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DL건설은 가파른 성장세, 그룹 지배력 강화 정지작업설…DL “체질개선, 합병은 사실무근”
#DL건설은 실적 증가세 뚜렷
지난해 연결기준 DL이앤씨는 수주 목표치의 92%(10조 5433억 원)를 달성했다. 매출은 목표치 7조 8000억 원에서 7조 6287억 원으로 98%, 영업이익은 목표치 8300억 원에서 9567억 원으로 115%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신규 수주에선 플랜트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0년 3258억 원에 그쳤던 플랜트 부문 신규 수주는 지난해 2조 5344억 원으로 약 7.7배 증가했다. DL이앤씨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8조 4000억 원, 영업이익 9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신규 수주 목표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13조 6000억 원을 제시했다.
외부적으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와 볼멘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DL이앤씨 매출과 수주액이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31조 2320억 원에 달하던 DL이앤씨 별도 수주 잔고는 2021년 15조 1040억 원으로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는 10조 4278억 원에서 7조 5252억 원으로, 매출은 7조 5496억 원에서 5조 249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한 덕분에 영업이익은 1326억 원에서 6798억 원으로 개선됐다. 92.7%에 달하던 원가율은 80.5%로 낮아졌다.
이와 관련, DL이앤씨 한 직원은 “경쟁 대형 건설사들은 이익률 5~10%만 나와도 규모의 경제 시현을 위해서 수주에 뛰어들고 있지만, DL이앤씨는 이익률을 위한 수주 전략을 고수한다며 수주에 뛰어들고 있지 않다”며 “자회사인 DL건설은 수주를 늘리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DL건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신규 수주는 2017년 1조 7908억 원에서 2021년 3조 181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586억 원에서 2조 103억 원으로 2.3배가량 늘어났다. 수주 잔고는 2016년 8조 1392억 원에서 2021년 21조 5107억 원으로 2.6배 증가했다. DL건설은 DL이앤씨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해 2020년 7월 1일 출범했다. 합병과 동시에 시공능력 순위 17위에 이름을 올렸고, 모회사 DL이앤씨와 관계 설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DL이앤씨 다른 직원은 “DL건설이 DL이앤씨의 주택사업부 매출을 뺏어오는 것이 목표라는 시나리오가 사내에 공공연하게 퍼졌다”며 “DL건설이 e편한세상 브랜드를 활용한 주택 수주뿐만 아니라 대형 SOC사업, 토목사업 등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DL이앤씨 주택사업 부문만 놓고 보면, 신규 수주는 4조 3623억 원으로 전년도 6조 280억 원보다 28%나 감소했다.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59.6%에서 41.4%로 줄었다. 2016년 DL이앤씨의 주택사업 부문 신규 수주 규모는 7조 7670억 원에 달했다. 2017년 6조 4688억 원이었던 주택사업 부문 매출은 2021년 3조 5452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DL그룹 관계자는 “2010년 중반 DL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조 원 단위 손실을 봤다. 이후 수주 전략을 수익성 위주로 전환했다. 잘하는 나라, 잘하는 공정에 집중했다. 단순하게 수주를 줄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제 체질 개선을 마치고, 지난해 말부터 수주를 확대했다. 올해부터 수주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위한 행보?
한편에선 이 같은 전략이 이해욱 DL그룹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DL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했다. 지주사 DL(옛 대림산업)을 중심으로 DL이앤씨가 건설부문을, DL케미칼과 DL에너지가 각각 석유화학과 에너지부문 자회사를 보유하는 사업형 중간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해욱 회장은 (주)대림 지분 5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대림은 DL홀딩스(42.3%)를 통해 DL이앤씨(22.2%), DL케미칼(100%), DL에너지(70%)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그룹 지배력 안정화 측면에서 DL이앤씨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DL홀딩스의 DL이앤씨 지분율은 22.2%에 불과하다. 외국인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각각 26%, 13.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그룹 실적의 7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다.
장기적으론 (주)대림 자회사인 DL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DL케미칼을 통해 DL이앤씨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DL이앤씨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건설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석유화학부문을 육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DL케미칼 가치 제고를 통해 DL홀딩스 가치와 이해욱 회장이 최대주주인 대림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이 회장의 운신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DL그룹은 2019년부터 대림C&S, 대림오토바이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석유화학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DL홀딩스는 석유화학제품 판매사인 대림피앤피를 석유화학제품 제조사인 DL케미칼에 흡수합병했다. 같은 해 9월 DL케미칼은 1조 8800억 원(16억 달러)을 투입해 미국 최대 글로벌 석유화학사인 크레이튼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시나리오에 대해 DL그룹은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DL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 건설, 케미칼, 에너지 등 3개로 사업형 중간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다시 건설과 케미칼을 합병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이해욱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합병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08년 대림은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림에이치앤엘(H&L)을 1 대 0.78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이후 이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32.12%로 늘어나면서 이 회장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5년에는 이 회장이 99.2%의 지분을 보유한 대림아이앤에스(I&S)를 1 대 4.19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대림의 최대주주가 됐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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