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증권가 야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난 13일 씨모텍 주주 186명이 동부증권을 상대로 배상책임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씨모텍은 대주주의 주가 조작과 횡렴 혐의로 9월 23일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된 업체. 씨모텍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올 초 씨모텍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관사였던 동부증권이 의무를 게을리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9월 29일에는 중국고섬에 투자했던 553명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거래소와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19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씨모텍 사례와 마찬가지로 거래소와 증권사 등이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등으로 지난해 8월 상장폐지된 네오세미테크의 일부 주주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소액주주들의 연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리스크(위험) 없는 투자 없고,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는 주식시장의 불문율 때문에 무시당해왔던 ‘상처투성이 개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도 물론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있었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절차 등이 복잡해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양상은 사뭇 다르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 주주모임 등을 구성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자신들을 속였다고 여기는 거대 조직을 상대하고 있다. 법무법인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정보나 조언에 기댄다. 따라서 기관들이 자의든 타의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실을 은폐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은 이 점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는 것이다. 거래정지 직전 중국고섬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거래소와 대우증권의 미숙함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며 “상장 주관을 어떻게 했기에 상장된 지 채 두 달도 안 돼 거래가 정지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 1월 말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고섬은 두 달이 안 된 3월,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더욱이 싱가포르 증시에서 먼저 거래정지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 그만큼 거래정지가 늦었다. 이 때문에 거래정지 직전 중국고섬 주식을 산 사람도 적지 않다. 한 달 전에 상장된 주식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돌연 거래정지될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더욱이 상장 초기 증권사들은 중국고섬에 대해 호평을 쏟아낸 터였다. ‘투자자만 봉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씨모텍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주주가 바뀌고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주관사인 동부증권이 증권신고서에 대주주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등 허위 기재를 했다며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2009년 씨모텍을 인수한 나무이쿼티의 전 아무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란 점에서 ‘동부증권이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씨모텍이 상장폐지되기 직전인 올 초에는 씨모텍의 김 아무개 대표가 자살한 것과 관련해 의혹과 논란이 설왕설래했다.
네오세미테크(현 동부솔라)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된 네오세미테크를 동부그룹이 인수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일부 주주들이 일정 정도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까닭에서다.
집단소송은 승소했을 경우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같은 사유로 피해를 본 주주도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내 주식시장에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시행된 것은 2005년 1월. 그러나 지난해 1월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법원의 허가를 얻어냈다. 코스닥 상장업체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었다. 그러나 그 후 아직까지 없다. 적잖은 이들이 집단소송의 소송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개미들에게 봄날은 먼 듯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