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20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도 미국부자들의 ‘특이한 행동’을 많이 보았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날 국내의 부자들을 두루 접하면서 역시 마찬가지의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정작 부자 자신들은 그것을 하나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여기서 소개하는 몇 가지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이나 순진함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부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부자들과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서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먼저 부자를 알아야 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한 재력가인 어느 중소기업체의 사장은 아주 특이한 버릇이 하나 있다. 자신의 발을 여성이 씻어주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여직원 둘이 대야에 물을 떠와서는 양발을 정성껏 씻겨준다. 그리고 여직원 둘은 자신의 업무를 시작하고, 사장은 그때부터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고 그냥 발만 씻어주는 것이다. 내가 주인인 회사의 월급을 받는 여직원에게 발을 씻겨달라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장의 행태였다.
어느 부자에게 외동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과외선생을 모셨다. “과외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이 과외선생이 “일주일에 두 번 나오고 20만원”이라고 하자 이 부자가 10%만 깎아달라고 하였다. 과외선생은 과외비 깎는 부자는 처음 보았지만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한 달쯤 지나고 과외선생이 통장을 정리해보니 부자가 일주일에 두 차례씩 매번 18만원을 한 달 내내 입금한 것이 아닌가. 다음날 과외선생은 부자에게 “어떻게 과외비를 매번 18만원씩 입금하였느냐”고 물어보니 부자는 “과외비가 일당 18만원이 아니었냐”고 하는 것이었다. “한 달치가 18만원이라고 하자 부자는 웃더니 그 다음달에 10%를 도로 인상해서 20만원씩 매월 입금하였다. 이 부자는 과외비가 하루치인지 한 달치인지를 몰랐던 것.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에 어느 부자가 들어왔다. 혼자 앉아서 식사를 시켰는데 주위가 너무 산만했다. 이 부자는 평생을 자신의 숟가락, 젓가락만을 가지고 항상 조용하게 밥을 먹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 날도 역시 마찬가지로 주문한 음식이 자신의 전용 수저와 같이 나왔다. 막 수저를 들려는데 아무래도 주위가 너무 산만해 신경 쓰였다. 그는 식당 매니저를 불러 “이 식당에 있는 사람들의 식사비를 전부 내가 계산할 테니 전부 내보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매니저는 VIP 고객의 요청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주변 손님들이 하나둘씩 나가기 시작하였고 한 5분쯤 지나니 레스토랑에는 그 부자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수저로 식사를 한 뒤 계산을 하고 그냥 기분 좋게 레스토랑을 나섰다. 혼자 즐기려는 부자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부자 여성들을 주로 상대하는 명품점의 한 여성 샵매니저로부터 들은 얘기다. 거액을 상당히 쉽게 번 어느 부인이 있었는데 취미는 쇼핑이었다. 그것도 자신을 대하는 세일즈 여성들의 태도를 보고 쇼핑의 양을 결정하는 것을 즐겼다.
어느 날 이 명품점에 부인이 나타나서는 몇 가지의 옷을 눈에 찍었다. 부인의 눈길이 자주 가는 것을 눈치 챈 매니저는 “사모님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며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평소 이 부인은 자신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고, 특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 여성 매니저에게는 남다른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부인은 일부러 이 매니저에게 “어디 의상학과 나왔어?”라며 넌지시 떠보았다. “예, ○○여대 의상과 졸업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이 부인은 “나랑 여고 동창이 한 명 있는데 그 대학 의상과 나왔어. 그런데 요새 이혼당하고 그냥 놀아. 내가 가끔 도와주어서 먹고 살아. 대학 다닐 필요가 별로 없어”라며 비꼬듯 말했다.
눈치 빠른 매니저는 “예, 맞습니다. 대학 다닐 필요 별로 없습니다. 저도 돈만 썼지 배운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재빠르게 받아줬다. 그 부인은 그날 수백만원어치 옷을 샀다. 만약에 이 매니저가 자존심을 좀 세우겠다고 “아닙니다. 그래도 대학을 나오는 것이 좋지요”라고 했으면 바로 발길을 돌리고는 다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부인은 쇼핑해주는 대신에 자존심을 대접받는 것이다.
대기업체의 CEO를 5년 이상 하다가 퇴직한 어느 기업가의 이야기다. 퇴직금만 10억원을 훨씬 넘게 받은 그는 그룹에서 건설한 고급아파트도 하나 챙겨두었고, 그동안 받은 월급도 어느 정도 모아두었으며 퇴직금도 두둑히 받았다. 그런데 이 부자는 수십년간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모든 것을 회사에서 다 처리해준 탓에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사장에서 고문으로 일년 남짓 대접받다가 그것도 끊긴 며칠 후 어느 모임에 나갔는데 지하철을 타고 지상으로 나왔더니 또 걸어야 했다. 거리가 얼마 안된다는 이야기에 버스를 타려고 하였더니 버스가 문이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는 것이었다. 어느 쪽으로 타야 하는지를 몰랐다. 집에다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집 전화번호를 알 수가 없었다. 며칠 전까지 매일 비서가 집에 연결을 해주어서 자기 집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쳐다보니까 전부 앞으로 타길래 자신도 그냥 올라탔다. 사람들이 무슨 백이나 지갑 같은 것을 버스기사 앞에다 대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그냥 지갑을 꺼내서 대고는 들어갔다. 운전기사가 “버스비를 내라”고 부르자 그는 “아까 다른 사람처럼 나도 똑같이 지갑을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말해서 버스기사는 물론 그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이 어이없어하였다. 정말 아주 오랜만에 버스를 탄 어느 부자가 겪은 일이다.
어느 벼락부자는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자 큰 마음 먹고 최고급 외제수입차를 한 대 샀다. 그동안 2천만원짜리 차만 한 20년 이상을 몰아왔던 터에 갑자기 시가 1억원 이상을 주고 산 최고급 차를 타보니까 아주 편안하였다. 무엇보다 이 차는 소음이 전혀 없었고, 외부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나 차 소리, 떠드는 소리 등을 완벽하게 차단해주고 있었다. 자신만이 별천지에 따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싼 것이 좋긴 좋구나’ 하는 흡족한 마음으로 운전하던 그는 어느 날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창문을 살짝 열고 달렸는데 바람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이 벼락부자는 차를 한 곳에 세우고는 며칠 전에 자신에게 “요즘 신기술로는 뭐든지 안되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던 세일즈맨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여보, 난데 창문을 여니까 바람 소리가 너무 심해. 바람 소리 안 나는 차는 얼마 정도 해?”라고 묻더라나? 그야말로 돈이면 뭐든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믿는 졸부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개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