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위)LG-GS-허완구 승산 회장 딸 허인영씨 소유 빌라(3층 2호). 동양-오리온-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가운데). 두산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자택(맨끝). | ||
성북동 330번지 부동산 리스트에 오른 재벌가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는 재벌1번가인 성북동 330번지에서 ‘알아줄 만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330-4XX번지에 2층 주택을 갖고 있다. 대지 2백20평에 연건평 1백13평인 대형 주택이다.
GS그룹의 간판은 허창수 회장이지만 성북동 330번지 일대에서 GS 허씨가의 대표주자는 아마도 허완구 (주)승산 회장 일가일 것이다. 허완구 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창업 파트너인 고 허만정씨의 5남으로 허만정씨 3남 허준구씨(작고)의 장자인 허창수 회장의 작은아버지가 된다. 허완구 회장은 330-3XX에 소재한 대지 2백23평, 연건평 1백5평의 2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은 허 회장 주소지이기도 하다. 330-1XX에 있는 2층 주택도 허완구 회장 소유로 돼 있다.
허완구 회장 자녀들도 이 일대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장남 허용수 (주)승산 사장은 지난 77년 8월 330-3XX에 소재한 토지 56평을 사들였다. 허용수 사장 여동생인 허인영씨는 330-X에 소재한 55평형 빌라를 갖고 있는데 지난 98년 허완구 회장이 사들였다가 지난해 4월 허인영씨 명의로 변경됐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도 이 일대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허남각 회장은 LG 창업 파트너인 고 허만정씨의 장남인 고 허정구씨의 장남으로 GS 허씨가의 장손이다. 허남각 회장은 330-3XX에 대지 2백80평, 연건평 1백50평에 이르는 3층짜리 호화주택을 갖고 있다. 이곳은 허 회장 주소지이기도 하다.
한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330-3XX에 2층 주택을 갖고 있다. 지난 93년 구 명예회장이 매입한 것으로 대지는 2백50평에 이르며 연건평 1백평짜리 저택이 지어져 있다. 구 명예회장은 애초 현대그룹 본사 뒤 북촌 주택가에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집에 살았던 북촌 터줏대감이었다. 하지만 현대가 휘문고 자리에 본사를 짓고 이사해오자 남쪽으로 향이 막히면서 현대사옥에서 거실까지 들여다 보이게 됐다. 할 수 없이 구 명예회장은 북촌집을 떠나 성북동으로 이사온 것이다, 현재 원서동 집은 LG상남디지탈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 LG와 GS의 경우처럼 ‘한몸’이었던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 일가도 성북동 330번지의 대표적 벌족이다. 동양-오리온그룹의 특징인 딸들의 ‘발언권’이 부동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있는 점이 흥미롭다.
고 이양구 회장이 시멘트와 제과 중심으로 설립한 동양그룹은 지난 2001년 9월 분리돼 큰사위인 현재현 회장이 이끄는 금융 중심의 동양그룹과 둘째 사위 담철곤 회장이 맡은 제과 중심의 오리온그룹으로 나뉘어졌다.
두 자매는 결혼 뒤에도 담을 맞대고 살고 있다. 고 이 회장 큰딸 혜경씨와 결혼한 현 회장은 330-3XX에 터전을 잡고 있다. 4백47평 대지에 지어진 지하2층, 지상3층 주택으로 연건평만 4백40평에 이르는 대저택이다. 이 부동산의 토지·건물은 현 회장과 부인 이혜경씨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현 회장은 330-5XX 소재 토지·건물도 갖고 있다. 지난 82년 매입한 2백70평 대지 위엔 현재 연건평 1백평의 2층 주택이 들어서 있다.
현재현 부부의 바로 옆집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자택도 현 회장 집에 견줄 만하다. 지난 96년 3월 330-3XX 일대 토지 3백35평을 사들인 담 회장과 부인 이화경 미디어플렉스 사장은 3년 후인 지난 99년 연건평 3백20평 규모의 4층 주택을 지어 올렸다.
현 회장 집과 담 회장 집의 출입구는 마치 한 대문인 것처럼 맞붙어 있다. 안으로는 넓은 저택을 마치 얇은 담장 하나로 나눠놓은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고 이양구 회장 딸들은 마치 한 집에 사는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맞붙어 있는 두 저택의 외벽은 웅장한 성벽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드높다.
고 이양구 회장 부인이자 현 회장과 담 회장의 장모인 이관희씨는 330-2XX에 살고 있다. 2백50평 면적 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 주택으로 연건평 1백45평이 대저택이다. 두 딸을 모두 분가시킨 뒤 89년 이 회장이 작고한 이래 홀로 큰집을 지키면서 이웃한 두 딸과 함께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다.
아예 특정 건물을 한 벌족이 장악한 경우도 있다. 두산그룹 박씨 일가는 성북동 330-XX에 위치한 성북빌하우스의 B동을 독차지한 것처럼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빌라 중 하나로 꼽히는 성북빌하우스는 한 채당 90평형에 시가 15억원에 이르며 이 빌라 소유권을 둘러싼 두산가의 갈등 가능성에 대해 이미 <일요신문>(690호, 8월7일자)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이 빌라 B동 102호는 지난 98년 4월 두산가 장남 박용곤, 차남 박용오, 삼남 박용성, 사남 박용현씨가 공동 매입해 지금까지 4분의 1씩 공동소유하고 있다. B동 202호는 현재 박용오 전 회장 소유인데 지난 99년 6월 박용만 부회장이 사들였다가 지난해 12월 박 전 회장에게 명의가 넘어갔다. 두산 형제의 난으로 서로 얼굴을 붉힌 이들 간의 소유권 분쟁 가능성이 엿보인다.
▲ 두산가 사람들이 성북빌하우스 B동을 거의 다 소유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박용오 전 회장과 마찰을 빚었던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 박용성 회장은 성북빌하우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성북동 330-3XX에 있는 대지 2백20평 규모의 2층 주택에 지난 93년부터 살고 있다.
두산 박씨 일가의 장녀인 박용언씨도 330-2XX 소재 부동산을 갖고 있다. 지난 94년에 매입했으며 대지 2백30평 연건평 1백평에 이른 2층 주택으로 주소지도 이곳이다.
삼성가의 사돈이자 최근 안기부 도청 문건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 홍석현 주미대사 일가도 성북동 330번지 재벌1번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두산 박씨 일가가 장악한 성북빌하우스 B동 바로 옆인 A동 101호는 홍석현 주미대사의 동생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제인 홍라영씨 부부 주소지로 돼 있다. 노철수-홍라영 부부는 박용오 전 회장과 이웃사촌인 셈이다.
이곳은 노철수-홍라영 부부의 명의의 재산은 아니지만 성북빌하우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330-3XX에 소재한 2층 주택을 이들 부부가 소유하고 있어 이들도 ‘재벌1번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홍라영 부부는 지난 2003년 8월 이 일대 부동산을 사들였는데 대지 3백50평, 연건평 90평에 이른다. 홍라영씨가 이곳으로 이사간 뒤 홍 대사 모친 김윤남 여사도 최근 압구정동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애초 홍 대사의 부친인 홍진기 전 장관도 성북동에서 살았고, 홍 전 장관의 자택을 기념관으로 만든다는 얘기도 있다.
노철수씨의 형이자 홍라영씨의 시아주버니가 되는 노경수 서울대 교수도 인근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330-3XX에 소재한 연건평 90평인 2층 주택이 노경수씨 소유다. 노경수-철수 형제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들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노경수씨가 얼마전 타계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맏사위라는 점이다. 성북동 330-3XX의 주택은 현대가와 삼성가의 혈연관계가 맞물린 집터인 셈이다.
홍석현 주미대사의 동생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은 330-2XX에 소재한 3층 주택을 갖고 있다. 지난 98년 이 집을 사들였으며 대지 1백3평, 연건평 1백평에 이르는 대형 주택이다.
홍 대사 형제 중 막내 아들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의 자녀들도 이 일대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홍 대사의 조카가 되는 홍정욱-정화 남매 명의로 된 330-3XX 소재 주택은 지하1층, 지상 2층으로 연건평 80평에 이른다.
동양제철화학그룹 이회림 명예회장의 아들들도 제법 넓은 부동산을 성북동 330번지 일대에 갖고 있다. 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은 지난 78년에 330-3XX 소재 대지 2백86평을 매입해 연건평 1백12평의 2층 주택을 지었다. 이수영 회장 바로 아래 동생인 이복영 동양제철화학 사장은 지난 2000년 5월 330-3XX과 330-3XX 소재 토지를 사들여 지하1층, 지상2층 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대지 2백60평에 연건평 1백90평에 이르는 대저택이다. 이수영 회장의 막내동생인 이화영 유니드 사장은 지난 2002년 2월 330-2XX 소재 2백40평 토지를 사들여 그 위에 지하1층, 지상2층인 연건평 2백13평 규모 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이밖에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일가 등이 이 일대에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송자 전 연세대 총장도 이 일대에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사람들 발길이 적고 공기도 좋으며 도심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재벌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며 “이 일대 부동산 매물을 수소문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좀처럼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일단 들어오면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재벌1번가’ 성북동 330번지는 아무나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닌 셈이다.