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책 이해도 부족 이·안·심 파상공세, ‘유사시 일본 한반도 개입’ 파장…윤·이 ‘대장동 공방’ 서로 “네가 몸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참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1차·2차 법정 TV토론이 각각 2월 21일과 25일 열렸다. 21일은 ‘경제분야’, 26일은 ‘정치분야’가 다뤄졌다.
1차·2차 법정 TV토론에서 윤석열 후보를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후보의 정책에 대한 미숙함이 나타났다.
21일 1차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향해 “주식 양도세 폐지를 약속하셨는데, 이게 왜 도입됐는지 알고 있나”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글쎄”라며 “한번 가르쳐주십시오”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자신이 내건 공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윤 후보의 ‘디지털 데이터 경제’ 공약을 둘러싸고 안철수 후보와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후보가 “5G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과 이것들이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그건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도 윤 후보가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보안 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자, 안 후보가 눈을 질끈 감고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26일 TV토론에서는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 발언이 파장을 낳았다. 심상정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해서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게 할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묻자, 윤석열 후보는 “우리와 일본 사이에 군사동맹까지 가야 하는지 아직 그런 사안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나”며 “(한미일 군사동맹) 절대 안 하실거냐”고 심 후보에 되물었다.
이에 심 후보는 “그렇다.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라고 말하자, 윤 후보는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일본군이)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지만, 꼭 그것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까지 상정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열어놓은 발언인 것.
이재명 후보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윤 후보가 정치신인인 점을 부각했다.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건 젊은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운을 뗀 뒤 “6개월 초보 정치인(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고 꼬집었고, 선제타격 능력 확보 공약은 “전쟁 개시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까지 연결해 “이 후보께서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평화는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며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를 가지고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느냐. 그걸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응수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에게 쏟아진 집중포화를 ‘대장동 문제’ 의혹 제기로 돌파구 삼으려 했다. 1차와 2차 토론회 모두에서 윤 후보는 대장동 문제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는) 김만배가 지칭하는 ‘그분’이 자신이 아니라며 현직 대법관 실명을 거론했다. 그제 현직 대법관이 인터뷰해 완전 허위로 드러났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날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이 후보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 관련 문서보따리를 확보한 것과 관련해 “금년 2월 중순경 제2경인고속도로 분당 출구 부분 배수구에서 대장동 관련 문건 버려진 게 발견됐다”며 “이런 거 보면 다른 자료들도 다 보고받고 결재했는데, 국회에서 물어보면 자료공개를 또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분에게 도움을 준 것도, 이익을 본 것도 윤 후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 대출 중에 왜 대장동 불법 대출은 기소 안 하고 봐줬나”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줬나”라며 윤 후보 검찰 재직 시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제가 몸통이라고 하는데,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제가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는데 어떻게 몸통이 된다는 얘기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공개된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간의 통화 녹취록을 읽어 내려갔다. 윤 후보는 “2014년 6월 29일 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선하고 난 후인데, 김만배, 정진상, 김용, 유동규가 모여 ‘도원결의’ 의형제를 맺는다”며 “이 후보께서 유동규나 김만배하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얘기하며, 적어도 측근이 되려면 정진상이나 김용 정도는 돼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네 사람이 의형제 도원결의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결국 “네 사람과 모든 것을 설계하고, 승인하고, 기획한, 그리고 도장을 찍은 이 후보가 몸통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나오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이를 두고 이 후보는 “이게 토론장인지 연설장인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지만, 녹취록에 대해서는 뚜렷한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맹백한 허위사실이다. 본인이 더 녹취록에 많이 나오지 않나. (일부 녹취록은) 주요 증거가 되고 본인에 관한 건 헛소리가 되느냐”며 “그런 식으로 수사했으니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수사를 정말 무리하게 한 것 같다.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후보의 주도권토론 때도 잠시 시간을 들여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 죽는다’ ‘구속영장 치면 죽는다’ ‘그만 부탁해라’ ‘못봐주겠다’는 명확한 녹취록이 있다”며 “저는 이게 윤석열 게이트다. 윤석열이 몸통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양당 단일화가 아직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며 “내가 윤 후보에게 제안했던 것은 (여론조사) 경선을 하자 말씀드렸고, 거기에 대해 생각이 없으면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다. 그렇게 분명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TV토론 이후 윤 후보에 대한 경쟁 후보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안 후보는 21일 토론회가 끝나고 윤 후보에 대해 “플랫폼 사업과 데이터 산업에 대해서 이해와 구분을 잘하지 못하는 윤 후보의 발언이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답했다.
심 후보의 경우 26일 토론회를 마친 후 “윤 후보가 아까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해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더라도’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해 경악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후보는 토론회가 끝나고 ‘3명 후보에게 집중 질문 받았다’는 말에 “나쁜 건 아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의견을 많이 물어보는 게 아닌가”라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토론 소감에 대해서는 “늘 하고 나면 아쉬운 점이 많다”며 “다른 후보들이 열심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하다보면 ‘좀 더 준비할 걸 그랬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4명의 후보 중 윤 후보가 TV토론을 가장 못했다고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2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TV토론을 잘한 후보’ 질문에 이재명 후보가 31.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22.1%, 심상정 후보 16.1%를 기록했다. 윤석열 후보는 15.4%로 이재명 후보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TV토론 시청 후 지지 후보를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바꿀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응답이 91.6%를 나타냈다. ‘바꿀 생각이 들었다’는 6.9%, 모름·무응답은 1.5%였다. TV토론이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선관위 주관 법정 TV토론은 오는 3월 2일 ‘사회분야’를 두고 마지막으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후보가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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