금 공간으로 넘어오는 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본 설정이다.
이런 멀티버스 개념이 과연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느냐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성공은 물론이고 MCU 페이즈4의 전체적인 성공과도 직결된다. 2022년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로 멀티버스의 개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는 멀티버스가 성공적으로 활용됐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사실 스파이더맨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히어로 캐릭터다. 그래서 벌써 세 번째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기존 히어로 물에 하이틴 무비를 접목해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서 아이언맨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은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의 호흡이 ‘스파이더맨: 홈 커밍’에서 돋보였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선 ‘해피 호건’ 역할의 존 파브로가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사실 많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 빈자리를 닥터 스트레인지가 제대로 메워냈다.
평소라면 가볍게 1000만 관객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시국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어떤 흥행 성적을 올릴지에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12월 18일부터 극장 운영 시간이 밤 10시로 제한된다. 밤 10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제한되면 사실상 저녁 7시 이후 상영 시작이 불가능해진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러닝타임은 148분으로 저녁 6시 30분 상영 시작이 마지막 회차가 된다. 이런 까닭에 방역지침 강화가 발효된 12월 16일 영화업계는 ‘극장 영업시간 제한은 영화산업의 도미노 붕괴를 가져온다’는 긴급 성명까지 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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