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삼성화재의 중국 법인 설립 소식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가 중국 법인 영업개시를 알린 것은 지난 6월23일이다. 하루 전날인 22일 주당 8만원이었던 삼성화재 주가가 7월14일 현재 9만2백원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1만원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삼성화재의 중국 진출 영향이 미치는 여파가 컸음을 실감케 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선전과 더불어 삼성화재는 중국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보험시장은 현재 1천억달러(1백조원가량) 규모로 추산되며 2007년에는 보험료 기준 세계 7위 시장으로 떠올라 한국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보험시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대륙의 무한한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삼성화재의 중국 시장 영업망 확대가 당분간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측에 비교적 우호적인 중국 당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측 관리감독당국인 보험감독위원회(보감위)가 외국계 손보사의 지점 증설 움직임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업계 일각에선 보감위가 삼성화재측에 납입 자본금에 대한 추가 대폭 인상을 요구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밝힌다. 삼성화재가 출자한 자본금은 2억위안(약 2백50억원)이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많은 보험회사들 중 상대적으로 빨리 인가를 받은 점 역시 삼성화재측에 추가 옵션을 요구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중국측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화재에 이어 중국시장 진출을 원하는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측의 텃세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삼성화재를 통해 한국기업 길들이기를 시도할까에 대한 염려 섞인 시각도 나돈다. 여러 국내 보험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둔 시점에서 삼성화재 케이스를 통해 ‘중국 시장이 만만치 않은 곳’이란 본보기를 보여줘 후발업체들에게 ‘중국 당국에 잘 보여야 살아 남는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려 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한 현대차의 ‘성장비결’에 대해서도 구구한 뒷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화재측은 미국이나 유럽에 기반을 둔 업체에 비해 같은 동양권의 보험사라는 측면이 문화적 이해관계를 높이고 생산적인 협력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막대한 자본력의 서구 보험업체가 현지 단독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개시할 경우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물론 관리감독 부서에도 물밑 물량공세를 펼칠 가능성에 주목한다. 외교적 실리 차원에서도 후발로 들어올 서구 열강 업체에 더욱 우호적으로 다가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화재 중국 영업 개시를 신호탄으로 한국 보험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같은 그룹계열인 삼성생명은 8월 중 베이징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베이징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했으며 내년께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를 할 계획이다. 현대해상도 지난 5월 말 중국 당국에 현지법인 설립인가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한국 보험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려는 ‘기회의 땅’ 중국에서 벌어질 한국계 업체 간의 이전투구에 대한 우려섞인 예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삼성화재는 초기에는 중국 진출 한국기업을 상대로 화재·도난 등 재산보험과 적하운송보험·단체상해보험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으로 영업범위를 넓혀서 인지도를 쌓은 뒤 중국 현지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한국계 보험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기반을 닦는 과정에서 삼성화재가 선점해온 중국 내 한국기업 대상 사업을 첫 번째 타깃으로 삼고 파고들 가능성도 있다. 자칫 중국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계 보험업체들이 ‘한정된 파이’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 중국 진출 시금석이 될 삼성화재의 사업 진척 상황에 타 보험사들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무성하게 나도는 것”이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자제품 업계 강자로 자리잡은 ‘삼성’ 브랜드 파워와, 같은 동양권 보험사란 장점이 결합돼 중국 현지에 연착륙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쪽에서도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경우의 수를 맞닥뜨릴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실려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진출한 삼성화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