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탄 신도시의 랜드마크인 메타폴리스를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와 공원이 조성돼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하지만 LH는 1000억 원대의 조경공사를 5개 공구로 나눠 발주하면서 소수 대기업들에 유리한 입찰조건을 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입찰에 참여한 10여 개의 대기업만이 공구마다 적격심사 만점을 받아 ‘나눠먹기’ 내지는 ‘사후 보상’식 담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LH는 조경공사 낙찰자로 2005년 12월 13일 삼성에버랜드컨소시엄, 삼성물산컨소시엄, 고속도로관리공단컨소시엄, 롯데건설컨소시엄 등 4개 업체를 선정했다. 시범단지(공사비 256억 원)는 삼성에버랜드, 선큰공원(214억 원)은 삼성물산, 1공구(225억 원)는 고속도로관리공단이 각각 낙찰자로 선정됐다. 또 삼성에버랜드와 롯데건설은 2공구(240억 원)와 3공구(252억 원) 공사를 각각 수주했다.
결국 1000억 원대의 조경공사 입찰은 일부 대기업이 주도한 4개 컨소시엄이 독식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에 당시 입찰에 참여한 소규모 업체 관계자들은 “LH가 일부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조건을 제시하는 등 처음부터 ‘짜고친 고스톱’이었다”며 LH와 대기업 간의 검은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LH는 2006년 3월부터 공사 수주업체와 함께 조경공사에 착수해 2008년 3월경 대부분의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숱한 논란과 의혹을 뒤로한 채 동탄신도시 조경공사 사업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문제는 뒤늦게 이 사업과 관련한 뇌물수수 사건이 터지면서 검은 커넥션 의혹이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삼성에버랜드컨소시엄 전직 임원이었던 정 아무개 씨가 LH 임직원들에게 수천만 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4월부터 대검의 범죄첩보를 접수하고 은밀히 내사에 돌입한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올 2월부터 정 씨 등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했고, 5월경에는 삼성에버랜드컨소시엄에 참여한 M 조경(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범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6월경에 정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정 씨가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해 7월 20일에야 신변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 씨를 체포한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다음날(7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정 씨가 2006년부터 2008년경에 LH 임직원들에게 준공사례비, 휴가비 등 명목으로 73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을 자백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경공사 규모가 1000억 원대이고 드러난 뇌물 액수를 감안해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적인 뇌물 사건을 넘어 대기업과 공기업 간의 검은 커넥션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일개 임원에 불과했던 정 씨가 7000만 원대의 뇌물을 LH 임직원들에게 건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뇌물 사건 배후에 삼성 측 고위관계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 씨를 상대로 여죄를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동탄신도시 조경공사건은 처음부터 LH와 대기업 간의 유착설과 맞물려 ‘나눠먹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며 “공사를 따낸 대기업들이 LH를 상대로 입찰 과정에서 물밑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이번 뇌물건은 ‘사후 보상’ 밀약에 따른 뇌관이 터진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7월 28일 기자와 통화한 삼성에버랜드의 한 관계자는 “정 씨가 에버랜드에 근무한 건 사실이나 지난해 3월에 정년퇴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탄신도시 조경공사가 2008년 초에 종료된 만큼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임원들이 별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개 직원이 개인돈으로 수천만 원을 뇌물로 제공할리 없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알지 않겠느냐”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의 공동경비가 지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LH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7월 29일 기자와 통화한 LH 측의 한 관계자는 “뇌물 사건은 처음 듣는 얘기다. 당황스럽다”고 전제한 뒤 “LH 출범 전인 구 토지공사 임직원이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도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정 씨를 구속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비리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1000억대 조경공사를 둘러싼 LH와 삼성 간의 검은 커넥션 사건으로 확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