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계 스타 민명기 씨가 거액의 투자자들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민씨는 이 같은 자신의 인지도를 앞세워 투자자들로부터 손쉽게 투자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이었지만 이들은 민 씨의 말만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큰돈을 투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8월 18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5월부터 민 씨는 자신을 통하면 ‘삼성SDS·하이마트 등의 장외주식을 살 수 있고 상장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 대행 명목으로 7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 12일 민 씨를 구속했다”고 말했다. 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들을 피해 다니던 민 씨는 경찰에서 혐의 일체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 결과 민 씨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주식 매수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큰 손실이 생기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민 씨의 구체적인 손실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또 일부 피해자들이 원금 반환을 요구하자 이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받아 돌려막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민 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에는 연예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해 방영된 KBS2 TV 드라마에 출연, 아줌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탤런트 김 아무개 씨와 1998년 MBC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 아무개 씨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일부 피해자는 개그맨 남 아무개 씨를 통해 민 씨를 소개받았다며 남 씨를 같이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남 씨를 수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남 씨는 민 씨가 진행했던 한 케이블TV 주식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현직 검사와 고위 공무원도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수억 원대를 사기당했지만 명예실추 등을 이유로 직접 고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치면 사기 액수는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인사까지 이번 사기극에 쉽게 휘말린 것은 민 씨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워낙 잘 알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신문에 글도 쓰고 방송에서도 전문가라고 소개하니 누구나 민 씨를 뛰어난 주식투자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민 씨가 연락해 투자 제의를 한 경우도 있었지만 피해자가 먼저 연락해 ‘돈 좀 벌 수 있는 건수가 없느냐’고 물어본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민 씨가 직접 투자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유명 인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장외주식 거래는 상당한 위험성이 따르는 만큼 전문 사이트에서 거래를 하거나 충분한 자료검증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정 인턴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