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을 점거한 조폭 조직원들이 건물 앞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작은 사진들은 병원 보안직원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들. |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칠성파는 전 보스였던 이강환(68)이 1988년대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교포계 야쿠자 조직인 카네야마카이와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도 유명한 조직이다.
칠성파는 이강환이 보스에서 물러나면서 한때 세력이 약해졌다는 평을 받았으나 아직도 해운대, 동래구 온천장 일대, 광안리, 연산동, 장전동, 기장, 서면 일대를 장악하며 막강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산지역에는 이를 견제하는 나머지 조직들이 반칠성파를 결성할 정도로 칠성파의 세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때문에 지역 이권을 놓고 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에 세력다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06년에 벌어진 부산영락공원 장례식장 난입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6년 1월 20일 칠성파에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던 재건 20세기파의 전신인 20세기파와 유태파, 영도파 등 3개 조직의 추종세력 58명이 부산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야구 방망이 등 둔기를 휘둘러 칠성파 조직원 4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은 양 조직 간에 이권 을 놓고 벌인 보복폭행과 세력다툼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칠성파와 반칠성파의 세력 다툼은 서면 일대의 이권을 놓고 다시 한 번 충돌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부산 서면 지역은 ‘서면파’와 ‘부전파’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검·경의 수사로 서면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직이 와해되자 부산 최대 유흥가 밀집지역인 서면은 그야말로 먼저 차지하는 조직이 왕이 되는 ‘무주공산’이 됐다.
경찰조사 결과 칠성파는 야쿠자의 조직관리를 본떠 조직을 관리해 오면서 지난 2010년 8월부터 1년 동안 부산 서면 부전동 일대 주점에서 업주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월 300만 원씩을 받아 챙기는 등 총 180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12월 17일 재건 20세기파 두목 장 씨 등 8명이 칠성파의 보호를 받고 있던 부전동의 모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칠성파와 패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을 마시던 장 씨 일행은 “술값을 못 주겠다. 아가씨 서비스가 안 좋다”며 업주에게 시비를 걸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업주 A 씨는 지역을 관리하는 칠성파 두목 정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 씨는 조직원 2명과 함께 해당 주점으로 향했고, 재건 20세기파와 맞닥뜨렸다. 결국 두 조직 간에 패싸움이 벌어졌고, 문제를 해결하러간 칠성파는 수적 불리함 때문에 밀렸다.
1차 집단 패싸움이 있은 후 재건 20세기파는 칠성파의 보복에 대비해 인근 지역으로 조직원들을 소집했다. 이때 칠성파는 근처 50m 거리에서 세력을 집결시키는 재건 20세기파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회를 엿봤다. 1시간이 지나도 칠성파의 이렇다 할 보복이 없자 재건20세기파는 안심하고 밥을 먹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조직원 일부를 식당 앞에 대기시키고 나머지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미행을 통해 재건 20세기파가 식당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칠성파는 재건 20세기파의 조직원 일부가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밖에 있던 재건 20세기파 조직원들을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빈 소주병을 깨 식당 안 조직원들을 위협하는 등 2차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재건 20세기파는 2차 패싸움으로 조직원이 실신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여기서도 재건 20세기파 조직원들의 행패는 계속됐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난투극으로 부상한 조직원이 입원한 병원 2곳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의료진에게 “야이 XX놈들아. 빨리 치료 안하고 뭐하느냐”며 협박하고, 이를 말리는 보안직원을 폭행했다. 또 칠성파의 보복에 대비해 병원 앞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등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잊힐 만하면 발생하는 조폭들의 이권다툼에 대해 경찰은 “요즘 폭력조직은 이권이 있는 각 지역마다 두목을 두고, 지부형식으로 관리가 이뤄져 일망타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조폭보다 파이터가 더 버겁다”
불혹을 넘긴 전직 조폭이 파이터로 거듭났다. 지난 7월 2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로드FC 3-EXPLOSION’에서 벌어진 전직 조폭 이한근(42)과 북파 공작원 김종대의 대결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이한 이력을 자랑하는 두 사람의 대결에 많은 이종격투기 팬들은 김 씨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이한근 선수가 1라운드 1분18초 만에 상대를 KO승으로 누르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를 묻는 질문에 “더 이상 언론에서 전직 조폭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스무살 때 혈혈단신 서울에 상경해 먹고 살기 위해 멋모르고 폭력조직에 들어갔다”며 지난날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7년 파이터로 전향한 이 씨는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를 한 선수 출신이다. 태권도 공인4단으로 지역대회에서 우승을 경력이 있는 이 씨는 복싱도 연마한 타고난 파이터였다. 조폭으로 싸울 때와 파이터로 싸울때의 차이점을 묻자 이 씨는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뛰어난 전문 파이터들을 상대하는 것이 보다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신의 선수 경력을 길어야 1년 정도로 내다보고 있는 이 씨는 “이제는 전직 조폭이 아닌 노력하는 나이든 파이터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