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경 대응 뒤 노림수?
예상을 뛰어 넘는 강경 대응이었다. 강호동이 휘말린 탈세 의혹의 경우 그 동안 수많은 연예인들이 연루됐던 사안이고 강호동 이후 김아중도 비슷한 사안으로 물의를 빚었다. 공인으로서 일정 부분 비난받을 사안이긴 하지만 고의성이 없었던 데다 추징액을 성실히 납부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스쳐가는 바람 정도로 끝날 사안이었다. 다만 성실함과 솔직함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이미지로 인해 강호동에게 다소 높은 수위의 비난 여론이 형성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강호동은 ‘잠정 은퇴 선언’이라는 예상외의 초강수를 뒀다.
만약 기존 탈세 의혹 연예인들과 달리 ‘고의로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려 했다’는 정황이나 증거, 최소한 의혹이라도 제기된 상황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강호동의 탈세 의혹은 이미 ‘고의성이 없는 세액 결정 과정의 오류에서 빚어진 일’로 마무리돼 가는 분위기였다.
한 방송관계자는 “따귀 한 번으로 끝날 일인데 스스로 곤장 100대를 맞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가벼운 사안임에도 스스로 무거운 벌을 받겠다는 자세는 역시 강호동답지만 다소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라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고 말한다. 강호동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잠정 은퇴 선언의 이면에 종편 시대를 앞두고 강호동이 실추된 이미지를 반등시키는 동시에 방송 출연 교섭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숨겨져 있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측근들 ‘영구 은퇴’ 만류
반면 강호동의 측근들은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애초 강호동은 ‘잠정 은퇴’가 아닌 ‘영구 은퇴’를 결심했었다고 한다. 애초 강호동이 기자회견에서 밝히려 한 입장 역시 “이 시간 이후로 연예계를 은퇴하고자 합니다”였다는 것. 그렇지만 측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된다며 거듭 만류하면서 힘겹게 ‘잠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기자회견 직전엔 강호동과 함께 양대 국민 MC 반열에 올라 있는 유재석까지 나서서 강호동에게 전화를 걸어 거듭 은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로 기자회견 톤을 다운시키는 데에는 그가 평소 믿고 따르던 한 방송관계자의 충고가 주효했다고 한다. 강호동의 한 측근은 “주위의 거듭된 만류에도 은퇴라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던 강호동이 그의 충고를 듣고 어렵게 입장을 바꿨다”고 당시 정황을 전한다.
그만큼 언제 컴백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한 측근은 “숨겨진 노림수가 있다는 얘긴 강호동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그는 매우 강직한 성격으로 뒷일을 계산해가며 그런 얘기를 할 사람이 아니다”고 얘기한다.
더욱이 강호동은 최근 상당히 지쳐 있었다고 한다. ‘1박2일’ 하차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누적된 피로감 때문이라고. 천하장사 출신인 강호동이지만 마흔을 넘기면서 체력적인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촬영 시간이 긴 ‘1박2일’ 녹화에서 야외취침에 걸릴 경우 며칠씩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1박2일’에서 하차하려 했지만 이내 시청자들의 비난에 직면했고 연이어 세금 탈루 의혹까지 불거지자 ‘은퇴’까지 생각하게 됐다는 얘기다.
#첫발은 연예사업 가능성
따라서 컴백 시점이 예상 외로 늦춰질 것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잠정이지만 은퇴라는 단어를 언급한 만큼 1년 이상의 장기 공백기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다만 종편까지 가세하면서 강호동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급증하는 터라 친분 있는 PD와 작가, 동료 연예인들의 간곡한 출연 요청이 있을 경우 예상보다 빠른 내년 봄 개편 때에 컴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관건은 강호동의 새 소속사다.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강호동은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인 박태현 씨의 도움을 받아 연예계 활동을 이어왔지만 유재석처럼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등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강호동의 새 연예기획사를 두고 기존 ‘1인 기획사’와 달리 출연 예능프로그램 외주 제작이 가능한 ‘1인 프로덕션’을 설립할 것이라는 얘기부터 신동엽 유재석 등과 함께 MC 위주의 대형 연예기획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설 등이 난무해 왔다.
결과적으로 강호동의 컴백 시점과 방식은 그가 어떤 형태의 연예기획사를 설립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전 소속사 스톰이앤에프 시절에도 유재석 등 동료 연예인들과 달리 회사 지분을 가진 주주였던 강호동은 사업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은퇴 선언 이면엔 연예계 일선에서 물러나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강호동은 그동안 같이 지낼 시간이 많지 않았던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휴식 기간을 마친 뒤 그의 행보는 연예계 컴백보다 우선은 새로운 연예기획사 설립 등 사업적인 행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과연 그는 어떤 형태로 다시 연예계에 돌아올까. 잠정은퇴 기자회견 파문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금 벌써부터 그의 복귀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