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역삼동 스타타워-GIC소유, 파이낸스센터-GIC소유, 하나은행빌딩-교리츠코리아 소유 | ||
스타타워는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텔리전트 빌딩. 2001년 6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이 빌딩을 ‘헐값’(6천6백30억원)에 사들였던 해외자본 론스타가 3년여 만에 2천6백여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싱가포르 투자청(GIC)에 매각한 것이다. 매각가는 9천3백억원. 스타타워의 새 주인인 GIC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장기투자자다. 외국자본 간의 스타타워 거래는 국내 빌딩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자본의 성격과 패턴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즉 외국자본이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방향을 바꾸고, 이와 함께 수익모델도 매매차익에서 임대수익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IMF 사태 직후 국내 부동산시장에 물밀듯이 들어온 외국자본은 론스타, 칼라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등 단기 투기자본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1세대 외국자본’은 IMF 사태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헐값에 나온 기업들의 빌딩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3~4년 후 단기매매를 통해 수익률 20% 이상을 올렸다.
그러나 2000년 이후 1세대 외국자본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외국자본’들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외국자본들은 대부분 연기금 성격의 장기투자자로 국적도 싱가포르계, 호주계, 유럽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 도심지역과 여의도, 강남의 빌딩 밀집지역의 주요 건물을 속속 매입해 이제 서울의 주요 업무 시설은 대부분 외국자본이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서울의 도심인 중구와 종로구 일대는 국내 빌딩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GIC 왕국’이다. 특히 GIC는 서울시청 뒤편의 일명 ‘무교동 밸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GIC는 2000년 서울파이낸스센터(SFC)를 3천5백50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무교동 현대상선 빌딩(4백30억원)과 코오롱 빌딩(8백30억원)을 잇따라 매입해 도심에 대표 빌딩을 갖게 됐다. 이후 GIC는 지난 연말 스타타워마저 사들임으로써 강남과 강북의 대표적인 고급빌딩을 보유하게 됐다. GIC는 2000년에 회현동 프라임타워(구 아시아나빌딩)도 4백90억원에 사들인 바 있는데,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GIC가 임대사업을 염두에 두고 도심의 주요 빌딩만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GIC가 요점을 장악한 서울 도심의 상황과는 달리 강남과 여의도 지역 빌딩시장은 외국자본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여의도 업무시설 중 증권가는 호주계 매쿼리 은행의 강세가 돋보인다. 매쿼리 은행은 2001년에 SK증권이 입주해 있는 론스타 소유의 SKC빌딩(현 SK빌딩)을 8백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마찬가지로 론스타 소유였던 동양증권빌딩을 2003년 8백5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에는 골드만삭스 소유의 대우증권빌딩을 7백20억원에 사들였다.
▲ (왼쪽부터)한나라당 당사-싱가포르계 MPI 소유, 동양증권 빌딩-호주계 매쿼리 은행 소유, 나라종금빌딩-영국계 푸르덴셜 PPIM 소유 | ||
강남의 경우는 지난해 외국자본의 ‘손 바뀜’이 많았다. GE리얼에스테이트가 역삼동 국민카드 빌딩과 강남 메트로빌딩을 각각 6백95억원과 4백10억원에 사들였다. 나라종금빌딩은 영국 푸르덴셜계 PPIM이 8백30억원에 인수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의 ‘국내 빌딩 사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의 도이치뱅크가 삼성생명 소유의 충무로 빌딩, 여의도 빌딩, 삼성동 빌딩, HSBC 빌딩을 도합 2천37억원에 매입해 업계를 바짝 긴장시켰고, 일본계의 교리츠코리아가 남대문로의 하나은행 빌딩을 1천1백20억원에 매입하면서 국내 빌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처럼 외국자본이 경쟁적으로 국내 빌딩 사냥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1세대 외국자본이 IMF와 기업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 헐값에 나온 알짜 빌딩을 사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2세대 외국자본들은 높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주요 빌딩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의 경우 연간 빌딩 임대수익율이 3~5%에 불과하지만 서울의 경우 연간 임대수익율이 7~8%에 이르고, 특히 주요 빌딩의 공실률(空室率) 도 제로에 가까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기금 성격의 2세대 외국자본들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주요 빌딩들을 사들인 만큼 당분간 이들 빌딩 또한 외국자본의 소유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예상되는 문제도 적지 않다. 부동산관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처음엔 외국자본끼리 거액의 프리미엄을 붙여 빌딩을 매매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임대수익 쪽으로 눈길을 돌린 외국자본들이 서로 ‘의기투합’해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주요 빌딩의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울 만큼 오피스 공급이 부족해 외국자본들이 임대료를 올리면 국내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경우 ‘임대료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알짜 빌딩 대부분을 접수한 외국자본들은 최근에는 서울 양천구나 강서구 등 신흥 지구, 그리고 분당 등 수도권 지역의 짭짤한 중소형 빌딩 매입에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천국’인 한국에서 외국자본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상품은 여전히 부동산인 것이다.
외국자본이 소유한 주요 건물 ※금액은 모두 추정가임
빌딩 | 주소 | 소유권 이전 현황 | ||
여의도 중앙빌딩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7-13 | 2000년, 210억원, 네덜란드계 로담코 | 2004년초, 272억원, 이화학원 | |
중구 센트럴빌딩 | 서울 중구 서린동 136 | 2001년, 650억원, 미국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 2004년, 800억원, 한국수출보험공사 | |
무교동 코오롱 빌딩 | 서울 중구 무교동 45 | 코오롱 | 2001년 9월, 625억원, 모건스탠리 | 2004년 1월, 830억원, GIC |
여의도 동양증권빌딩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8 | 동양증권 | 2000년말, 649억원, 론스타 | 2003년, 850억원, 호주계 매쿼리 은행 |
은석빌딩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8 | 2000년 11월, 715억원, 골드만삭스 | 2003년, 1000억원, 로담코 | |
SKC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10 | SK | 1999년, 660억원, 론스타 | 2001년, 800억원, 매쿼리 |
대우증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4-3 | 대우증권 | 2001년, 476억원, 골드만삭스 | 2004년초, 720억원, 매쿼리 |
갑을빌딩 | 서울 종로구 서린동 149 | 갑을 | 2002년 4월, 300억원, 모건스탠리 | 2004년, 425억원, 한국컴퓨터 |
스타타워 | 서울 강남구 역삼동 737-1 | 현대산업개발 | 2001년 6월, 6630억원, 론스타 | 2004년 12월, 9300억원, GIC |
서울파이낸스센터 |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84 | 2000년, 3550억원, GIC | ||
회현동 프라임타워(구 아시아나 빌딩) | 서울 중구 회현동 2가 10-1 | 아시아나 | 2000년, 490억원, GIC | |
여의도 서울증권빌딩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9 | 서울증권 | 2004년 9월, 947억원, 독일계 DEKA | |
서울이동통신사옥 | 서울 양천구 목동 923-12 | GTF코리아 | 500억원, 로담코 | |
충무로 빌딩 | 서울 중구 충무로 5가 36-3 | |||
HSBC 빌딩 | 서울 중구 봉래동 1가 25 | 삼성생명 | 2004년 5월, 2037억원, 도이치 뱅크 | |
여의도 빌딩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6-1 | |||
삼성동 빌딩 | 서울 강남구 역삼동 142-43 | |||
여의도 브릿지 증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5-12 | 브릿지증권 | 2004년 4월, 714억원, GE리얼에스테이트 | |
을지로 브릿지 증권 |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198 | |||
노스게스트타워(구 적선동 현대상선) | 서울 종로구 적선동 66 | 현대상선 | 2002년, 680억원, 라살인베스트먼트 | 2004년, 1120억원, 영국계 푸르덴셜 |
한누리 빌딩 | 서울 종로구 내자동 219 | 2000년, 200억원, 모건스탠리 | 2004년 7월, 360억원, 삼성생명 | |
골드상호신용금고빌딩 | 서울 중구 초동 106-9 | 2002년, 200억원, 모건스탠리 | 2004년 7월, 360억원, 솔로몬상호신용금고 | |
강남 메트로빌딩 | 서울 서초구 서초동 | 000년, 240억원, 골드만삭스 | 2004년 8월, 410억원, GE리얼에스테이트 | |
서울시티타워 |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581 | 2000년말, 1180억원, 싱가포르계 CDL | 2003년 6월, 1580억원, GRA | |
무교빌딩(구 무교동 현대상선) | 서울 종로구 무교동 96 | 현대상선 | 2001년, 300억원, 모건스탠리 | 2004년, 430억원, GIC |
하나은행빌딩 |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 하나은행 | 2004년, 1120억원, 교리츠코리아 | |
한나라당사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7-7 | 한나라당 | 2004년, 430억원, 싱가포르계 MPI | |
나라종금빌딩 |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28-3 | 예금보험공사 | 2004년, 830억원, 영국계 푸르덴셜 PPIM | |
미래와사람빌딩 | 서울 강남구 대치4동 942-1 | 2002년, 690억원, 칼라일 | 2004년, 910억원, 맵스자산운용 | |
역삼 국민카드빌딩 |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8-19 | 국민은행 | 2004년, 695억원, GE리얼에스테이트 | |
시그마타워 | 서울 송파구 신천동 7-19 | 한라그룹 | 999년, 330억원, GIC | 2004년, 500억원, GE계열 K-1리츠 |
게이트웨이빌딩(구 벽산125빌딩) | 서울 용산구 동자동 12 | 벽산건설 | 2000년, 742억원, GRA | 2005년, 1000억원, 맵스자산운용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