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 매장을 방문, 물가를 점검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 때문에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당국자들이 때마침 매 5년마다 진행되는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개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품목 개편을 하고 나면 지수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내막을 들춰봤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3%대를 넘어선 4.3%를 기록하면서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1월에 4.1%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7월까지 4%대의 물가 상승률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8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인 5.3%까지 치솟았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정한 소비자물가 4.0%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아직 거시 경제지표를 바꿀 때가 아니라며 물가가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실기론에도 물가가 9월이 되면 3%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9월에도 물가가 4%대의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그동안 정부의 해명을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때부터 정부에서는 금값 탓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물가는 어느 정도 잡혀가는데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에 포함되어 있는 금값은 금반지 가격으로 반영된다. 금반지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8%다.
이러한 금반지가 9월에 19.4%나 가격이 뛰었다. 현재 순금 가격은 3.75g(1돈)당 26만 원을 넘기면서 2005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4.3% 가운데 금반지가 기여한 부분은 0.45%포인트다. 정부는 금반지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는 3.8% 정도 오르는 데 그쳤을 것이라며 금반지 가격 상승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에서는 금반지를 소비자물가 구성품목에서 제외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요즘 금반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돌 등에 선물로 주고 가정에서도 금반지를 소비 품목이라기보다 자산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는 소비지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금반지를 소비자 물가 구성품목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금반지를 제외하는 것을 비롯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을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489개 품목의 가격변동에 가중치(지출 비용에 따른 차이)를 곱해서 계산한다.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의 개편은 매 5년마다 진행되는데 1995년에는 CD음반과 무선호출기, 이동전화료가 추가됐고, 2000년에는 즉석식품과 PC방 이용료, 이동전화 부가서비스가 새롭게 들어왔다. 2005년에는 전자사전과 찜질방 이용료가 들어왔다. 반면 팥과 햄버그스테이크, 비프커틀릿, 식기세척기, CD음반이 제외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는 2005년 물가를 100으로 해서 산정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물가 구성 변경은 가계동향 조사결과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품목을 따져 결정된다. 대개 가계소비 지출액의 1만분의 1을 차지하느냐 못하느냐가 진입과 퇴출 기준이 된다. 문제는 물가 지수 개편 작업이 정부의 물가 낮추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반지의 경우 그동안 정부에서 언급되던 제외 예상 품목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가 개편되면 물가 상승률에 변동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은 2010년에 조사된 가계동향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작업은 올해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이 완료되면 이 새로운 소비자물가지수는 2012년부터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2011년부터 소급 적용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금값이 들어간 지금 소비자물가지수는 없어지고 새로운 물가지수가 산출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현재 9월까지 소비자물가는 4.5% 올라있는 상태다. 정부 목표치인 4.0%를 달성하려면 남은 3개월간 물가를 평균 2.5%로 잡아야 맞출 수 있는 수치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올해 물가를 4.2%로 보면 향후 3개월간 평균 물가가 3.3%면 되고, 4.3%로 높여 잡을 경우 3개월간 평균 물가는 3.7%여도 충분하다. 2005년 당시를 고려하면 소비자물가지수만 개편해도 정부 목표치인 4.0% 달성이 가능한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물가가 10월에 상당부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말에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대한 개편이 있으면 목표치인 4.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효과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서찬 언론인
‘막강 트로이카’가 그리워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주재했던 우리나라는 현재도 회의를 이끄는 국가 중 하나로 G20 회의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G20 회의의 진행은 전임 의장국과 현 의장국, 다음 의장국 세 국가가 G20 회의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이는 회의에서 결정된 안들에 대한 실효성과 연속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다.
지난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을 당시 영국과 한국, 프랑스로 이뤄진 ‘트로이카’는 막강했다. 영국과 한국은 실질적으로 G20 이끄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의 주된 임무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설득에 있었다. 프랑스는 윤증현 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현 IMF 총재)이 막후에서 유럽을 설득하는 작업을 맡았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1년도 안 돼 뒤바뀌었다. 라가르드 총재가 IMF로 떠난 뒤 한국과 프랑스 간 연계가 약해졌고, 다음 의장국인 멕시코는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당장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독일의 눈치를 봐야하는 관계로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멕시코는 경제력이나 영향력에서 선진국이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처럼 강력하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이 배경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지난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공조를 한다는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당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위해 글로벌 통화 스와프 체결을 제시했지만 의장국인 프랑스의 소극적인 태도로 선진국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 관계자는 “G20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지난해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프랑스는 의지가 약하고, 멕시코는 ‘학업’에 뜻이 없는 상태다. 내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나 내년 6월에 열리는 멕시코 G20 정상회의에서 뚜렷한 위기 극복방안을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