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재벌, 돈가방 들고 어디 가시나
윤 회장은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보유하고 있던 웅진코웨이 지분 39.7% 중 9.44%인 7백만 주를 1만7천3백원에 장내매각해 1천2백11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오너가 주력의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액수 자체도 1천억원대이다 보니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중소기업 몇십 개를 사들일 수도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측은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윤 회장 주변에서는 이미 새로운 사업에 대한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윤 회장이 주식을 매각한 상황을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을 다급히 확보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웅진코웨이측은 주식매각 이유에 대해 “유통주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증권사의 의견에 따라 매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웅진코웨이의 지분 8.48%를 가지고 있던 웅진씽크빅도 6월23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보유지분 중 3.29%인 2백36만 주를 매각해 4백4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웅진씽크빅의 대주주는 지분 28.27%를 가지고 있는 윤 회장이다.
윤 회장이 보유주식을 처분하기 전 가지고 있던 주식은 39.7%, 친척과 그룹 관계자들이 포함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54.58%에 이른다. 주식 매각 후에도 윤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44.93%나 되어 경영권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 윤 회장의 주식은 블록세일(일괄매매)을 통해 외국계 투자사와 국내 기관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주식의 부족은 지난 5월2일 웅진코웨이가 웅진코웨이개발을 흡수합병한 이후 꾸준히 제기되었다. 합병으로 인해 웅진코웨이개발의 주식 5천1백만 주가 상장되면서 총발행주식이 244%가 늘어났다. 하지만 주식 수가 늘어났음에도 오너나 임직원이 갖고 있는 주식 수가 많아 유통 주식수가 많지 않았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점도 주식 처분의 동기가 된 듯하다. 올 초 9천원대이던 주가가 7월 들어 1만9천원대의 고가를 기록한 데다 이미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선 상태라 시기적으로 주식 매각의 기회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현금의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면 신규사업 진출의 필요성보다는 시세차익이 주식매각의 더 큰 이유가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현대증권은 “외국계 투자사에서 유통주식 물량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3백만~4백만 주 규모였는데, 7백만주를 팔길래 의아스러운 면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비상장 주식을 매각할 경우 60%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반면 상장주식을 매각할 때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이 현금 확보를 위해 웅진코웨이개발을 우회상장한 뒤 매각하는 수순을 밟은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윤 회장에게 들어온 1천2백억원과 웅진씽크빅에 들어온 4백억원을 합하면 1천6백억원에 달한다. 최근 윤 회장은 사석에서 이 자금으로 건설업에 진출할 계획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웅진그룹의 건설업 진출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웅진그룹의 주요 업종과 관련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웅진의 정수기 사업도 처음에는 생소한 분야이지 않았느냐”며 얼마든지 건설업도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수기 사업은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에서 익힌 방문판매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렌털 사업을 벌여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출판사 영업부 출신의 윤 회장은 방문판매 영업으로 지금의 웅진그룹을 일궈냈던 것이다.
다만 지난 2003년 경기도 여주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을 개장한 것을 보면 웅진의 신규사업 진출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딱히 건설업이 아니더라도 레저나 리조트 사업도 가능하다.
윤 회장이 전국에 많은 부동산을 확보해 놓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웅진측은 “신규사업 진출까지는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지만 건설업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물어보자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신규사업을 시작한다면 이미 사업자금을 확보한 만큼 금융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윤 회장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웅진그룹의 현금 흐름이 좋다는 점은 단기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정수기, 비데 등의 렌털 회원은 현재 3백70만 명 규모다. 계약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 렌털비를 3만원으로 잡아도 월 1천억여원의 매출액이 현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현금장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웅진의 사업특성상 첨단산업보다는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건설업으로의 진출설이 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웅진의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연수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등 생활용품들을 빌트인(built-in)으로 들여놓을 수 있어 웅진코웨이와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TV나 냉장고와 같은 대형가전의 경우 소비자의 개별적 선택권이 더 중요하지만 정수기 등의 제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웅진코웨이의 주가는 윤 회장의 대량지분 매각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은 렌털서비스의 영업력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웅진코웨이의 목표가를 1만9천원에서 2만4천5백원으로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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