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그랜드카니발 발표회에 참석한 정의선 기아차 사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런 현대차의 확장 경영 한가운데에는 정몽구 회장의 2세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행보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현대차의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상장 움직임을 감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출렁인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비스는 지난 7월1일자로 금감원으로부터 기업공개를 위한 외부감사인으로 한영회계법인을 지정받았다. 외부감사인 지정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공개 1년 전에 금융감독 당국에 신청토록 돼 있고, 글로비스쪽에선 지난 6월 말 금감원에 이를 신청했다. 즉 적어도 1년 뒤에는 글로비스가 상장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 것이고, 글로비스쪽에서도 자본확충을 위해 상장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리포트는 이 대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5일에 나온 삼성증권의 리포트나 7일자 CJ투자증권의 리포트는 공통적으로 글로비스가 상장될 경우 주당 20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정의선 사장이 글로비스의 대주주(39.85%)라 글로비스가 상장될 경우 정 사장이 보유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집할 것이라는 분석도 공통적이다.
문제는 안정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 용처를 어디로 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CJ투자증권은 현대차나 모비스를 꼽았고, 삼성증권은 기아차를 꼽았다. 어디를 사든 정 사장이 미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 현대차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나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은 공통적인 셈이다.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을 게 확실한 정 사장이 기아차 지분 1.01%를 빼고는 이렇다할 소유지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사장은 글로비스 지분 25%를 빌헬름센에 매각한 대금 1억달러 등으로 기아차 지분 1.01%를 확보한 데서 보듯 정 사장이 현대차 핵심 계열사의 주식 쇼핑에 나설 것이라는데는 이의가 없는 셈이다.
정 사장이 쇼핑에 나설 자금도 풍부하다.
글로비스가 빌헬름센에 판 지분 25% 중 20%는 정 사장 몫이었다. 1억달러 중 8천만달러가 정 사장 지갑에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정 사장의 지갑은 두둑해질 전망이다. 글로비스가 상장되면 정 사장이 적어도 1천5백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고 계열사 주식 쇼핑에 나설 것이라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또 대기중인 회사도 즐비하다.
본텍이라는 자동차 전자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정 사장의 지분이 30%고, 글로비스의 지분이 30%다. 또 건설회사 엠코는 정 사장 지분이 24.96%고 글로비스 지분이 24.96%로 정 사장 회사로 분류된다.
지난 7월 초 현대차 계열사로 합류한 광고회사 이노션은 정 사장 지분이 40%다.
▲ 정몽구 현대차 회장(왼쪽)과 정의선 사장(오른쪽). | ||
또 계열사간의 인수 합병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2002년 4월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된 본텍은 자본금 1백억원이지만 이후 매해 1백억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본텍의 경우 최근 현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오토넷 등 비슷한 업종의 현대차 부품 납품업체와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에도 카스코를 인수하고 지멘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최근 2~3년 사이에 인수하거나 설립한 부품업체들의 사업영역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럴 경우 정 사장이 본텍 지분 30%를 지렛대 삼아 대형 부품사의 최대 주주가 되는 그림도 가능하다. 이 경우 정 사장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현대차 소유관계의 핵심고리로 한발 더 바짝 다가서게 된다.
즉 미상장사를 기업공개함으로써 현금 확보와 이를 통한 핵심 계열사 지분 매집, 그리고 계열사간 합병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라는 두축으로 정의선 사장이 현대차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그룹 분리 이후 폭발적으로 사세가 커지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신규 계열사 설립과 납품사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의 몫을 키우고 경영권 승계까지 함께하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