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강호동으로 시작된 탈세 광풍은 김아중을 넘어 인순이까지 논란 속으로 빠뜨렸다. 항간에는 또 다른 톱스타들이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다. 아직 확인된 바는 없지만 국민MC라 불리던 강호동의 연예계 잠정 은퇴까지 불러온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추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우는 “연예인들이 일반인보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더 모른다. 하물며 세금 정산은 매니저와 세무사에서 맡기기 때문에 우리가 손쓸 틈도 없이 탈세의 누명을 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유명 톱스타의 매출과 관련된 기사를 쓰자 매니저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난감함을 표시하며 기사 수정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가 받는 대략의 드라마 출연 몸값 및 CF개런티 등을 감안해 작성됐기에 무난한 기사였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전체 매출 중 연예인이 결국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사를 읽는 대중과 세금 관련 공무원들은 이 돈을 모두 벌어들인 것으로 안다. 때문에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세무 조사가 시작되면 해당 연예인의 몸값과 관련된 기사는 참고자료가 된다. 과거 세무 조사를 받았던 한 톱 가수의 매니저는 “유명 언론뿐만 아니라 대중 노출도가 적은 잡지에 실린 관련 기사 하나까지 모두 스크랩해 놨더라. 그 자료를 제시하며 탈세 여부를 조사하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비공식 행사가 많은 가수나 개그맨의 경우 자신의 정확한 수입 규모를 알기가 더욱 어렵다. 연예인들이 직접 돈을 받지 않기 때문. 대부분 담당 매니저가 개런티를 협상한 후 직접 수령한다. 이 과정에서 ‘금전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한 가수 매니저는 “지방 행사를 다녀오며 개런티를 축소 보고한 뒤 일부 금액을 챙겼다가 적발된 매니저가 해고되는 일이 더러 있다. 가수를 부른 업체는 자신들이 지급한 정확한 금액을 신고하기 때문에 연예인의 세금 신고액과 차이가 발생한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연예인이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월급쟁이가 아닌 개인 사업자라면 누구나 세무사의 손을 거치며 세금을 줄이려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소액의 탈세가 발생할 수 있다. 거액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의 경우 이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연예인들이 탈세에 휘말리는 가장 흔한 경우는 필요경비를 부풀려서 책정한 사실이 국세청에 드러나는 것이다. 강호동 김아중 인순이 등 탈세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 대부분이 필요경비 책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연예계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필요경비 부풀리기 수법은 과도한 인건비 책정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 가량을 받는 로드매니저나 코디네이터, 스타일리스트 등에게 월급으로 300만~500만 원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처리해 필요경비를 부풀리는 것. 이런 경우 실제로는 100만 원을 받은 이들이 300만~500만 원을 받은 것이 돼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되는데 이 부분은 연예인 측에서 메워준다. 이들의 부풀려진 월급에 따른 세금이 고소득 개인사업자인 연예인이 필요경비 과다 책정으로 아낄 수 있는 세금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세청은 이런 부분도 날카롭게 파고든다. 터무니없이 높게 인건비가 책정된 경우 계좌조회까지 해서 필요경비를 부풀린 것이 아닌 지 확인하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 탈세 여부가 드러나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아예 세금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예인과 연예기획사가 많다. 한 연예 관계자는 “남들은 연예인들이 고급 외제차를 타는 것을 보며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세금을 덜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된다는 것을 매니저들은 알고 있다. 때문에 필요경비를 적절히 이용해 세금을 줄이고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매니저의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좋은 절세 방법은 기부금이다. 이미지도 좋아지고 절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가장 좋은 기부금은 100% 세액 공제가 되는 정치후원금이지만 자칫 특정 정당 정치색이 연예인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국세청의 서릿발 같은 조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예인들이 거절하기 힘든 부탁이 바로 매년 3월 ‘납세자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명예민원봉사실장 활동이다.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연예인이 하루 동안 구민들의 민원을 받으며 봉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소 대외 활동을 꺼리는 연예인들도 명예민원봉사실장 제안은 쉽사리 뿌리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괜히 국세청의 눈 밖에 났다가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톱스타 A는 “과거 ‘납세자의 날’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청에서 명예민원봉사실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도무지 뺄 수 없는 스케줄이 있어 고사했다. 이후 세무조사를 받았고 결국 세금을 추징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동안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왔기 때문에 추징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받는 내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납세자의 날’ 직후에 일어난 일이라 둘 사이의 연관성을 지울 수 없었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향후 또 다른 연예인의 탈세 혐의가 드러날까.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9월 26일 국정감사에서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연예인 강호동의 납세 문제는 끝났나? 언론에 공개된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현동 국세청장은 “국세청에서는 그런 자료가 나간 적이 없고 비밀유지를 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루트는 아닐지라도 국세청에서 강호동 등을 세무조사했다는 사실이 내부 관계자를 통해 흘러 나갔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의 노력과는 별개로 한국납세자연맹은 9월 중순 ‘국세청의 납세자 개인 정보 유출건’으로 국세청과 해당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강호동은 이미 방송가를 떠났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