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 의원에게 지난해 4월 22일 500만 원을 후원한 A 씨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혐의로 재판 받고 있는 인물이다. A 씨는 2018년 초 코스피 상장사 B 사를 인수했다. A 씨는 타이어 부품 제조업체 B 사 주식 거래정지 가능성이 높아진 사실을 숨긴 채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발표해 주가를 부양한 혐의로 2019년 6월 기소됐다. A 씨 등에 대한 재판은 7년째 1심이 진행 중이다.
A 씨는 C 투자조합과 함께 B 사 창업주 일가의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라서는 계약을 2018년 1월 맺었다. 이후 B 사 주가는 2018년 1~2월 급등했다. 2017년 12월 말 약 2000원에서 2018년 2월 초 6000원대까지 상승했다. 주가가 한 달 만에 2배 넘게 오른 셈이다.
주가 상승은 바이오 사업 진출 기대감이 견인했다. B 사는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총 4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2018년 1월 말 공시했다. 또 B 사는 2018년 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의약품 연구개발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실제로 B 사는 바이오 업체 D 사를 110억 원에 인수한다고 2018년 3월 초 공시했다. 그런데 이날 B 사 주가는 15% 이상 급락했다. 알고 보니 A 씨와 함께 B 사를 인수한 C 투자조합이 B 사 주식을 대량 매도한 영향이었다. C 투자조합은 B 사 지분 5%를 장내 매도로 이틀 만에 모두 팔아치웠다. C 투자조합은 D 사와 특수관계였다. C 투자조합 대표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D 사 사내이사였다.
C 투자조합은 B 사 주식 거래 정지를 미리 알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B 사는 C 투자조합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한 바로 다음 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외부감사 결과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는 풍문이 퍼지자 거래소에서 취한 조치였다. 코스피 상장사는 외부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B 사는 실제로 2018년 3월 중순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 의견거절은 감사 의견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에 문제가 크다는 뜻이다. A 씨는 B 사 창업주 일가의 횡령·배임 때문에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B 사 창업주 일가는 횡령 등 혐의로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B 사는 창업주 일가 비리와 별개로 2019년 3월 다시 한번 외부감사 의견거절을 받았다. 바이오 업체 D 사 인수 관련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A 씨는 B 사 지분을 2019년 12월 처분했다.
A 씨는 B 사를 인수하기 전 이미 B 사 창업주 일가의 횡령·배임 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있다. A 씨는 2018년 1월 B 사 지분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특약사항에 합의했다. 창업주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창업주 일가가 대여금 형태로 해결하자는 내용이 특약사항에 적시됐다. A 씨 등이 창업주 일가를 고소·고발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했다.
B 사 창업주 일가는 A 씨 등을 기업사냥꾼이라고 지칭하며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려고 시도했다. B 사 창업주 일가는 “기업사냥꾼들을 건실한 기업인으로 오판해 주주님들께 큰 피해를 준 점 사과드린다”며 “현 경영진은 제조업과 거리가 먼 인사들로 채워졌으며 B 사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무리하게 인수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2019년 초 주주들에게 발표한 호소문에서 주장했다.

원자력 업체 E 사는 2021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의약품 개발 등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150억 원을 조달했다. E 사 주가는 2020년 12월 4000원대에서 머물다 2021년 3월 말 70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
원자력 업체 E 사는 지난해 12월 조명장치 제조업체 코스닥 상장사 F 사를 300억 원에 인수했다. 사업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회사를 고가 인수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E 사는 주가가 1000원대였던 F 사 지분을 1주당 5000원에 가까운 가격에 샀다.
A 씨가 소유한 원자력 업체 E 사 대표는 배 의원에게 지난해 4월 22일 500만 원을 후원했다. A 씨가 E 사를 통해 실소유한 조명장치 제조업체 F 사 대표도 배 의원에게 지난해 4월 22일 500만 원을 후원했다. F 사 대표는 2021년 6월에도 배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A 씨는 한 체육종목 단체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다. 2022년 서울시 한 체육단체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A 씨는 청년회의소(JC) 지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현직 국회의원 여러 명이 JC 출신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A 씨 실소유 회사 여러 곳에 배 의원을 후원한 경위를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쪼개기 후원은 절대 아니다. A 씨 등 세 명은 배 의원이 정치 입문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20년 넘게 친분이 돈독한 각별한 지인이다. 허물없이 친한 사이다. 청소년기부터 친했던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A 씨 등 3명은 1979년~1980년생이다. 1983년생 배 의원보다 서너 살 많다. A 씨 등 3명은 출신 지역이나 대학이 일치하지도 않는다. 배 의원이 어떻게 A 씨 등 3명과 20년여 전부터 알게 됐는지에 대해 배 의원실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친했던 건 사실”이라고만 답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