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경찰서는 9월 6일 전국 콜라텍·무도회장에서 만난 주부들에게 ‘미국산 수입 폐수정화제를 판매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폐수정화제 구입비 명목으로 10억 2000만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총책 홍 아무개 씨(60)와 공장장 우 아무개 씨(5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이후 무도장 부녀자들을 상대로 동일 수법의 범죄를 저질러 세 차례나 구속된 범죄전력이 있던 홍 씨는 자신 대신 범행을 저지를 공범들을 모집하기 위해 생활정보지에 “50대 초반 장기출장 가능한 분 구함”이라는 구인광고를 냈다. 이후 모집된 이들에게 폐수정화제 수입업체 사장, 가죽공장 공장장, 모집책 등 역할을 분담했다.
홍 씨 일당의 범행은 치밀했다. 무도장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모집책 ‘제비남’은 주부 A 씨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며 접근했다. 그렇게 약 1개월간 식사 등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제비남은 “미제 폐수정화제를 수입해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사모님이 돈을 투자하라”며 A 씨를 꼬드겼다. 이후 관심을 보인 A 씨에게 다방 등지에서 폐수정화제 수입업체 사장을 사칭한 공범을 소개했다.
수입업체 사장은 그 자리에서 A 씨에게 개당 280만 원하는 폐수정화제 1개를 구입하게 했다. 이어서 우 씨의 가죽 공장으로 자리를 옮겨 우 씨를 사업파트너라고 소개했다. 홍 씨 일당은 이 자리에서 요오드 용액을 섞은 물에 흰색 세제가루를 넣어 붉은색 물이 맑아지는 가짜 정화실험을 시연했다. 이후 공장장 우 씨가 “당장 정화제를 사겠다”며 A 씨에게 300만 원을 지불하고 폐수정화제를 구입했다. 즉, A 씨 입장에서는 280만 원에 사서 개당 20만 원의 이익을 남긴 것. 홍 씨 일당은 2회에 걸쳐 이렇게 짜고 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이후 폐수정화제 수입 사장이 안심한 A 씨에게 “우 씨의 공장에서 다량의 폐수정화제 20개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구입비 5600만 원을 준비하라”고 속여 A 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뒤 ‘물건을 차에서 가져오겠다’며 밖으로 나가 도주하는 방식으로 돈을 편취했다.
경찰조사 결과 홍 씨 일당은 위와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0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27명을 상대로 사기를 쳐 약 10억 20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홍 씨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