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지역 밀착 전략에 번개장터 ‘찐팬’ 확보로 맞불…원조 중고나라는 앱 강화로 승부수
#당근마켓 기업가치 3조 원
중고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끈 곳은 로컬밀착형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다. 2021년 8월 시리즈D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3조 원을 평가받았다. 2018년만 해도 400억 규모로 평가받았던 몸값이 75배 이상 치솟았다.
2021년 당근마켓 모바일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600만 명이다. 멀티 카테고리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얼마나 ‘충성도’가 높은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MAU 수는 주목할 만한 데이터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한 이커머스 부문 앱 순위에서도 당근마켓이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독보적 지위는 로컬밀착형 C2C 거래에서 온다. 지역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직거래 중심으로 중고 시장을 개편하고 중고 거래 사기 위험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당근마켓의 주 고객층은 20~40대 주부들이다. 당근마켓을 자주 사용한다고 밝힌 20대 주부 A 씨는 “아이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옷이나 장난감을 나눔하거나 거래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근마켓은 2015년 출범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현재 주 수입원은 지역광고지만 노출당 비용 단가가 타사에 비해 낮고 전국 단위 대기업이 아닌 지역사업자들만 광고주로 받고 있기 때문에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말 이용횟수2억 건을 돌파한 지역 상인 가게 홍보 채널인 비즈 프로필도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전국단위 서비스로 정식 출범한 ‘당근페이’ 역시 수익으로 직결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당근페이가 기타 간편결제 서비스들과 달리 이용자가 인증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근마켓 한 관계자는 “입점한 곳들에서 수수료가 일부 발생할 예정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당근마켓의 수익 개선에 보탬이 된다 안 된다를 논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우선은 앞으로도 저희 주 수입원인 지역광고를 중점적으로 계속 키워나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820억 원 투자 유치
번개장터의 성장 속도 역시 가파르다. 번개장터 측에 따르면 2019년 번개장터의 MAU는 240만 명이었고 인지도는 65% 수준에 불과했으나 3년 만인 2022년 MAU는 650만 명, 인지도는 84%까지 상승했다. 2021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1700만 명, 연간 거래액은 1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1월 11일에는 신한금융그룹, 프랙시스캐피탈 등의 투자를 포함해 820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기반 서비스 당근마켓과 달리 온라인을 통한 전국구 거래를 주된 방침으로 삼는 번개장터의 생존전략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코어팬 확보다. 번개장터가 스스로 규정한 정체성은 ‘취향 중고의 성지’다. 번개장터는 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온라인 동호회나 소위 ‘덕질’을 하는 MZ세대 중심으로 생활용품이 아닌 취향 중심의 매물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파악했다.
전국구로 한정판 상품 등 희소 매물을 거래할 수 있는 허브로 이용되는 셈이다. 지역 중심 서비스를 표방하는 당근마켓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와 관련, 번개장터 관계자는 “평소 갖기 어려운 희소한 매물을 중고로라도 갖고 싶어 하는 심리가 2·3차 거래시장을 찾는 ‘니즈’로 연결된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번개장터에서 거래되는 매물의 60% 이상은 생활용품이 아닌 패션 카테고리다. 평균 단가는 10만 2000원에 달한다. 단가가 높게 형성되다 보니 MAU는 적지만 연간 거래액이 약 1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는 당근마켓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번개장터는 2021년 스니커즈 오프라인 리셀 매장 'BGZT Lab(브그즈트랩)'을 선보였다. 2019년부터 스니커즈 거래량이 상위 5위 안에 들었다는 점을 파악한 번개장터는 대부분의 이용객이 매물을 직접 보지 못하고 인터넷 기사 등에서 상품 정보를 비대면으로 접한 뒤 구매하는 점에 착안해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다.
브그즈트랩 1호점이 상당한 호응을 얻자 번개장터는 2021년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규모와 콘셉트를 확대한 2호점을 열고 11월에는 역삼동 센터필드에 명품 수요 트렌드를 반영한 3호점을 개장했다. 앞서의 번개장터 관계자는 “주요 카테고리를 오프라인으로 가져가면서 꾸준히 고객과 소통함으로써 온라인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중고나라 연간 거래액 5조 원
경쟁사에 비해 중고나라는 모바일 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고나라 측에서 밝힌 2020년 연간 거래액은 약 5조 원으로 중고거래 시장에서 단연 독보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이 중고나라의 자체 모바일 앱이 아닌 네이버 카페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회원수는 2022년 3월 현재 약 1900만 명에 달하지만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서 중고나라 앱은 다운로드 500만 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각각 1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된 번개장터나 당근마켓 앱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네이버 카페의 데이터는 네이버 소유이기 때문에 중고나라에서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자체 앱과 카페의 호환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중고나라 이용자 B 씨는 “문제는 카페에 매물이 훨씬 많이 올라오는데도 앱에 올라온 매물에만 키워드 알림이 와서 수시로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며 “카페를 통해 진행하는 중고 거래는 앱의 거래내역에도 뜨지 않고 판매자와 채팅을 주고받아도 앱에서는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중고나라는 압도적인 연간 거래액을 보유했음에도 기업 가치는 다른 중고거래 업체들에 비해 확연히 낮다. 2020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중고나라의 기업가치는 약 800억 원이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중고나라 측에서도 모바일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중고나라는 2021년 2월 초 창사 이래 첫 대규모 공채를 열었다. 백엔드 개발, 앱 개발, 머신 러닝, 검색 개발 등과 관련된 개발 직군 중심으로 대거 채용하고 입사자들에게 기본급의 100%를 사이닝 보너스(1회성 인센티브)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에 더 투자해서 성장 가능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중고나라 측은 “중고나라 앱 자체의 성장 속도는 빠른 걸로 안다”며 “카페랑 앱의 호환성을 일부 지적하시긴 하지만 카페는 네이버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해당 정보를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객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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