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의 케이블TV 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한 이호진 회장이 비축해둔 ‘실탄’으로 어떤 인수합병을 시도할지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 ||
태광의 몸집 키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들어 여러 사업체 관련 인수합병(M&A) 소문 중심에 태광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그 방증이다. 막대한 현금 동원 능력에 비해선 최근 벌인 사업확장 시도에서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대재벌을 향한 태광의 열망은 좀처럼 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태광은 올 초 대표적 주류업체인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물론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진로 인수를 위해 태광이 막대한 자금을 준비했다는 소문이 재계와 금융업계에 나돌기도 했다.
얼마 전 미래에셋이 인수하기로 결정난 SK생명 거취문제에 관한 여러 소문들 가운데 태광의 이름도 등장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SK생명 인수전 참여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던 것이다. 소문대로라면 태광은 올해에만 두 번씩이나 인수합병에서 물을 먹은 셈이다.
SK생명 인수와 관련해 태광측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 대상자였던 SK생명측은 SK생명측 관계자는 “(SK생명 인수에) 관심 가진 곳은 많았다. 흥국생명이 인수전에 가세했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입찰 참여 여부는 채권단이 밝히지 않는 이상에는 알 수 없는 것”이라 밝혔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태광산업이 신디케이티드론(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하여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 방식으로 이달 안에 6천억원을 조달하는 외자유치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진로 인수를 위해 자금을 준비했던 태광의 추가 외자유치는 더욱 활발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겠다는 의지 표출”이라 전망했다.
태광의 행보와 관련해 재계와 금융업계가 주목하는 영역은 바로 케이블TV업계다. 태광이 종합유선방송사(SO)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다. 태광그룹 계열 MSO(대규모 SO 사업자)는 이미 14개 SO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 외자유치에 대해 태광 MSO측은 “원래 5천억원가량 차입금이 있는데 차입 대상을 다른 곳으로 바꾸려는 것”이라 밝혔다. 즉, 차환(새로 빌려서 먼저 빌렸던 것을 갚음)을 한다는 것이다.
SO 추가 인수설와 관련해 태광측은 “이번 외자 유치와 SO 추가 인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고 해명했다. 방송법 시행령에 의거해 한 법인이 가질 수 있는 SO는 15개로 제한돼 있는데 이미 14개를 보유한 태광이 굳이 한 개 더 소유하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태광의 손사래에도 케이블 방송업계 신흥강자로 올라선 태광이 케이블 넷 전국평정 야심을 불태운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태광 MSO는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의 GS디지털방송을 인수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의 강서방송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 인수합병으로 강서구 전체 14만 가입자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과 경기도 광명, 안산 등의 SO들을 인수하면서 경기 지역 최대 SO 사업자로 올라선 태광은 이제 강서지역을 발판으로 서울 시장을 공략해 수도권 케이블TV시장을 점령할 태세다.
현재 전국 SO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협의회의 수장은 태광측 사람인 유재홍 회장이다. 태광의 업계 영향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 유 회장은 태광MSO 대표 취임과 동시에 SO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유 회장은 취임일성으로 ‘방송법 시행령 겸영 제한 조항 개정’ 의지를 밝혔다. 특정 업체가 전체 SO 방송 구역인 77개 지역 중 2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는 현재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15개 이상 SO 소유를 가능케 하겠다는 의지다.
또 최근 케이블TV 업체들은 기존 초고속 통신 서비스 제공에 이어, 인터넷 전화 사업과 디지털방송 추진으로 인해 새로운 종합미디어 강자로 재인식되고 있다.
태광의 케이블TV 사업 진출은 이호진 회장이 태광그룹 회장으로 직접 진두지휘한 작품. 당연히 그가 이쪽 사업 영역 확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전액 개인 출자로 시스템 통합회사인 태광시스템즈를 설립하기도 했다.
때문에 막대한 실탄 ‘비축’에도 올해 인수합병전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이 회장과 태광그룹이 어떤 방향으로 진출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태광이 ‘케이블TV시장 평정’이라는 재계의 예상 답안에 호응할지, 또 다른 깜짝 답안지를 내놓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