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증시가 8월보다는 분명 낫다. 그렇다고 전고점을 뚫고 오르기는 어렵다. 9월엔 경제지표, 10월엔 기업실적을 봐라.”
가을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3단계 핵심 조언이다. 지난 8월 장중 1684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가 한 달도 안 돼 낙폭의 상당부분을 회복하며 꽤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투자심리는 운동의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이 지배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실제 시장에서는 제2법칙과 제3법칙인 ‘가속도의 법칙’과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한다. 가을 증시를 지배하는 운동법칙을 조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쇼크에서 벗어나 증시가 반등을 시작한 2009년 3월 이후 시장 패턴을 보면 4·7·10월에 상승 강도가 강했고, 2·5·8·11월에는 그렇지 못한 때가 많았다. 4·7·10월은 기업들이 분기단위 실적을 발표하는 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감했던 기업이익이 2009년부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는 실적시즌마다 주가에 반영됐다.
실적시즌 다음인 2·5·8·11월 하순부터는 기업실적보다 글로벌 경제가 주요한 투자재료로 부각되며 실적시즌만큼의 주가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실적이라는 구체적 자료로 주가전망을 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만, 경기라는 다소 모호한 자료로 주가전망을 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적개선 추세가 상당기간 이어지다 보니 시장은 관성의 법칙과 가속도의 법칙이 동시에 작용하며 한때 코스피지수가 2200을 넘기도 했다.
최근 상황도 얼핏 그동안의 큰 패턴이 유지되는 듯하다. 8월 초 미국의 ‘양적완화Ⅱ’ 종료와 유럽 재정위기 고조로 급락했던 증시가 8월 19일 이후 꽤 성공적인 반등을 한 데는 ‘차·화·정’ 중심의 견고한 이익추세 덕이 컸다. 폭락의 주역도 차화정이었지만, 반등의 주역 역시 차화정이다. 그런데 운동법칙을 적용해보면 관성의 법칙이나 가속도의 법칙보다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주도하는 듯하다. 많이 하락했기에 그 반작용으로 반등이 강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9월 이후 지수의 움직임으로 모아진다. 일단 시장을 움직이는 힘의 방향이 일정치 않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등 세계 3대 시장의 경기가 불투명하다 보니 힘의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관성의 법칙이나 가속도의 법칙이 작용하기에는 마찰이 너무 강하다. 수시로 힘의 방향이 방해받으며 지수가 오락가락하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여전히 지배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큰 흐름을 좌우할 주요한 힘의 방향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당장 9월 8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어떤 경기부양책이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8월 초만 해도 양적완화Ⅱ가 끝나면서 기업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추가 대책에 대한 기대로 바뀌면서 반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추가대책이 실망스러울 경우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또 다시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로존의 대규모 국채만기도 9월의 변수다.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또 다시 8월과 같은 살얼음판이 될 수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유럽안정기금(EFSF) 증액에 어떻게 최종입장을 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은 10월 초부터 이뤄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각 기업 이익 전망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주가는 주당순이익에 얼마의 값을 매기느냐에 달려있다. 다른 말로 주가수익비율(PER)의 몇 배냐다.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유동성 규모에 영향을 미칠 인위적 긴축 가능성이 낮아진 마당에 이익추정치가 얼마나 변화하느냐는 증시의 수위를 결정할 최대 변수다.
9월 초 현재 증권사들의 올 이익전망치는 당초 120조 원보다 10%가량 하락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 경우 1800~1900선 정도가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기업이익이 예상치라는 점이다. 2010년 기업이익은 약 100조 원이었다. 보통 경기후퇴기 기업이익이 전년대비 1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수전망은 좀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지수는 1600~1800선으로 밀릴 수 있다.
최근 증권사 코스피 전망치가 최소 1650에서 최고 2050까지 분포된 것도 이 같은 계산법 때문이다. 따라서 9월 미국과 유럽의 투자 관련 뉴스를 지켜본 증권사들이 10월 어떤 이익전망을 내놓을지를 보면 어느 정도 지수 전망이 가능하다.
지수에만 투자를 한다면 여기까지만 이해해도 충분하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서 2000선으로 갈 확률이 높다면 지수 상승분의 2배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올 수 있는 ‘레버리지ETF’나 ‘레버리지인덱스’에 투자하면 된다. 반대로 코스피지수가 1800, 1700선으로 내려갈 확률이 높다면 지수 하락분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는 ‘인버스ETF’나 ‘인버스인덱스’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종목에 투자한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시장전체 이익과 개별 종목 이익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폭락장에서도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아무리 상승 장에서도 이익이 줄어드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현재까지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를 종합하면 자동차부문의 이익이 가장 견고하고, 화학은 예상보다 이익이 조금 줄어드는 수준이다. IT의 경우 예상보다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나 LG전자 등 일부 업체의 경우 적자까지 예상하고 있다. 시장보다 차화정의 반등 폭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와 앞으로는 분명 차이가 있다. 차화정의 반등이 꽤 컸기 때문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8월 초 폭락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이제 솥뚜껑을 보고도 놀랄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고, 이 때문에 한국 증시를 사지 않거나 팔 가능성이 높다”면서 “8월 초 이뤄진 공매도 물량을 일부 되사 갚는 곳도 있겠지만, 획기적 대책이 없는 한 큰 틀의 흐름은 중립 이상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펀드든 자문형랩이든 지수가 올라갈수록 투자자 마음은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다.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되면 버티겠지만, 거의 다 올랐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다.
종합하면 시장을 낙관하지 않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증시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처,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들의 이익전망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정말 뚜렷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오를 때마다 현금비중을 늘려, 혹 겪을지 모르는 다음 쇼크에서 자산가치를 지키고, 저가 매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갈 때”라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