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옷소매 붉은 끝동’처럼 기획으로 승부…KBS ‘붉은 단심’ SBS ‘악의 마음을…’ MBC ‘내일’ 출격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는 이미 tvN 등 케이블채널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제작 규모와 시청률 등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의 빠른 시장 장악으로 지상파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2021년 ‘오징어 게임’과 ‘지옥’ 등 넷플릭스 드라마가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킨 덕분에 새해 글로벌 OTT 업체들의 한국 콘텐츠 제작은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
물론 ‘틈새’는 있다. 지상파 3사는 2021년 안방극장에서 화제를 모은 몇몇 드라마의 성공을 모델로 삼아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나 글로벌 톱스타 캐스팅 등에 의존하지 않고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승부를 보는 일종의 ‘가성비 전략’이다.
#화제작에서 돌파구 찾는다
2021년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애플TV 플러스(+)의 ‘닥터 브레인’, 쿠팡플레이의 ‘어느 날’ 등 OTT 화제작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그 틈에서 지상파 3사의 자존심을 세워준 화제의 드라마 3편도 탄생했다.
로맨스 사극의 모범답안으로 꼽히는 이준호‧이세영의 MBC ‘옷소매 붉은 끝동’(최고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집계)과 이하늬의 활약이 돋보인 SBS ‘원더우먼’(17.8%), 남궁민 주연의 MBC ‘검은 태양’(9.8%) 등이다. 이들 작품은 방송 전까지만 해도 그리 주목받지 않았지만, 탄탄한 극본과 연출에 더해 배우들의 활약까지 맞아떨어지면서 지상파 드라마의 명성을 지켜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지상파 3사는 새해에도 그 성공모델을 적극적으로 따른다는 방침이다. KBS 2TV의 ‘붉은 단심’, SBS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MBC의 ‘내일’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붉은 단심’은 새로운 얼굴을 과감히 기용해 역사적인 사실에 허구의 상상을 더한 팩션 사극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로맨스도 빠지지 않는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물론 또 다른 화제작 KBS2TV ‘연모’가 선택한 방식이다.
이준과 강한나가 주연해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한창인 ‘붉은 단심’은 반정으로 왕이 된 선종의 뒤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된 ‘이태’의 이야기다. 조선왕조를 다루지만 극 중 인물과 설정은 허구로 구축한다. 이준이 맡은 왕 이태는 절대군주를 꿈꾸는 인물이고 강한나는 엄격한 유교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꿈꾸는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여기에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좌의정으로 배우 장혁이 합류했다. 역사물이지만 지금 현실에 빗대 볼 만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공략한다.
#프로파일러에 도전하는 김남길
지상파 드라마의 성공은 주연 배우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얼마나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지,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의 문제가 아니다.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풍부한 감성으로 얼마만큼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2021년 안방극장에서 가장 돋보였던 배우 남궁민과 이하늬가 증명한 길이다.
SBS는 새해 시작과 함께 히든카드로 배우 김남길을 내세운다. 1월 14일 시작하는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주연을 맡은 그는 2019년 시청률 20%를 돌파한 주연작 ‘열혈사제’의 성공에 이어 3년 만에 SBS로 돌아온다. 요즘은 여러 배우가 공동 주연을 맡는 멀티캐스팅이 흔하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오직 김남길이 중심이다. 2021년 남궁민이 ‘검은 태양’을 성공으로 이끈 방식 그대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자의 심리 분석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연쇄살인범들과 위험한 대화를 시작한 최초의 프로파일러에 관한 이야기다. 김남길은 실제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꼽히는 권일용 교수가 모델인 주인공 송하영 역을 맡아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기를 펼친다. 권 교수는 이번 드라마의 자문 역할을 맡아 현실성을 높였다.
김남길은 안방극장에서 저력을 입증한 ‘열혈사제’에 이어 범죄 심리를 다룬 장르물을 다시 맡아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선사한다는 각오다. 그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점,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적 배경과 특이점에 끌렸다”고 밝혔다.
#카리스마 저승사자로 분한 김희선
2022년에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는 이어진다. 2021년 이하늬의 코믹 원맨쇼로 시청률 17%를 돌파한 ‘원더우먼’의 성공, ‘옷소매 붉은 끝동’과 ‘연모’를 통해 증명된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향한 시청자의 열렬한 지지가 이런 흐름에 불을 댕긴다.
바통을 잇는 주인공은 배우 김희선이다. 상반기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내일’의 주연을 맡아 죽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김희선은 저승사자들이 꾸린 위기관리팀 리더 역이다. 로운, 이수혁, 윤지온 등 젊은 남성 배우들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다.
이에 더해 김희선은 판타지 장르인 ‘내일’ 안에 진한 감동이 있는 휴머니즘도 녹여낸다는 각오다. 연출을 맡은 김태윤 감독은 영화 ‘재심’과 ‘또 하나의 약속’ 등 작품에서 아픔을 딛고 희망을 찾는 여정을 그려 주목받은 연출자다. 김희선 역시 최근 ‘품위 있는 그녀’부터 ‘나인룸’, ‘앨리스’ 등 주연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호평을 받은 만큼 김 감독과의 작업에서 발휘할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지상파는 2022년 드라마 제작 편수를 늘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드라마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을 더는 간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로 풀이된다. 박성제 MBC 사장은 2021년 12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해 “2022년 드라마 제작에 1300억 원을 투입하고 제작 편수를 2배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SBS 역시 배우 공유와 김태리를 캐스팅한 김은희 작가의 대작 ‘악귀’를 내놓는 등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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