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겨울 붉은 동백과 노란 유채가 일렁이는 섬이 있다. 그 섬엔 꿈꾸는 소년 윤도현이 산다. 네 번째 여정은 독보적인 목소리로 마음을 울리는 가수, 윤도현이 기다리는 제주도로 겨울 속 이른 봄을 맞이하러 떠난다.
매년 이맘때면 제주를 찾는 덕에 곳곳의 숨은 명소까지 꿰고 있는 '제주박사' 이선희와 제주에 살고 있지만 정작 여행을 해본 적은 없는 '윤기사' 윤도현. 그리고 이들을 위해 일일 DJ를 자처하며 두 사람의 명곡 퍼레이드를 이끈 이금희. 세 사람이 함께 떠난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순한 바람이 움츠렸던 마음에 봄빛 설렘을 선물한다.
스치는 봄처럼 짧았던 청춘의 시러 이선희의 열렬한 팬이었던 윤도현에게 이번 제주 여행은 꿈꾸던 그 날이다. 그의 노래와 당찬 카리스마에 반해 언젠가 자신도 가수가 되어 이선희와 빵집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던 윤도현은 어느새 29년 차 베테랑 뮤지션이자 대한민국 록의 자존심이 되었다.
붉은 악마 공식 응원가를 부르며 대한민국의 응원단장 역할을 했던 2002년의 월드컵, 하루아침에 쏟아지는 관심과 인기 뒤에 오는 공허함, 스타라는 이름의 부침 속에서 모든 걸 접고 떠나고 싶었을 때 그의 길을 밝혀준 건 윤도현보다 더 오랜 세월을 같은 자리에 있어준 스타 이선희였다.
가수와 팬으로서, 든든한 선후배로서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된 두 사람. 함께 여행을 떠나 마주 보는 지금 바로 오늘이 봄날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제주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맑은 물이 솟아나는 청굴물, 바람에 억새가 너울대는 산굼부리, 산등성이에서 쉬어가는 노을. 자연이 주는 감동은 고스란히 음악이 되어 흐른다.
노래와 풍경을 여행한 희자매와 윤도현은 성산일출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낭만적인 캠프에서 저마다의 '봄날'을 떠올린다. 한겨울 이른 봄을 만나게 해주는 고마운 섬 제주. 이곳에선 감사하며 누리는 삶은 매일이 봄날임을 알게 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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