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끊기고 주차 차량에 막히고…20% 불과한 전용도로 확대 필요
서울시에서는 공공자전거인 ‘따릉이’ 회원 가입자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330만 명을 돌파했다. 총 대여건수는 2020년 2786만 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5% 증가한 3205만 건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울시의 자전거 이용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전거 도로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로 없음, 불법 주정차, 전용도로 부족 등의 이유로 자전거 도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먼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자전거 도로가 잘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중간에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도 많다. 서울환경연합에서 2020년 6월 한 달 동안 시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 없음’이 자전거를 타기 불편한 이유 1위였다. 북아현동 가구거리 자전거 대여소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이 꽤 많다”며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차도를 이용해야하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뒤에서 차 경적이 울려 깜짝 놀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된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경우 차도의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다.
자전거 도로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 주정차된 차량, 킥보드 등 장애물이 있거나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로 다녀 자전거 주행에 방해된다는 불만도 있다. 강서구에 사는 한 시민은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킥보드가 세워져 있어 위험했던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광진구에 사는 이 아무개 씨는 “최근에 자전거 도로에 차들이 주차돼 있어 자전거를 타는 데 굉장히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전체 자전거 도로의 약 54%로 가장 많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한 도로에서 다니다 보니 보행자들이 자전거 도로로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 앞의 이 아무개 씨는 “자전거 도로로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 옆길(보행자 길)로 비켜서 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는 크게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우선도로, 네 가지로 구분된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로 경계석이나 분리대를 설치해 차도·보도와 구분해놓은 도로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도의 일부분을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노면표시나 안전표시를 해 놓은 도로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도로이며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동차의 일일 통행량이 2000대 미만인 도로의 일부 구간 및 차로를 정해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 있는 도로다.
이 중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느끼는 앞선 불편을 해결하려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해야 하지만 서울은 자전거 전용도로 비율이 현저히 낮다. 2020년 서울시 자전거 도로 현황에 따르면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는 각각 182.7km, 74.3km다. 이는 전체 자전거 도로의 약 20%에 불과하다.
평소 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는 동대문구의 한 시민은 “서울에서 자전거를 편하게 타려면 한강까지 나가야 한다”며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많이 없고, 차량과 함께 다니는 자전거 우선도로를 이용할 때는 차들과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 도로 끊김, 도로 파손, 좁은 도로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기 불편하다고 전했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자전거도로사업팀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가 단절된 구간이나 도로가 없는 곳에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각 자치구에서 불편사항이나 도로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을 조사하면 예산 범위 내에서 자전거 도로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려면 차도를 줄이거나 보도 폭을 줄여야 하는데 차도나 보도나 정해진 폭이 있어 줄이기 쉽지 않아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며 “자전거가 생활권에서 많이 이용될 수 있도록 안전시설 보강과 도로 재정비를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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