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 명의로 출고한 차 측근이 ‘대포차’로 정리 소문…못 찾으면 추가 고소당할 가능성 때문인 듯
김 씨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포항에서 오징어 사업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현혹해 피해자 7명에게서 약 11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부터 사기를 치기 시작했으며 법률사무소 사무장을 사칭해 개인 회생, 파산 절차를 진행해 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36명에게서 1억 6000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김 씨의 이상한 행적이 포착됐다. 김 씨 주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가 보유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출고한 차들이 사라져 이 차를 찾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김 씨 사정을 안다는 A 씨는 “최근 김 씨가 구치소 안에서 편지를 보내와 차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김 씨가 지인에게 보냈다. 김 씨 지인은 김 씨 차를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두루 보여주며 차를 수소문했다고 한다.
A 씨가 내민 김 씨 편지에는 2022년 4월 11일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 편지에는 김 씨가 적은 슈퍼카 명단을 볼 수 있다. 페라리 F8 스파이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람보르기니 우라칸, 람보르기니 우르스, 롤스로이스 등 많게는 5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들이 명단에 작성됐다. 이 차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사람 명의로 출고된 것으로 보인다.
편지를 보면 김 씨는 주변인 명의나 현금 차 등으로 고급 차량 15대 이상을 출고했다. 정리된 문건에 따르면 이 가운데 페라리 F8 스파이더는 다른 사람 명의로 보인다. 김 씨는 이 차들의 관리를 믿었던 사업 관계자에게 맡겼는데, 그가 차들을 정리하고 사라졌다는 소문이 돈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 C 씨는 그 차들이 서울 중고차 업체에서 팔려 대포차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C 씨는 “최근 대포차 업계 큰손이 해당 차들을 정리해줬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해당 차를 정리한 대금이 수십억 원은 족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구치소에 있다가 차량들 소유권을 찾을 수 없게 돼 이를 찾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 씨가 찾는 차량 액수를 합하면 최소 30억 원 이상 돼 보인다. 김 씨가 차량을 찾는 이유는 엄청난 금액도 있지만 최근 2심에서 감형 받은 상황에서 추가 고소를 막기 위해서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 씨가 찾는 차량 가운데 일부는 타인 명의로 보이며 이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추가 고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C 씨는 “김 씨가 할부료를 대주는 조건으로 명의를 빌려 렌터카를 출고했다고 했을 때 이를 납부해주지 않으면 캐피털사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을 횡령죄로 고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김 씨를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김 씨가 적은 차량 명단에는 국정농단 특검팀을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가 빌려 탔다는 포르쉐 파나메라4는 없었다. 박 특검은 2020년 12월 김 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렌터카를 빌려 탔고 렌트비 250만 원을 지급했지만, 렌터카를 받은 지 3개월 뒤에 지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한 바 있다. 이 차량이 없는 것으로 미뤄 볼 때 포르쉐 파나메라4는 미리 정리했거나 리스트에 없는 김 씨 차량이 추가로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씨의 편지에는 이 차들뿐 아니라 시계, 가구, 명품 모터보트 등 대금도 적어뒀다. 구치소에 있다 보니 소재가 불분명해진 자산들을 적어둔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보낸 편지에는 롤렉스 요트마스터, 롤렉스 데이토나 3개, 롤렉스 서브마리너, 위블로, 카르티에 등의 품목이 적혀 있었다.
A 씨는 “차량 외 자산 금액도 약 15억 원은 한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김 씨가 사라진 차량과 시계 등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며 여러 사람을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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