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길목에 위치한 흉가. 기괴한 분위기의 외관뿐만 아니라 미로처럼 이루어진 내부가 묘한 공포심을 자극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여기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꺼림칙한 흉가를 자발적으로 발굴, 답사에 나서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사람의 손이 타지 않는 흉가들을 찾아 다니며 자신의 담력을 시험해보고 오감을 자극하는 극단의 공포를 즐기는 ‘흉가 마니아’들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혹자는 괴상한 취미라고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이들은 흉가 체험이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는 이색 피서로 손색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요신문>은 의정부에 위치한 한 유명 흉가를 직접 답사해 보고 전국 흉가 답사 마니아들의 집결 모임인 ‘흉가를 찾는 사람들 2기’ 매니저 김태빈 씨(20)와 세상에서 가장 오싹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7월 28일 목요일 저녁. 기자는 전국 흉가 답사 마니아들의 유명 답사지로 꼽히는 의정부의 한 흉가를 찾았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던 터라 흉가 답사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북한산 국립공원(의정부 호원동) 길목에 위치한 흉가 방문길에는 이 지역에서 50년간 토박이로 살았다는 한 택시기사가 동행했다. 택시기사는 “북한산 ○○산장 옆에 위치한 흉가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예전부터 유명했다. 누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도 못한 채 빈집으로 오랫동안 묵혀진 곳이다. 그 주변은 예전부터 영한 기운 때문에 많은 무당들이 수행을 하거나 아예 자리잡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흉가로 오르는 내내 이리저리 대나무깃발을 내건 수많은 굿당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흉가는 콘크리트 외벽으로 만들어진 3층 건물이었다. 오랫동안 사람 손을 안탄 터라 외관부터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흉가 내부는 더욱더 음침했다. 마치 미로처럼 이루어진 내부는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공포감을 자극했다. 금방이라도 옆방에서 뭔가가 나올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이 피부를 에워쌌다. 기자와 동행한 사진기자는 연신 셔터를 터트리면서 “정말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잠깐의 체험이었지만 한여름 저녁 등골이 오싹하기에 충분했다.
전국 흉가 답사 마니아들의 집결 모임인 ‘흉가를 찾는 사람들 2기’ 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태빈 씨(20). 그는 정기적으로 흉가답사에 나선 지 2년째 라고 한다. 2007년부터 시작됐다는 이 모임은 현재 160여 명의 정회원을 두고 전국 방방곡곡에 숨겨진 흉가를 발굴해 답사에 나서고 있다.
김 씨는 “보통 한두 달에 한 번 전국단위 모임을 갖는다. 대개 20명 남짓한 회원들이 답사에 나선다. 흉가 섭외는 제보와 소문을 통해 이루어진다. 답사 이전에 사전 자료 수집은 필수다. 흉가체험을 즐기는 회원들의 연령대는 보통 10~20대다. 각자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패기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고 모임을 간단히 소개했다.
혹자는 왜 미쳤다고 그 음침한 흉가들을 찾아나서냐고 설레발 떨지 모른다. 하지만 흉가 답사 마니아들은 하나같이 흉가 체험 속에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씨는 “흉가 체험은 정말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자신의 담력을 직접 시험하고 싶은 젊은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또 무더운 여름날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등골이 오싹한 흉가 체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실제 휴가철이 되면 입소문을 듣고 피서지로 흉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찾는 흉가는 대체로 어떤 곳일까.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답사지는 따로 있을까. 김 씨는 “일단 지역별로 유명한 흉가를 섭외한다. 주로 사람 흔적이 드문 폐교나 폐병원, 폐가들이다. 문 닫은 지 오래된 폐공장도 좋은 답사지다. 또 흉가에도 우리가 판단하는 등급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손이 타지 않는 보존 상태와 심령사진, ORB현상이 나타나는 등 의문점이 발견된 곳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니아들이 답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진 촬영이다. 특히 ORB현상은 마니아들이 꼽는 사진 촬영의 묘미. 오르비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일명 ORB현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원형의 ‘영체’가 렌즈에 찍히는 현상을 말한다. 심령학자들은 대개 ORB현상이 나타나는 곳을 영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일부 광학전문가들 사이에선 먼지 등 반사체에 의해 번지는 과학적 현상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실제 마니아들은 흉가 답사를 하면서 ORB현상을 포함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씨는 “답사 중 ORB현상이 나타나거나 실제 심령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다만 이러한 사진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다. 이외에도 우리 회원 가운데 ‘신기’가 있어서 귀신을 볼 줄 아는 분도 있는데 답사 도중 귀신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나 역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친구 8명과 함께 곤지암에 있는 폐병원을 답사한 적이 있는데 바람 한 점 없는 날, 링거액 병이 혼자 움직이더라. 친구들은 이미 옥상에 올라간 상태였는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또 그곳에 누가 부적을 붙여놓고 갔는데 그것을 나도 모르게 만졌다. 원래 부적에는 혼이 깃들 수 있어서 만지면 안 되는데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꺼림칙하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흉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답사 시 꼭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고 한다. 우선 그곳의 물건을 만지거나 파손시키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라고 한다. 다른 답사객들을 위한 에티켓 차원에서다. 또한 답사 전 자신의 몸 상태를 반드시 체크하고 평소 폐쇄공포나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는 흉가 답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에게 가상의 공포감은 되레 적절한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엔도르핀 수치를 높인다고 한다.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더운 여름밤, 인근 흉가에서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보내는 이색 피서는 어떨까.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리프 캐슬’ 신부 귀신 유명 유골 쌓아논 비밀 감방도
귀신 목격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귀신 출몰지는 어디일까. 세계 유명 귀신 출몰지들은 그곳 나름의 갖가지 어두운 사연을 담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소문 덕분에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기도 한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귀신 출몰지는 프랑스 파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파리 카타콤’일 것이다. 카타콤은 본래 초창기 그리스도교도들의 지하묘지를 일컬었던 말이다. 파리 카타콤은 1785년 포화상태에 이른 파리의 묘지에서 600만 구의 유골을 차곡차곡 쌓아두기 위해 만든 거대 지하묘지로 보기만 해도 섬뜩한 곳이다. 깊은 유서만큼이나 수많은 귀신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호주의 ‘포트 아서’는 도시 전체가 폐허로 불릴 만큼 음침한 곳이다. 이곳엔 영국의 식민지 개척기인 19세기 당시 죄수들이 대거 수용됐던 형무소가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 후반에는 죄수 3만 명이 정주한 적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당시 죄수들은 온갖 부역에 시달리다 사망해도 이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트 아서 앞에 마주보고 있는 무인도에는 지금도 1000구가 넘는 유골이 묻혀 있다고 한다. 그 후로 이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고통 속에 죽어나간 죄수들의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최근에는 아예 이 지역 귀신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고스트 투어’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 자리 잡고 있는 고성 ‘리프 캐슬’은 귀신을 연구하는 심령 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의 장소다. 특히 예배당을 들락거리는 신부 귀신으로 유명하다. 성곽 보수공사가 진행됐던 1900년에는 실제 유골이 대량으로 쌓여 있는 비밀 감방이 발견돼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웨일리하우스 역시 불길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 집은 스페인이 점령했던 지난 17세기, 스페인에서 온 한 신부가 세우고 거주하던 곳이었다. 당시 신부는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벌였는데 이를 거부한 원주민들을 모두 사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당시 희생된 원주민만 9000여 명에 달했다. 이 후 이곳은 억울한 망령들이 자주 목격됐고, 이곳에 거주한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불치병으로 고생하다 죽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연 덕분에 지금은 샌디에이고에서 꼭 거치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