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아산과 천안을 잇는 광덕산. 넓고 덕이 많은 산이라 광덕산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 범상치 않은 외모의 사나이가 살고 있다.
곱게 땋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 덥수룩한 흰 수염, 자칭 타칭 광덕산의 '말도사' 김용관 씨(6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넓고 높은 산중에 사는 '말도사'라기에 고요한 산수 속 도원을 상상했건만 용관씨네는 도시에서 아이 키우며 사는 여느 집 못지않게 복작거린다.
카리스마 넘치는 흑마지만 의외의 어리광을 장착한 '광덕이'와 산중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백구 '쪼꼬미', 하루가 멀다하고 말썽을 부리지만 밉지 않은 사고뭉치 산양들에 닭과 토끼들까지 그야말로 '광덕산 동물농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이 자신을 '자식'처럼 품어주었듯이 함께하는 동물들을 자식으로 품었다는 용관 씨. 그의 말마따나 용관 씨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잠 들 때까지 동물들을 어린 자식 키우듯 들여다보고 돌본다.
이들과 함께라면 적막한 산속도 외롭지 않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항상 용관 씨의 곁을 채워주는 단짝은 바로 흑마 광덕이. '말도사'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광덕이'와 함께 매일 광덕산을 산책하는 것이 용관 씨에게는 하루 일과이자 단짝과의 소중한 교감 시간이다.
아침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분주해 보이는 용관 씨, 광덕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알고 보니 백구 '쪼꼬미'가 곧 출산을 할 것 같다는 것! 갑작스럽게 시작된 쪼꼬미의 진통에 용관 씨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부랴부랴 쪼꼬미의 산방을 만든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바로 광덕산의 '프로 참견러' 산양들. 쪼꼬미의 산방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기웃거리는 산양들 때문에 예민해진 쪼꼬미에 결국 용관 씨가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쪼꼬미가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출산 준비부터 분만 후 특별관리까지 용관 씨의 세심한 관심 속 시작된 쪼꼬미의 출산, 그 생생한 장면이 기록됐다.
산속의 겨울은 유난히 길다. 바깥세상이 삼한사온을 반복하며 봄 맞을 준비를 할 때에도 광덕산은 여전히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의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용관 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꽃샘추위까지 거뜬하게 버티라고 광덕이에게 새 마구간을 지어주기로 한 것. 약 1년 전, 다른 곳에서 광덕이와 지내다가 이곳으로 터를 옮긴 뒤 번듯한 집을 지어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터라 작정하고 솜씨 발휘를 시작한 것이다.
혼자서 자재를 옮기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까지 올려야 하는 고된 과정. 그러나 용관 씨의 얼굴은 지친 기색이 아닌 광덕이의 반응을 기대하는 표정이다.
어느덧 생명이 움트는 시기 봄의 초입에 광덕산을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광덕이와 한 달 만에 폭풍 성장한 쪼꼬미의 새끼강아지들과 또다른 기쁜 소식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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