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경기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주자 교체 시 반드시 해야 하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음에도 실격 처리되지 않았다는 편파 판정 의혹이 불거졌었다. 이 직후인 2월 7일에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석연치 않은 연속 실격과 이를 통한 중국의 어부지리 어드밴스가 이뤄지는 등 논란이 지속되자 네티즌들의 분노가 닝닝에게 향한 것이다. 자국의 승리를 축하했을 뿐이라는 변명이 이해되지 않은 것도 그런 전후사정에서 비롯됐다.
닝닝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반감이 거세지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늘 그랬듯 침묵을 택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왔던 유료 프라이빗 메시지 플랫폼 디어유 버블에서 에스파 멤버들의 메시지 발신이 열흘 넘게 중단된 것도 소속사 차원의 지시로 알려졌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이 배짱 있는 침묵은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불붙은 반중 여론은 이전부터 비슷한 논란을 빚어왔던 중국 출신 연예인들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에스파와 소속사가 같은 보이그룹 NCT드림·WayV와 더불어 걸그룹 우주소녀·에버글로우·(여자)아이들, 보이그룹 펜타곤 등의 사례다.

에버글로우의 중국인 멤버 왕이런의 경우는 1월 2일 새해맞이 팬 미팅에서 혼자서만 큰절을 하지 않고 중국식 인사를 하면서 데뷔 이래 가장 큰 논란에 직면했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하지 않는 중국 문화를 지킨 것”이라는 자국 내 옹호 여론이 있었지만, 정작 에버글로우가 한국 군대 위문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명예를 해쳤다’며 중국 문화부의 처벌을 받은 전적이 있다.
한국 문화는 인정하거나 포용하지 않으면서 중국 문화를 수용할 것을 강요한 행태에 공분이 일자 왕이런은 돌연 학업을 이유로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주 활동 무대는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장하는 한국에 대한 그릇된 입장을 견지해 온 이들의 과거 행적이 재발굴되면서 "한국을 부정하는 중국인 연예인들의 국내 활동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중국인 연예인에 대한 반감이 빠르게 확산된 만큼 중국 역시 한국 스타들의 활동에 이유 없는 딴죽을 걸고 나섰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한복을 입은 사진을 올리며 ‘한국의 전통 복식’이라고 밝힌 배우 박신혜나 가수 청하에게 “한복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 옷이다” “중국의 문화를 도둑질하는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돈 벌 생각 하지 마라. 한한령을 잊었나”라며 악플 테러를 가하는 식이다.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보며 부정 판정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방탄소년단(BTS)에게도 같은 방식의 테러를 했다가 전 세계 BTS 팬덤의 역공에 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연예계로 번진 반중 정서를 놓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쌓여 온 중국의 적극적인 ‘문화 침탈 행위’에 대한 대항심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내 연예기획사가 이전처럼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아예 여론을 무시할 경우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이중적인 태도로 많은 지탄을 받았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소속 연예인들의 중국 공산당 찬양,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로 주장하는 중국 당국의 발언 홍보, 홍콩 민주화시위에서 중국 지지 등 국내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각종 논란에 제대로 대응한 바가 없다. 반대로 중국에게 피해가 갈 만한 행동에 대해서는 재빠른 사과와 대책 마련을 보이면서 “비굴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이 문제를 단순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단기적인 성장만을 바라보며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 영역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연예계가 제대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대처럼 중국 시장만을 정조준하지 않는 이상 굳이 검열이나 제한이 잦은 중국에 한정된 구애를 펼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네티즌들 간 싸움으로 반짝하고 말 갈등이 아니라 향후 최소 10년 한류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엔터계 종사자들도 이 이슈를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