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 동생인 구자혜씨도 지난 7월 한달 동안 LG상사 주식 총 4만3천4백20주를 팔았다. 6월 말까지만 해도 0.1%에 달하던 지분율(5만7천6백80주)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0.02%(1만4천2백60주)로 급감했다.
일단 구본상씨의 최대주주 등극으로 LG화재 대주주들의 주식 팔기 목적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구자원 회장은 현재 LG화재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로 계열사인 넥스원퓨처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영에는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 회장 동생인 구자훈 이사회 의장이나 구자준 부회장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긴 채 적극적인 경영일선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최대주주로 등극한 구본상씨와 함께 동생인 구본엽씨가 LG화재 지분 3.19%를 확보해 대주주 반열에 올라있다. 이에 따라 최근 단행된 구자원 회장 지분 매각과 최대주주 교체가 후계구도를 반석에 올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엔 구자혜씨 지분 매각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괜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더해진다.
그러나 LG화재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을 다른 관점에서 풀이하는 시선도 있다. 구자원 회장의 지분 매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구자혜씨 건은 후계구도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구자혜씨가 한 달 사이 처분한 지분 0.08%는 웬만한 오너 일가 구성원이 차지했을 경우 대주주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양이다. 구자혜씨는 이 지분을 일가족에게 양도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처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주의 주가가 이제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것”이라며 “최대주주는 자사의 주가 동향에 대해 가장 빨리 꿰뚫고 있으며 최대주주의 주식 매각은 자사주가 최고점을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즉, LG화재 주식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기 전에 팔아치워 이익을 실현한 것이란 시각이 나오는 것이다. 업계에선 동양화재 조정호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씨가 최근 장내 매도를 통해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을 두고 LG화재 케이스와 묶어 ‘보험주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LG화재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에 대한 여러 갈래 시각에 대해 LG화재 관계자는 “주가는 앞으로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지금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팔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구본상씨가) 아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경영 중심에 설 수도 있을 것”이라 밝혔다. 최근의 최대주주 변화나 지분 양도가 구본상씨의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구본상씨는 최근 늘린 1백만 주의 매입대금 75억원을 모두 근로소득 배당소득 금융소득 등 개인 자산을 통해 조달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재벌기업들은 지분 증여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포석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데 주력해왔다. 여론의 시각이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번 LG화재 오너들의 지분 매각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이익 실현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지분 매각을 통해 구자혜씨가 확보한 현금은 약 4억원으로 추산된다. 재벌가 입장에서 큰 돈은 아니지만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만한 유동 현금으로 쓰일 만한 액수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