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관련 감사팀 임원 등 다녀와…한전기술 “초청장 받아”-업계 “현지 상황 알 텐데” 의구심
한전기술은 한국전력공사 자회사로 1975년 10월 1일 원자력 발전소 설계업무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곳은 원자력 발전에 특화됐으며 현재 원자력발전소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독점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4331억 원으로 전년 동기(4317억 원) 대비 0.3% 오른 반면 영업이익은 85억 원으로 전년(290억 원)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한전기술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3월 스리랑카 출장 때문이다. 한전기술에 따르면 지난 3월 11~17일 한전기술 상임감사 정 아무개 씨와 감사실 검사역 곽 아무개 씨, 사업개발팀 팀장 신 아무개 씨는 ‘스리랑카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스리랑카 정부 부처 협의를 통한 정보수집 및 시장 진출 촉진’ 목적으로 스리랑카 콜롬보에 출장을 다녀왔다.
이후 한전기술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감사팀 임원의 태양광 사업 출장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는 “사장도 아니고 감사가 무슨 해외사업을 개발하겠다고” “감사원에 감사청구 해야 할 듯”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전기술 내부 관계자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스리랑카 출장 건으로 내부에 잡음이 일었던 당시 한전기술 포털 시스템 검색 순위 1위가 ‘스리랑카’이기도 했다.
한전기술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쉬쉬 하는 분위기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상임감사인 정 씨가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태양광 사업 관련) 초청장을 받아 출장길에 오른 것”이라며 그 증거로 지난 2월 스리랑카로부터 받은 초청장을 제시했다.
정 씨와 곽 씨, 신 씨는 출장 기간 동안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 미팅, 한인회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기술에 따르면 이들의 일정은 △3월 11일 출국(인천→콜롬보) △3월 12일 CEB(스리랑카 전력공사) 담당자 협의 △3월 14일 SEA(신재생부) 미팅, Prime Minister(총리) 사무실 방문 및 총리보좌관 미팅 △3월 15일 MoSP(재생에너지개발부) 미팅, Ministry of Finance(재무부) 미팅 △3월 16일 한인회 방문 및 현황 파악, Prime Minister(총리) 사무실 방문 및 총리보좌관 미팅 △3월 17일 귀국(콜롬보→인천)이다.
문제는 스리랑카가 신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현재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데 이어 재정 정책까지 실패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 달러(한화 약 64조 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선언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도 수상쩍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태양광 해외사업개발 관계자 A 씨는 “태양광 사업 테이블 안에 한전기술 외 펀딩 기업이 들어와 있는가”라고 물은 뒤 “가장 궁금한 건 한전기술이 누구보다도 현재 스리랑카 투자에 어려움이 있는 걸 알 텐데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전기술 내부 직원은 “스리랑카에는 (한전기술) 해외 지사가 없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도 없다”며 “(한전기술의) 메인 사업은 신재생이나 태양광이 아닌 원자력 발전소 설계다”라고 말했다. 국민 혈세로 디폴트를 선언한 국가에 원자력과 무관한 사업 관련 출장을 다녀올 이유가 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2017년 대한민국과 스리랑카 수교 40주년을 맞아 주요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에서 ‘스리랑카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개발협력 방안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2017년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는 ‘(스리랑카는) 자연적으로 뛰어난 일사조건을 갖췄음에도 태양광 분야는 풍력, 소수력, 바이오매스와 같은 타 분야에 비해 비교적 발전이 미약했다’ ‘태양광 발전소가 전무해 선진국의 태양광 발전 기술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등이 거론되며 태양광 발전소 필요성이 언급됐다. 비슷한 시기 한전기술도 스리랑카에 태양광 발전소 건립 사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사업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팀 임원이 같은 팀 직원 수행 아래 사업 관련 출장을 다녀온 것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기술 부서별 분장업무(2022년 4월 1일 개정)에 따르면 감사팀(감사실)은 △일상·일반 및 특별감사 △외부기관 감사와 관련된 사항 △회계연도 결산감사 △사무 인계인수와 입찰 및 물품검수 입회 △부패방지에 관한 업무 △공직기강 확립에 관한 업무 △진정 및 민원사항의 처리 △특명사항의 처리 △회사에 대한 의견수렴 및 부조리 신고접수 등에 관한 사항 △반부패 경쟁력 평가 관련 업무 △기타 감사관련 부대 업무 등을 담당한다.
한전기술 측에 따르면 정 씨는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임기 말 외유성 출장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 일부에서는 이들의 출장비와 관련해 부정수령 의혹도 나오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스리랑카 출장 방문 목적과 활동, 성과를 기록한 해외출장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국회에서는 출장을 다녀올 때는 방문 목적 및 활동, 성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회사무처 누리집에 공개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한전기술 측은 현재 자사 홈페이지 해외출장/연수보고서에 게재된 '스리랑카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사업개발을 위한 해외출장' 건을 '회사 이익 보호를 위한 정보 미공개'를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한전기술 외유성 출장 의혹은 현재 한전기술 직원들의 민원으로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경우 국민 혈세가 직간접적으로 투입돼 투명경영이 더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공기업을 통해 굵직한 국책사업을 벌이는 사례가 많기에 도덕적 해이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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