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롯데월드 조감도. | ||
최근 롯데그룹이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제2롯데월드 건축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는 지난 94년 제2롯데월드 건립을 발표하고 프랑스 에펠탑 형상의 1백12층(5백55m)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롯데의 이 같은 세계 최고층 빌딩 건축의 꿈은 롯데의 사업부지가 공군의 비행안전구역에 속한다는 이유로 공사 초기에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사업 중단 11년 만에 롯데는 제2롯데월드 건축을 재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대한 포부를 다시 밝히고 있다. 지난 98년 서울시로부터 36층 건물 건축 허가를 받아놓긴 했지만 1백12층의 초고층 건물에 대한 허가는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허가취득도 안된 상태에서 공사부터 강행하는 롯데의 배짱 좋은 행보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서울시에 5백55m 빌딩 건축을 위한 설계변경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서울시의 교통영향 심의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가 예정돼 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36층 건물 건축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롯데가 공사하는 도중 서울시가 롯데측의 설계변경 신청을 취하할 경우엔 롯데는 1백12층을 향한 꿈을 36층에서 접어야 한다.
서울시로부터 확답을 듣지도 못한 상태에서 롯데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인사들은 “삼성이 롯데 신격호 회장을 자극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세계 최고층 빌딩 건축이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인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게 여생의 꿈이다”라고 밝혀 제2롯데월드 건축 강행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신 회장의 오랜 숙원이 빛 바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 중심부에 지상 1백60층, 높이 7백m의 ‘버즈 두바이’ 빌딩을 수주하면서 세계최고층 건물을 가장 빨리 짓고 싶어했던 신 회장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격이 됐다. 이에 자극받은 신 회장이 2008년 11월 완공 예정인 ‘버즈 두바이’보다 제2롯데월드를 빨리 완공해서 세계 최고층 빌딩 주인의 위용을 과시하고 싶어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단 36층 건축물 허가를 토대로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 설계변경 허가를 얻어내겠다는 ‘선 공사착수, 후 허가취득’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권 도전을 꿈꾸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에 이어 에펠탑을 방불케 하는 대형 건축물이 서울시에 들어서는 것에 긍정적 시선을 보낼 것이란 관측도 롯데측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롯데의 초고층 건축 추진에 대한 세인들의 입방아는 비단 신 회장의 세계최고층 건축물 숙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롯데가 5백55m 건축물을 완공해도 삼성의 두바이 7백m 건축물이 완공되면 세계최고층 건축물의 영예를 금세 빼앗기기 때문에 단순히 자존심 문제로 치부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 인사들이 주목하는 또다른 포인트는 바로 서울공항 개발론이다.
서울공항이 위치한 성남시 심곡동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맞붙어 있으며 서울 인근에 위치한 마지막 개발 가능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대형 상권은 바로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는 서울 송파구 일대다.
현재 군사목적으로 쓰이는 서울공항에 대해 국방부는 이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지역 여론을 감지한 정치권에서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얼마전 이해찬 국무총리도 개발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미 성남시 심곡동 일대 땅값은 지난해 평당 1백만원선이던 것이 현재 2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치솟은 상태다.
최근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소재 부동산도 활황을 타고 있다. 대규모 잠실 재건축단지 사업추진, 문정동 법조타운 조성 등 앞으로 송파구가 강남구를 대체할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상업지구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공항 이전이 결정되고 고도제한이 풀려 제2롯데월드가 세계최고층 빌딩으로 태어나게 된다면 이 일대 신 개발타운의 중심은 단연 제2롯데월드 인접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롯데측은 엄청난 부동산 이익은 물론 대규모 상권의 노른자를 선점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일대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선 ‘롯데가 개발이익 때문에 초고층 건물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소문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라고 한다.
롯데그룹측 관계자는 “(설계변경 신청에 대해) 아직 서울시에서 심사 중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최종 승인이 나기까지 괜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