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하더라도 완주해야 향후 입지 확장 가능성…제3지대 후보로서 완주 실익 없다는 반론도
2022년 새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지지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10%를 넘긴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월 7~8일 진행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전주 대비 5.9%포인트 상승한 15.1%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37.6%와 35.2%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13.6%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37.1%, 윤석열 후보는 30.5%였다(이상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자 안 후보의 대선 행보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과의 단일화’ ‘윤석열과의 단일화’ ‘대선 완주’ 세 갈래다. 안 후보 역시 대선 완주를 강조했다. 안 후보는 1월 5일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초청 특강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저만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는 ‘이번 대선의 단일화 원칙,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안 후보는 “저는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며 “조건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측에서는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자신했다. 정치 입문 후 지난 10년간 도덕성이 문제가 된 바 없어 개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 대선 완주 가능성에는 단일화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속내도 포함돼 있다. 안 후보는 2021년 6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여론조사 대상 및 비율, 문구 등 세부사항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며 파행을 거듭한 바 있다. 결국 안 후보는 제1야당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대선 단일화 협상은 이보다 훨씬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와 함께 일해 본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거대 정당 조직의 힘을 맛봤다. 이에 더욱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윤 후보가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하면 초조한 것은 윤 후보 측이라는 분석이다. 야권의 한 전략통은 “이번 대선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다르다.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선거였기 때문에 막판까지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해도 이슈로서 효과를 발휘했다”며 “하지만 대선은 상대인 이재명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 대선 막판까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매달려서 진을 빼면 불리하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완주를 해야만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야권 전략통은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국민의힘은 내부 혼돈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바로 6월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국민의당은 이 선거에서 보수의 적자로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 개인으로도 이번이 아닌 다음 대선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군사정권 이후 보수와 민주정당 모두 10년 이상 정권을 잡은 적이 없다. 그럼 이번에 정권을 민주당에 다시 내준다고 해도, 다음 대선에서는 그만큼 보수진영이 정권을 되찾아오기 유리해진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대선에서 ‘중도사퇴’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차원에서 완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는 게 실익이 크다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된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버틸수록 이익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단일화 없이 끝까지 완주해서는 얻을 게 없다. 과거 대선에서 지지율 10%를 가지고 완주한 박찬종 이인제 후보의 역사를 봤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중 되는 측과 손을 잡아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와 일해 본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는 10년 정치를 해오면서 수차례 단일화의 대상이 돼왔다. 이번에 또 후보직을 양보하게 되면 더 이상 정치를 할 수 없다. 완주를 하지 않고는 정치인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며 “마지막 절벽에 있는 사람은 윤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라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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