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키는 체온상식

오들오들 떨지마시고…‘3겹’ 양말로 월동준비를

▲ 일요신문 DB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체온관리에 신경 쓰자. 체온은 몸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신체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지름길이다. 건강한 생활은 평상시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체온이 갑자기 오르면 숨은 원인이 있고, 반대로 내려가는 저체온증도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체온이 우리 신체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무엇을 나타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정상체온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계절에 따라 기온과 습도가 바뀌더라도 체온은 늘 36.5℃ 주변을 맴돈다. 어떻게 해서 일정한 체온이 유지되는 걸까.

인체는 대사과정에서 끊임없이 열을 생산한다. 열의 70%는 몸 중심부 장기에서, 30%는 피부와 말초조직 등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된 중심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의 중심과 피부체온 사이에 열 순환이 이뤄진다. 중심부에서 데워진 동맥피는 바깥쪽으로 이동하고, 바깥쪽의 찬 정맥피는 중심부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총지휘하는 것은 뇌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중추. 뇌에 들어오는 혈액의 온도를 미리 입력된 ‘기준 온도’와 비교해 높거나 낮으면 체온조절 물질을 분비하고 몸 속 혈액의 흐름을 조절한다. 추울 때 몸이 떨리는 것(경련)은 근육이 수축하면서 열을 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 동작이다. 반대로 더울 때는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땀으로 열을 배출함으로써 정상체온을 유지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불의 성질을 가진 심장과 물의 성질을 가진 신장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몸의 온기가 균형을 이룬 상태로 본다. 만약 심장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 머리가 뜨거워지는 등 열감을 느끼고, 신장의 기운이 커지면 하체가 차가워지는 등 냉기를 느끼게 된다.

“때문에 차가운 기운을 상체로 올리고, 뜨거운 기운을 하체로 내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 흔히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유지하라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 정주화 한의사(화생당한의원 원장)의 설명이다.

# 단백질 많은 아침식사가 체온 올려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떨어지고, 반대로 1℃ 올라가면 면역력은 5~6배 올라간다고 한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체온이 아직 낮아 머리가 멍하고 나른하다. 따라서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하려면 먼저 체온을 올려 뇌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침식사다. 식사를 하면 위와 장에서 소화, 흡수돼 열로 바뀐다. 먹고 나면 몸이 더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음식을 씹는 저작운동이 뇌를 깨운다. 열을 내기 위해서는 당질이나 지방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 더 좋다. 예를 들어 청국장, 달걀 등은 아침식사에 올리면 좋다.

또 하나, 식전 운동 또는 식후 가벼운 운동, 즉 산책이나 신체활동은 체온을 높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후춧가루나 고춧가루, 마늘 같은 향신료 역시 몸에서 열을 내게 만들어 에너지 소모를 촉진한다.

▲ 따뜻한 물에 반신욕, 족욕, 좌욕을 하면 혈액순환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영기 기자 [e-mail]

# 반신욕 하면 체온 유지에 도움

반신욕은 뜨거운 물을 다리에 끼얹은 뒤 열탕이나 온탕에서 배꼽 아래 부분만 담그는 목욕법이다. 하체에 몰리는 차가운 기운을 몸 위쪽으로 올려 몸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반신욕을 하면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몸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개선된다. 몸이 가뿐해지면서 피로가 빨리 회복되고, 심신을 이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가벼운 감기는 물론 불면증,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요통, 변비, 무좀, 생리통 등에도 효과가 좋다.

반신욕을 할 때는 팔을 물속에 담그지 않도록 하며, 시간은 10∼20분 정도가 적당하다. 몸이 허약하면 5분간 목욕하고 2~3분 동안 쉬는 식으로 4~5차례 되풀이하면 좋다.

# 하체에 내복이나 타이즈를

날씨가 추워지면 일단 양말을 3겹 정도 겹쳐 신고 하체에 내복이나 타이즈를 입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상의는 얇게 입는 것이 좋다. 하의를 더 따뜻하게 입으면 자연히 상체에까지 열이 올라와 전체적으로 몸이 따뜻해진다.

그러나 하의보다 상의를 많이 입게 되면 뜨거운 기운이 상체에 몰리게 되고 하체는 차가워지게 된다. 또한 자주 이런 옷차림을 하면 음양의 조화가 깨지고 기혈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강이 나빠진다. 즉 몸은 따뜻해지지 않고 추위를 더 잘 느끼게 되어 생명력, 에너지, 기운을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하의를 상의보다 두껍게 입고 특히 양말을 여러 겹 신는 것이,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기운을 좋게 하는 방법이다.

# 혈액순환 잘 안되면 수족냉증 생겨

여성들 중에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수족냉증은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체내의 혈액이 전신 곳곳에 잘 공급된다면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부위의 체온이 떨어지고 차가워진다. 그 가운데 말초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수족냉증이다.

여성건강에서는 혈액순환이 특히 중요하다. 혈액순환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느냐에 따라 여성의 자궁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은지 가늠하기도 할 만큼 혈액순환은 중요하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어혈이 생기기 쉽고, 이로 인해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근종 등 여러 가지 자궁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단순히 차가운 정도가 아닌, 직접 측정해 손과 발의 온도와 다른 부위와의 온도차가 1~1.5℃ 이상이 나면 수족냉증이라고 판단한다. 이때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수족냉증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서는 올바른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물에 손과 발을 담그거나, 따뜻한 물에 반신욕, 족욕, 좌욕을 자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도 혈액순환을 돕는다.

음식을 섭취할 때도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냉증을 해소하려면 따뜻한 기운을 돌게 하는 찹쌀이나 콩, 검은깨, 미꾸라지, 마늘, 생강 같은 음식을 늘 먹는 것이 좋다.
찹쌀과 콩은 밥을 할 때 함께 넣으면 좋다. 마늘을 가열해 먹으면 약효가 줄어든다. 따라서 마늘은 꿀에 재워 6개월 정도 저장해 만드는 마늘 꿀 절임을 먹는 게 좋고, 하루에 1~2쪽씩 계속 복용하면 냉증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생강은 위와 아랫배를 따뜻하게 데워주면서 기초대사량을 올려 준다. 각종 요리에 생강을 이용하는 방법도 좋고 손쉽게는 차로 끓여 마시는 방법도 가장 효과적인 건 생강절임을 해두고 먹는 것이다. 계피가 들어 있는 수정과도 상체의 혈관을 확장해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이밖에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높이는 홍삼, 어혈을 없애고 아랫배를 데워주는 옻닭 등도 좋은 식품이다.

반면 냉면이나 생맥주, 보리밥, 돼지고기, 밀가루 등은 몸을 차갑게 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므로 피한다.

# 갑자기 열 나거나 체온 떨어지면 질병의 신호

갑자기 열이 나거나 체온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질병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우선 열이 나는 원인은 감기 외에도 갑상선질환, 암 등 다양한 원인이 의심된다. 요즘 같은 때는 감기와 독감, 중이염, 폐렴 등 감염성 질환으로 고열이 날 수 있다. 몸에 침입한 세균이 체온을 올리는 물질인 파이로젠 등을 분비해 뇌 속의 온도를 올려놓기 때문이다. 특히 열과 함께 누렇거나 검붉은 가래가 나오고 숨이 찰 때는 만성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결핵, A형 간염, 갑상선질환, 신장염 등도 체온을 높이는 질환이다. 감기에 걸렸다고 해도 3주 이상 기침과 발열이 계속되면 결핵을 의심해 봐야 한다. A형 간염의 경우에도 발열과 전신피로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계속되므로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한편 체중이 줄면서 더위를 타고, 땀을 많이 흘려 쉽게 피로를 느낀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일 수 있다. 열이 나면서 자주 소변이 마렵고 옆구리가 아프다면 신장염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이밖에 혈액암, 위암, 폐암 등에 걸리면 만성적인 고열이 나타날 수 있고 뇌종양, 뇌손상 등으로 체온조절 중추가 고장날 수 있다.

반대로 저체온증일 때는 신속한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주로 찬물에 빠진 경우나 산행 중 찬 공기, 눈, 얼음 등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경우에 저체온증이 되기 쉽다.

만약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뜨거운 음료수를 먹여서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호흡과 맥박을 확인한 다음 필요하면 인공호흡을 하고, 즉시 병원으로 간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주화 화생당한의원 원장

몸 따뜻하게 하는 마사지법

-신궐혈 마사지 : 배꼽 주위의 신궐혈을 주먹으로 살살 두들겨 준다. 침은 놓지 않고, 주로 뜸을 뜨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프지 않을 정도로 마사지만 해도 효과가 있다.
-삼음교 지압 : 삼음교는 발목 안쪽 위에서 손가락 4마디 위쪽 위치이다. 발에서 올라가는 세 개의 음경락이 모두 통과하는 곳이다. 삼음교는 두들기면 아프니까 살살 눌러 주는 게 좋다. 비장경락, 신장경락, 간장경락이 모두 모인 곳이므로 한 달 정도 꾸준히 하면 효과가 있다.

몸 따뜻하게 하는 습관

-밥 위주의 아침식사를 한다.
-목욕과 머리감기는 되도록 저녁에 한다.
-찬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족욕과 반신욕으로 체온을 올린다.
-목을 따뜻하게 한다.
-흡연을 하지 않는다.
-몸을 차갑게 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