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돌파구 찾지만 여전히 ‘소극적’ 평가…롯데쇼핑 “준비 중이지만 공개는 시기상조”
롯데그룹은 2021년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 황범석 백화점 사업부장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실시한 후 각 부문별로 차별화 전략을 수립했다. 백화점과 할인점(롯데마트), 양판점(롯데하이마트), 이커머스 등은 대형화 혹은 프리미엄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간 롯데그룹 유통 부문은 화학 부문과 달리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지만 지난해 수많은 거래에 참여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한샘과 중고나라에 지분을 투자했고, 관계사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의 미래가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백화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시장은 올해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성장하는 이커머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명품 시장을 기대하지만 롯데백화점의 명품 사업은 경쟁사들에 비해 부진하다. 현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과감한 M&A나 혁신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괜찮은 백화점이지만…
롯데쇼핑이 올해 가장 기대하는 사업부문은 백화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명품 등 보복 소비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백화점은 실적 회복 기조가 뚜렷하게 보인다.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의 2021년 4분기 총매출은 2조 2250억 원으로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 늘었다. 영업이익은 15.8% 증가한 205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측은 명품 상품기획(MD) 강화와 중소형점 리뉴얼 등이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이다. 현대백화점은 별도 기준 총매출이 17% 증가한 1조 8887억 원, 신세계는 무려 40% 증가한 1조 7740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3사의 총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점포만 따로 집계하면 롯데의 상대적 부진은 두드러진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상위 20개 점포의 매출만 집계했을 때 현대백화점의 2021년 매출은 2020년 대비 33.6% 늘었고 신세계는 26.3%, 롯데백화점은 17.5%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신규 점포인 ‘더현대 서울’의 편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롯데쇼핑 대형마트도 내심 반등을 노리고 있다. 롯데쇼핑 내부적으로는 창고형 할인점 빅(VIC)마켓을 리뉴얼한 맥스와 미래형 마트 제타플렉스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간 비어있던 공실을 전문점 중심으로 확충한 것이 주효했다”며 “경쟁사 상황을 보면 리뉴얼 점포 매출은 일반적으로 20%가량 성장하는데 롯데쇼핑 할인점은 올해 30개 점의 리뉴얼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쇼핑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후 보고서를 통해 “롯데쇼핑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부문은 2020년 점포망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후 지속적인 변화 노력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실적 개선 폭은 크지 않다”며 “영업실적 부진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주요 재무지표의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 내부에서 가장 걱정하는 사업은 양판점이다. 롯데하이마트는 2021년 4분기 예상보다도 크게 적은 37억 원(2020년 4분기 대비 77.6% 감소)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익성이 있는 세탁기, 건조기 등 백색가전 매출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IB)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하이마트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21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적지 않은 폭이지만 훨씬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속도를 더욱 높이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신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판촉을 위한 비용 투입이 수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8개 점포를 추가로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이후 초대형 점포를 출점해 점포당 매출액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점포당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했다”며 “내년부터는 점포당 매출 증가가 전체 실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A 필요성 알고 있으나 여전히 소극적
롯데그룹 유통부문은 최근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다가 이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 수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이 더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롯데그룹의 지난해 투자 방식을 보면 의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지만 보이고,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롯데쇼핑이 한샘에 투자한 후 별 다른 협력 방안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가구와 가전은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롯데하이마트와 함께하는 신규 사업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한샘에 대해서도 신규 전략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샘은 1조 4000억 원이 넘는 대형 딜인데 롯데그룹의 투자금액은 2000억 원대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면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어렵다. 롯데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은 있으나 기존의 ‘롯데답다’는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고나라 인수에 대해서도 이미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업에 뒤늦게 투자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 역시 미니스톱이 30평 이상 대형 점포가 많다는 점 때문에 당장은 비용 부담이 클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한샘과 중고나라는 재무적 투자자로 자금을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뭔가를 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세부적인 계획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직 외부에 공개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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